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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가 보여주는 세 개의 얼굴

기사 등록 2017-08-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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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주)쇼박스[이슈데일리 김윤기자]배우 설경구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이자 딸을 둔 아버지,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주인공 병수로 변신했다. 영화 속 설경구는 완벽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설경구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으로 노인으로 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설경구와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찍으면서 단순히 살을 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얼굴에 연륜도 나타나지만 삶의 모습도 나타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병수라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재밌었어요. 그 고민대로 완전히 얼굴에 나타나주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의 흔적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민 하지 않고 연기를 하면 고민하지 않은 것이 티가 나요. 고민을 했는데도 안 나올 수도 있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설경구는 영화 속에서 노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모습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의 특성상 경험담도 들을 수 없으니 많은 고민을 하게 했을 터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참고한 작품은 없었을까.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습니다. 요양원에 있는 치매에 걸린 노인분들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병수처럼 일상이 액티브한 분들이 아닌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의 내용이었는데 그 분들의 얼굴이 조금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힘을 뺀 아기 같은 모습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참고를 했던 것 같아요.”

▲ 사진제공=(주)쇼박스‘살인자의 기억법’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대로 차용한 만큼 소설과 비슷한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

“소설에는 없는 안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설정을 추가했어요. 실제 알츠하이머 분들이 증상이 시작 될 때 그런 경련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억을 잃는 시작점을 영화적 약속, 포인트로 경련을 택했어요. 기억을 잃은 병수의 모습은 영화 속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원작을 읽지 않으려고 했다던 설경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결국 책을 구입해 단숨에 읽었다고 한다. 설경구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했다. 소설의 강렬함이 머릿속에 남아 영화를 보는 내내 소설이 생각날 것 같다는 것.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는데, 영화는 또 다른 창작품이라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예 제목과 뼈대만 갖고 온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는 수미상관을 이룬다.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에도 등장해 혼란스러운 병수의 표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명쾌한 결말을 선물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끝났지만 병수는 이런 상황을 또 반복 할 것 같아요. '저 사람 또 기억을 잃어서 반복되겠구나' 하는 느낌으로. 계속 뒷내용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자기도 모르게 몸이 익힌 습관으로 은희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표를 찍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 사진제공=(주)쇼박스‘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의 화제성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얻기도 했지만 설경구를 비롯한 설현, 김남길이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두 배우와는 어땠을까.

“두 사람한테는 고마워요. 김남길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설)현이와 저의 관계를 설명해 준다면, 김남길씨가 등장하고부터 소름이 돋고 더 영화에 집중하게 됐어요. 맑은 웃음을 짓는 편한 얼굴에서 나오는 서늘함이 있어요. 설현씨는 영화를 보고 놀랐어요. 잘하더라구요.”

설경구는 늘 배우에게 어려움을 주는 작품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차기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크랭크업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설경구는 추석 이후 이수진 감독의 ‘우상’의 촬영을 할 예정.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 받아야 할 입장이에요. 한 겨울에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한데, 고생을 원 없이 할 것 같은 영화에 출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병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설경구는 관객들이 소설과는 다른 영화의 매력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바람처럼 영화가 원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며 극장가를 점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9월 6일 개봉.

김윤기자 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