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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천천히 내려오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8-03-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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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51k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배우 소지섭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정통 멜로 영화'로 관객 앞에 선 소지섭의 연기에 관객들은 웃다가 또 운다. 그는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만의 우진을 만들어내며 또 한 번 배우 소지섭의 힘을 증명했다.

극중 아내 수아를 먼저 떠나보낸 후, 어린 아들(김지환)과 단둘이 남겨진 우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소지섭을 최근 서울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전,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죽음을 맞은 아내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지섭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단번에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고. 그는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거절했어요. 제가 한 아이의 아빠라는 모습이 상상이 안가서요. 머릿속으로 그려져야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그려지지가 않더라고요. 근데 시나리오가 워낙 좋고 지금 멜로 영화가 잘 안 만들어지잖아요? 따뜻한 사랑 얘기가 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그러나 그의 우려와는 다르게 영화 속 소지섭은 아들 지호(김지환) 완벽한 부자 케미를 자랑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역을 처음 만나고 '다음에 만날 때 아빠라고 불러'라고 했죠. 친해지려고 몸을 많이 이용한 것 같기는 해요. 같이 있는게 어색하면 안되니까요. 어떤 주제로 같이 얘기하면 3번 이상 넘어가지를 못했어요. 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 이어질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몸으로 많이 놀아줬죠. 선물도 주고."

▲ 사진=51k
관객들이 처음 보기에는 영화 속 소지섭이 연기하는 우진과 배우 소지섭은 상반된 이미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매사 어설프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우진과 소지섭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지섭은 "우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을 꺼냈다.

"연기로 내려놓은 지는 오래됐어요. 저는 제 자신을 알잖아요. 우진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재미없고 엉성하기도 하고. 대중분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말고 제가 혼자 살아가는 모습이 그래요. 연기하면서 굉장히 편했던 것 같아요"

소지섭은 손예진과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남매 호흡을 맞춘 이후 1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부부'로 만나게 된 손예진에 대해 "역시 멜로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로하면 (손)예진 씨가 떠오르잖아요. '맛있는 청혼'을 찍고 난 이후에도 거의 친분이 없었고, 광고할 때만 잠깐 만났죠. 그래도 예전 기억이 있어서 둘 다 편안한 느낌은 있었어요. 예진 씨는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이 있어요.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줘도 자기의 느낌이 있어서 더 하고자 하는 욕심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많은 걸 시도하고 준비한 게 티가 나던데요. 정말 잘해요. 좋은 기운을 풍기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날 소지섭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 손예진과 부부로 열연하며 완벽한 케미를 선보였기 때문.

"결혼은 해야죠. 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많은 부분에서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도 꼭 갖고 싶고요. 그래도 절대 아이가 목적은 아니고 저는 아내가 먼저 일 것 같아요"

소지섭이 상상하는 남편 소지섭과 아빠 소지섭의 모습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아내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항상 머릿 속에 그려놓고 있다는 그는 앞모습은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웃는 모습의 앞모습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일찍 결혼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니까요. 결혼은 타이밍인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맘 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닌게 결혼이죠"

▲ 사진=51k
또한 소지섭은 인터뷰 내내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향해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를 찍는 내내 희한하게 행복한 기억이 많다며 희미하게 미소를 띄기도.

"남녀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만들어지고 사랑받지 않을까요? 더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멜로를 좋아하기도 하고 잘 안만들어지니까 보고싶기도 하고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과도한 수식어가 붙기 보다는 그냥 가슴은 따뜻하고 눈에서는 약간의 눈물이 흐르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소지섭은 지나온 연기 인생보다 더 오랜 시간을 대중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천상 배우'였다. 자신의 연기를 꺼내보고 또 되짚으며 앞으로의 연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는 배우다 보니까 항상 제 연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보여요. 근데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도 더 잘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얻고 싶거나 고민이 있을 때 제 작품을 꺼내보면 항상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소지섭은 아직도 톱스타다. 많은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 그러나 소지섭은 자신 스스로 '천천히 내려오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인기가 내려간 지는 꽤 됐죠. (웃음) 천천히 내려가는 것 같고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부담감이 덜하고요. 또 그래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소지섭이기에 그는 아직도 배우 소지섭을, 인간 소지섭을 찾아가고 있다.

"대중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매력이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대중들이 저를 보는 이미지가 굉장히 다양하겠죠. 저는 그냥 연기를 하다보면 새로운 저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지금도 계속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