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최민식의 영화다. 영화 ‘침묵’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늘 묵직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이번엔 ‘태산’ 같은 남자를 연기한다. 사랑하는 여자와 딸을 위해 ‘침묵’하는 최민식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침묵’은 살해된 약혼녀와 용의자가 된 딸, 변호사와 검사, 목격자까지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과 이들이 시점에서 바라본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 사건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최민식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출연하는 영화니까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우리가 처음에 원작을 보고 시나리오도 없었던 상황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각색을 하는 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데 의미가 있을까. 한국 관객들에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가. 이렇게 고민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잘 전달 된 것 같아요. 잘 담겨진 것 같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최민식은 사실 ‘침묵’이 아니었어도 된다고 한다. 그가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정지우 감독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 ‘해피엔드’ 이후 정 감독과 18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가장 첫 번째 이유가 옛 전우들과 만나서 모사를 꾸며본다는 것이었어요. 꼭 ‘침묵’이 아니었어도 됐죠. ‘이 친구들이 영화계에서 나름 일가견이 있고, 소신과 철학이 있는 사람들인데 설마 이상한 걸 같이 하자고 하진 않겠지’라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18년이란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다. 최민식은 2년 빠진 20년이라고 표현했다. 단지 사람에 대한 신뢰 하나로 시나리오도 없음에도 출연을 결심한 최민식이 18년 만에 정 감독과 재회한 소감은 어땠을까.

“우리가 18년 만에 만난 것 같지 않다는 얘기를 했어요. ‘엊그제 만난 것 같은데?’ 18년 만에 만나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짠’한 게 있었어요. ‘너도 나도 버텨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까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구나’하고. 좋았어요, 진짜로. 장르가 뭐든 ‘해피엔드’ 때 그런 느낌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침묵’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원작으로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최민식은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임승룡 대표의 제안으로 원작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후 작품의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말이나 되는 이야기야, 이게?’ 이런 생각이 처음에 들었어요. ‘아무리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가 예쁘다지만, 어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이런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작은 표피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법정스릴러라는 장르적 요소를 철저히 따라갔지만, 우리 영화는 그렇게 가는 척 하다가 휴머니즘으로 빠졌단 말이죠? 그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자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그런 것들이 원작과는 다른 방향성이라고 봐야죠.”

그렇다면 ‘침묵’에서 최민식이 원작에서 가졌던 의문점을 해소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요소는 뭐였을까. 그건 바로 최민식이 연기한 임태산이란 인물이다.

“제가 임태산을 연기한 배우로서 나름대로 상상하고 분석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아마 미라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한 대상이었을 것 같아요. 그 대상이 갑자기 죽어버렸어요. 그것도 참혹하게. 그 사건의 중심에 다른 사람도 아닌 딸이 연루가 돼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받죠. 그 현실에 정신을 차린 거죠.”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우리가 최민식 같은 좋은 배우를 만날 수 있었던 건, 그에게도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최민식의 스승은 그에게 어떤 말들을 했기에 우리가 이토록 좋은 배우를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좋은 배우는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게 단순한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말씀하신 게 아니에요. 인생을 잘 산다는 게 주관적이고 모호하잖아요.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다 각자의 기준이 있잖아요. 거기서 공통점은 하나하나 느끼라는 거예요. 자신을 기만하지 말고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들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라볼 때 그것에 대해 애기할 때 더 많은 이해력을 가지게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최민식의 유쾌하고 진솔한 말들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최민식이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이유는 그가 잘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잘 살아온 그가 더 많은 이해력으로 해석한 캐릭터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윤기자 kyun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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