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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싱글라이더' 감성 영화? 반전 위한 감성 표방 영화

기사 등록 2017-02-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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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가 잔잔하고 감성으로 가득한 영화 ‘싱글라이더’로 돌아왔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이주영 감독과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싱글라이더’는 가족들을 호주로 보내고 안정적인 삶을 영유하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은 부실 채권 사건에 휘말리면서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강재훈이 느끼는 쓸쓸함과 호주에 있는 아내 이수진(공효진)과 아들의 행복한 시간들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영화로 첫 상업 영화 데뷔를 치룬 이주영 감독은 이날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고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는 촬영이 진행된 호주의 밝은 풍광과는 별개로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전개됐다. ‘싱글라이더’는 주인공 재훈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기에 그가 느끼는 쓸쓸한 감정이 한껏 묻어나는 영화였다. 이병헌은 최근 ‘내부자들’ ‘마스터’ 등 스케일이 큰 영화들에 주로 출연하며 흥행 보증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카리스마를 모두 버린채 잊고 살았던 가족이란 존재에 후회, 미련을 느끼는 인물을 차분하게 표현했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 대해 “한동안 액션, 범죄, 비리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오랜 시간 동안 유행해왔고, 그러다 보니 나 또한 그런 작품들 위주의 시나리오를 받아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감성 가득한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받게 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병헌은 영화 속에서 절절한 부성애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한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아이가 있어서 그 느낌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아들로 나온 아이와 작은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누던 장면을 언급하며 “시나리오에 있는 장면 이상으로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고 깊게 몰입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이병헌의 눈빛 연기였다. 그는 대사를 최소화한 상황에서 눈빛만으로 애절하게 끓는 가족들에 대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먼 발치에서 가족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강재훈의 모습이 매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뿜어내며 이병헌의 탄탄한 연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는 “찍으면서도 이렇게 대사가 없는 영화였나 싶었다”면서 “간단하고 금방 끝날 수 있는 촬영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세한 감정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작업이 됐다”고 감정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병헌이 감성 영화의 전체적인 감정을 책임졌다면 공효진은 극중 호주에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강재훈의 아내 이수진으로 분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 남겨진 재훈의 쓸쓸함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관객들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재훈의 쓸쓸함을 더 크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강재훈의 쓸쓸함을 너무 의식해서였을까. 이번 작품에서는 공효진의 연기력이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병헌의 원맨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공효진은 “사실 화장실에서 울던 장면이 제가 연기한 전부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공효진이 연이어 ‘엄마’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것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공효진은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다”면서 “사실 여성으로서 관객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모성애’가 아닐까 생각했고, 아이와의 호흡이 그런 부분에서 가장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미씽’이 아이와의 관계가 핵심이었다면 여기는 남편과의 마음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씽’과의 차별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효진은 이날 영화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가족들 주위를 맴도는 재훈의 소극적 행동이 답답함을 쌓아가고 그 답답한 감정들이 클라이맥스에서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전체적으로 재훈의 행동에 대한 의문점을 안고 전개된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대사들이 결말에 대한 반적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지난해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안소희는 극중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학생으로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도와준 재훈과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안소희는 극 전반에 숨어있는 비밀에 대해 “반전포인트가 어디라고 말하기 보다는 중간 중간에 숨어있는 단서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영화의 장르와 전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효진은 "'미씽'을 찍고 난 후에 느낀 게 있다면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감정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작품도 영화가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각자 다른 감정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앞만 보고 가면서 소중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감독과 배우들은 시종일관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주제와 감성이라는 장르적 특별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전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과 달리 영화는 반전을 위한 장치와 캐릭터, 장면들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극의 몰입을 깨며 주제를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출연한 배우들의 만족감,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반전에 치우치지 않고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남기도 했다.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