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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원라인’, 혼돈의 화폐개혁 그 속의 작업 대출

기사 등록 2017-03-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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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원라인' 포스터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지폐 구권에서 신권으로 바뀐 지 10여년이 흘렀다. 2005년 당시 정부는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게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상승한 물가수준에 맞춰 화폐사용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때맞춰 아날로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던 2005년은 대한민국 경제시장의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을 작업 대출업체의 입장에서 바라본 ‘원라인’이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작업 대출'계의 전설 베테랑 장과장(진구)을 만나 업계의 샛별로 거듭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민재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다. 민재와 장과장의 우연 같지만 필연 같은 만남으로 민재는 하루아침에 큰돈을 만지게 된다. 민재가 대출자들에게 수수료를 수금해 오는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그는 누구보다 가난의 설움을 알고 있어 이를 이용했던 것. 민재는 대출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고 대출자들은 수수료로 갚았던 것이다. 또한 타고난 머리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적절히 타 더욱 대성할 수 있었다.

장과장은 대출자들의 기본 정보 없이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다. 단숨에 어떤 대출을 이용해 몇 퍼센트의 이율로 최대 얼마까지 대출 받을 수 있는지 까지 파악이 가능했고 이는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를 입증한다. 또한 대출자를 인생의 나락으로 빠트리는 일명 3D대출(전세 대출, 보험 대출, 자동차 대출)은 “절대 권유하지 말라”는 그의 신념에서 일말의 양심은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 사진=영화 '원라인' 스틸컷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2005년에서 2006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현재가 아닌 10여년의 과거로 설정한 것은 당시 많은 것들이 개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극 중 VHS(비디오 테이프), 플립폰을 사용하고 USB 8GB를 보고 놀라는 모습들에선 과거 상황을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2005년은 작업 대출이 활개를 치던 시기였다.

작업 대출은 돈이 필요하지만 은행 대출이 되지 않는 대출자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의 자격 조건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것이다. 극 중 작업 대출업체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들은 말한다. “생각처럼 그렇게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냐. 오히려 대출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는 양경모 감독이 발로 뛰어가며 만난 실제 인물들의 의견이었다. 양경모 감독은 부조리한 일을 함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쫓아가 보니,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진 서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 모든 것들을 작품에서 본질적으로 그렸다.

진구는 전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불야성’ 등 우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동안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는 모습들과는 달리 이번 ‘원라인’에서는 넉살 좋은 캐릭터를 선보인다. 진구는 장과장에 대해 ‘능구렁이’라고 칭한 만큼, 특유의 제스처와 넉살 좋은 표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모범적인 이미지를 선보였던 임시완은 이번 영화에서 다채로운 모습들을 선보인다. 고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때는 애니메이션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맑은 눈동자로, 궁지에 몰리거나 자신의 두뇌를 이용해야할 때는 날카로운 눈빛만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 사진=영화 '원라인' 스틸컷

이번 작품을 계기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떠오른 박병은은 ‘원라인’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피를 부르는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무표정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의 시종일관 날선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소름 돋게 만든다.

양경모 감독은 단편영화 ‘일출’(2015)로 제 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극 중 인물들이 사용하는 소품뿐 만 아니라 엔딩 곡, 민재의 사무실에 있는 사소한 연출까지도 신경을 썼다. 양경모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원라인’을 통해 “해답을 찾지는 못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과 돈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원라인’의 관객들은 영화를 접한 후 질문을 나누며 작품의 여운을 즐길 수 있을까. ‘원라인’은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b33151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