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석조저택 살인사건' 김주혁의 악역, 참 섹시하다

기사 등록 2017-05-10 18:0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김주혁의 연기에는 항상 '낭만'이란 코드가 녹여져있다. 순정남을 연기하든, 악역을 연기하든, 그만의 분위기가 캐릭터를 감싸면서 '김주혁만의' 고유명사를 만들어낸다. '공조'에서 악역을 맡아 관객들을 놀라게 한데 이어,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한층 더 그만의 강렬한 색이 진해졌다. 큰 줄기로 캐릭터를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으로 분리한다면, 이전과 비슷해보일 수 있겠지만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연기의 결'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내공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을 영화한 작품으로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 중 김주혁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 역으로, 운전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 4개국어는 물론, 쇼맨쉽까지 갖춘 남자로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젠틀한 웃음 뒤에 서늘한 웃음을 가지고 있는 남도진으로 변신한 김주혁.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 열연을 보여줬다.

흉내내지 않는 '진짜'를 연기하는 김주혁과 최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석조저택 살인사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주혁과의 일문일답.

-'비밀은 없다', '공조'에 이어 또 악역이다.

"이게 더 먼저였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찍고 '좋아해줘' 찍고 '공조' 찍었다.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런데 '공조'는 정말 악역이라고 생각안했다. 나름대로의 혁명가라고 생각했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자신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확인하니 어떻던가.

"법정신이 마음에 안든다. 내 스스로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스릴러 장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연기를 컨트롤 못한 것 같다."

- 과했다는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어떻게 아쉬운지 설명해달라.

"어렸을 때는 연기할 때 생각을 담으면 그대로 표현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무 표정이 없어서 억지로 표정을 만들었다. 문제는 표현은 되는데 억지스럽다. 나이를 먹고 깊이가 생긴건지 모르겠는데 하고자 하는건 굳이 하지 않아도 드러나지는 것 같다. 예전엔 그걸 몰랐다. 진심으로 그 감정을 알거나 느끼고 쳐다본게 아니다.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를 하면 표현은 되긴 된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이상을 또 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또 배우게 됐다."

- 남도진 연기를 참고한 것들이 있나?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그런건 없다. 기본적으로 한량 콘셉트를 잡았다. 극장에서 쇼를 하고 멋을 좀 아는 친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극장에서 살았던 친구지 않을까 싶다. 외국 사람들을 많이 접하면서 외국어도 익히게 된게 아닐까 싶다. 쇼맨쉽에 능하니 여자도 많이 거느렸을 것 같다. 또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진심이나 반성이 없는 사람이다. 행동이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내가 처리하는 것과 반응하는건 믿고 가는 인물이라고 봤다."

- 보통 촬영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의 전사를 구체적으로 설정해놓나.

"특히 이 영화는 설명이 없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내가 만들어놓고 해야 했다."

-남도진이 무자비한 인물이라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 같은데

"분명히 쾌감은 있다. 내가 평상시 할 수 없는 눈빛과 언행을 할 수 있지 않나. 하하. 사람은 그런걸 해보고 싶거든. 간접적으로 푸는 느낌이 있다."

-김주혁의 악역은 항상 섹시하다.

"배우로서 참 기분 좋은 말이다. 무슨 역을 해도 매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어떤 역이든, 다른 외국 배우들도 무슨 역을 해도 매력적이다. 그 캐릭터를 공감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주, 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받쳐주는 역도 잘하는데 역의 분량 같은건 많이 신경쓰지 않는건가?

"그런 개념은 없다. 난 거기서 할만큼만 한다. 그 신의 목표를 넘어서면 안된다. 주연을 해도 그 신을 다 먹으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주연이면 강약조절에 특별히 더 신경써야 한다. 줄건 주고, 받을건 받으면서. 그래서 앙상블, 케미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 그럼 어떤 캐릭터에 끌리는지?

"캐릭터를 딱 보면 연기할 때 '맛이 나겠다'싶은 게 있다. 내가 하면 다르게 할 수 있겠다 촉이 오는게 있고, 죽어도 못하겠다 싶은 역이 있다.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 다양한 것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으니까."

- 죽어도 못하겠다 싶은 역이라면 어떤 연기인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혼자 연기하는건 못하겠다. 상대를 보면서 느끼고, 주고 받는걸 좋아한다. 할리우드 배우는 어떻게 그걸 촬영해내는지 궁금하다."

- 영화가 법정신과 사건, 인물들의 관계들이 교차로 편집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두 가지 영화가 마지막에 한 줄기로 만나는 것 같다.

"시나리오에도 중간에 등장한다. 법정신은 짧고 굵게 밖에 없었다.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앞에 멜로가 좀 깔려 있으니 긴장감을 위해 법정신을 쪼개자고 제안했다. 편집점 사이사이에 넣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다. 멜로를 하고 있는데 법정이 나오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겠나."

- 고수, 문성근, 박성웅 모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즐거웠을 것 같다. 특히 고수가 재미있는 촬영이었다고 만족하더라.

"다 잘하는 분들이다. 배우 성격은 괴팍하지 않는 한 연기에 아무 상관이 없다. 연기를 못하는게 더 짜증난다."

-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신이 인상적이다. 기술이 필요한 액션이 아니라 힘으로 밀어부치던데, 힘들고 위험해보였다.

"쉽지 않았다. 합이 아닌 힘으로 만들어낸 신이다. 지하실도 좁고 쇠파이프도 있어서 위험했다. 액션신에 보일러가 중심에 있지 않나. 보일러를 도는데만 3일이 걸렸다."

- 고수에게 '1박 2일' 추천했던데 이유는?

"연기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만 권한다. 모든 사람에게 권하진 않는다. 너무 외향적인 사람은 얻을게 많이 없을 것 같고, 예능을 통해서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고수에게 추천했다. 내가 나를 본다는게 참 많이 도움이 된다. 나는 '1박2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왜 했지' 그랬지만."

- '석조저택 살인사건'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화 어필을 한다면?

"추리소설이나,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은 봐도 후회 없으실 거다. 장르적인 표현을 잘해놓은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와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유지윤기자 jiyoon2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