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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 배우 류성현②, "배우가 아닌 장면을 살리는 연기자"

기사 등록 2017-09-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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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스타의 길은 어떤 것일까’

스타들의 데뷔 시절은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어땠을까. 화려한 이면 뒤에 숨겨진 2%를 찾을 수 있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핫데뷔일기’.<편집자주>

다수의 작품, 다양한 역할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배우 류성현. 스님, 경찰, 조폭, 국장 등 형용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얼굴을 가진 그는 어느덧 데뷔 21년차 배우가 됐다. 스크린 이전 무대 활동부터 이어온 것까지 더하면 류성현의 연기 생활을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 연기란 여전히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삶의 일부다.

많은 역할을 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은 연기력의 잣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류성현은 이미 베테랑 배우.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해 ‘여전히 모자란 배우’라고 칭한다. 연극 무대로 시작해 스크린을 통해 온 국민을 만난 베테랑 배우 류성현의 ‘핫데뷔일기’, ①편에 이은 그 마지막 이야기.

무대 연기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류성현에게는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연극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유명한 스타 혹은 이미 유명해진 작품 등을 제외하고는 연극에서 관객들의 구미를 당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저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 영화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얼굴을 알려서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되면 제가 하는 연기를 많은 분들이 보 실 수도 있고, 나아가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실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영화가 아닌 연극에서만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연기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낄 뿐. 류성현은 영화와 연극에 대해 둘은 속성이 전혀 다른 만큼 각자의 장단점과 매력포인트가 있다고 전했다.

“물론 각자 매력은 달라요. 연극 바로 관객들과 호흡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작품을 다 보시고 나서 평을 해주시죠. 일종의 모니터링처럼요. 근데 이게 두 가지의 다른 속성들 전부 매력적입니다. 장르가 다를 뿐 인거죠.”

그런 그에게 연극 무대가 아닌 영화 촬영장은 이따금씩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사실 예전에 촬영장 기 싸움을 위해 감독님에게 본보기로 이용당한 적이 있어요. 그때 심하게 모욕감을 느끼기도 했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려워 졌어요. 어떤 안 좋은 소리라도 듣게 되면 위축되고요. 지금도 좀 남아 있죠. 카메라 앞에 서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도 단순해 져버려요.”

▲ 사진=박은비 기자
이 때문인지 그는 매번 촬영장에서 돌아오는 순간엔 후회를 많이 한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만 의식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 그래서 류성현은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압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시는 분들은 모르시는 압박감 같은 게 있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저는 동료 배우들을 대상으로 사투리 교육을 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중압감도 있었죠. 연기도, 사투리 교육도 잘 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너무 재미있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어요.

영화는 류성현의 고향인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한 감회가 더 새롭고 의미도 남다르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등에 사용된 전라도 사투리는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사투리와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형용되는 사투리는 조폭들이 쓰는 말투, 이런 것들이 많이 사용 되더라구요. 그런 점은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번에 사투리 교육을 할 때 나름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천 만 스코어를 돌파하며 2017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공감한 것. 류성현은 그저 스텝들과 동료배우, 그리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뿐 이었다.

“저는 정말 그저 감사해요. 그런데 남다른 면이 있기는 하죠. 아까 말씀드린 사투리도 그렇고 광주 출신이다 보니까 ‘좋은 광주영화 만들었다’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리고 기억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제 주변 사람들과 동네 친구들 역시 영화를 너무 좋게 보고 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영화에 출연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죠.”

사실 작 중 류성현의 존재감은 이전 작품에서 그가 보여줬던 것 보다 훨씬 덜 했을지도 모른다. 가령 영화 ‘신세계’를 통해 보여준 조폭연기처럼 그가 보다 임팩트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을 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뇨.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제가 누군가에게 ‘저 이런 작품에 출연 했습니다’라고 했을 때 ‘누구요? 언제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너무 좋아요. 그게 제가 가고 있는 배우로서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얼굴을 알려서 연극 무대도 서고 싶고 하지만 연기력을 인정받거나 얼굴이 알려지거나 이런 것들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류성현의 연기력은 이미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입증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가 거쳐 온 연기 인생을 살펴보면 그의 연기력에 대해 반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저는 지금도 후배들을 모니터링 하고 많이 배워요. 저도 모르는 호흡들이 있더라구요. 많이 배웁니다. 물론 손강호 선배님이나 최민식 선배님 등 선배님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죠. 상은 너무 감사하지만 ‘고생했으니 목 축이고 돌아가라’라는 의미로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소감에는 말씀을 못 드렸지만 주변 사람들과 특히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만 들었어요. 저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주변에 도와주시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상도 그래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와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 ‘평양성’ 촬영 당시 이준익 감독의 요구에 따라 간단한 장면을 스스로 연구하고 조연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한 그는 이 감독에게 “너는 배우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것은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류성현에게는 너무 큰 위로이자 힘이었다.

“뿐 만 아니라 너무 많은 감독님들, 주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 사진=박은비 기자
그렇다면 배우 류성현의 최종 목적지, 그의 꿈은 무엇일까.

“제가 자문자답을 많이 편이에요. 항상 집에 있을 땐 생각을 많이 하죠. 그날 일과 앞으로의 일 등을요. 한 번은 저에게 물어봤어요. ‘너는 스타가 되고 싶냐?’라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저는 제가 도드라지는 배우가 아닌 작품을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언젠가 생을 마감 할 때 제 묘비명에는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류성현. 여기 잠들다’ 이렇게 적혔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이자 꿈입니다.”

스타가 아닌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 장면과 작품 전체를 위해 자신을 감추는 배우. 그러나 연기력만큼은 어느 주연 배우 못지않은 실력파 배우 류성현. 적어도 앞에 앉아 있는 그는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앞으로 그가 무슨 작품에 어떤 역할을 하던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분명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