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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국카스텐, 하늘로 쏘아올린 제왕의 사운드 ‘스콜(Squall) 서울 앙코르’

기사 등록 2016-08-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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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명실상부 ‘역대급’ 밴드 국카스텐이 최고의 사운드로 관객들에게 ‘청각정화’를 선사했다. 전국투어 ‘스콜(Squall)’의 마지막 공연을 다시 서울에서 펼친 국카스텐은 멤버들이 각자의 실력으로 엮어낸 음악을 들려줬다.

21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밴드 국카스텐은 ‘전국투어 스콜(Squall) 서울 앙코르’을 열어 지난 6월부터 계속된 전국투어 공연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온 자신들의 음악세계와 방송에서 들려준 커버곡들을 함께 선보인 이 자리를 통해 국카스텐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새로운 반환점을 돌았다.

강렬한 베이스음에 서서히 빗소리가 깔리며 무대의 시작을 알린 국카스텐은 이번 공연이 관객들의 더위를 날려줄 ‘소나기’ 같은 공연임을 암시했다. 폭풍의 전조처럼 서서히 커지는 음향 위로 피아노가 깔렸고 멤버들은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를 오프닝곡으로 꺼내들었다.

이날 공연에는 다양한 무대 조명과 장치가 사용됐다. 2집 '프레임(Frame)' 이후 국카스텐이 강조해왔던 네모난 형태는 정육면체의 공중스크린과 무대를 감싼 조명, 그리고 3단 계단식의 무대로 표현됐다. 또한 관객들에게 야광 팔찌를 증정해 실내경기장 전체를 휘감는 또 하나의 조명을 창조했다.

또한 돌출된 중앙무대로 보컬 하현우가 자유롭게 관객들과 ‘노는’ 공연이 되기도 했다. 첫 곡부터 무대를 오가는 하현우는 특별한 기교없이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며 실력이야말로 무대를 빛내는 가장 큰 무기임을 입증했다.

이후 이들은 2집의 타이틀곡 ‘변신’으로 곡을 이어갔다. 하현우는 “저희와 함게 변신할 준비가 되셨나요?”라고 물은 후 곡을 시작했다. 녹색으로 점철된 무대는 곡의 초현실적인 느낌을 살렸고 멤버들은 곡을 변주해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했다.

무대 양 옆에 위치한 스크린에서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는가 하면, 중앙의 큰 스크린에서는 제작된 영상이나 그 위에 멤버들의 모습을 겹치는 식의 영상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영상은 대개 파괴, 분열, 이질적인 조합 등을 강조해 국카스텐 특유의 사이키델릭함을 부각시켰다.

이후 이어진 곡에서 하현우가 기타를 들고 본격적으로 ‘4인 체제’을 알렸다. 2집의 수록곡 ‘감염’을 보이스 이펙터를 사용해 강렬하게 시작한 후 공연의 맛을 살리는 ‘곡의 느낌’에 맞춰 변주된 라이브를 선사했다. 또한 기타리스트 전규호와 드러머 이정길의 연주 장면도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며 관객들의 에너지를 이끌어냈다.

‘매일매일 기다려’ 이후 잠시 멘트 타임을 가진 하현우는 "기자회견도 했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가 걸어왔던 길과 상황들이 생각났다. 우리가 내다봐야할 미래, 그 불안함을 헤쳐 나가는 진정한 챌린저"라는 능청을 떨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올해 들어서 노래를 이렇게 많이 불러본 적이 없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도 서른 중반인데, 슬슬 몸 관리를 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다가도 예상외로 제 보컬 실력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됐다. 그래서 노래라는 건 제대로 된 발성법으로 시작하면 끊임없는 느는거구나 생각하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등 노래할 때와는 전혀 다른 ‘비글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이어진 무대는 하현우가 “어릴 때 듣고 충격을 받았던 곡”이라고 소개한 신중현의 ‘봄비’였다. 그는 이 곡을 소개하며 “음악의 매력은 각자 개인에게 돌아올 때 각자의 스토리가, 인생에 맞춰진 것이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대의 가림막이 내려와 곡의 애절함을 더욱 살렸고, 그동안 국카스텐의 무대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정통적인 락발라드 무대를 꾸몄다.

이어 국카스텐은 2집의 수록곡 ‘깃털’을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깃털의 영상과 무대의 리프트를 사용해 떨어지는 것의 위태로움을 표현했다.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켜 첫 EP '테그트라움(Tagtraume)'의 ‘붉은 밭’으로 무대 전체와 관객들의 팔찌를 모두 붉은 색 조명으로 채웠다. 또한 곡의 중반 파란색 조명을 교차시키며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가는 낙차를 만들어냈다.

다음 곡인 1집의 ‘파우스트(Faust)’ 역시 적색과 청색을 극대화하고 중앙 영상은 멤버들의 상하 반전된 영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살렸다. 그리고 곡의 중간, 전규호의 기타 연주와 보이스 이펙터 파트가 새롭게 삽입돼 환상적인 느낌을 더했다.

하현우는 "음악하길 정말 잘했다. 그 전에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심지어 메추리알도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안 사주셨다“라며 ”지금은 도시락도 싸주신다“라고 재치있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으로 가질 수 없는 참담함과 슬픔들이 억울했다. 사람들을 만나도 이런 사람들(멤버들)을 만날까“라며 농담 섞인 과거를 밝힌 후 ”그런 억울함과 분노로 음악을 했다. 그런 억울한 감정, 불량품이 된 거 같은 제 존재를 음악을 하면 잊곤 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매달렸던 것 같다“라고 국카스텐의 음악적 근본을 밝혔다.

“힘들게 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증명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대신해주신 것이다. 힘들 때도 늘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 여전히 저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국카스텐은 ‘펄스(Pulse)’의 연주를 시작했다. 녹색으로 심장박동을 표현한 무대 이후 흑백 영상으로 도시의 일그러진 이미지를 담은 ‘도둑’으로 이어진 공연은 전규호의 독보적인 기타 연주와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변주로 공연의 분위기를 더했다.

다음 곡은 2집의 수록곡 ‘저글링’이었다. 콜라주 형식의 영상과 함께 멤버들은 연주에 퍼포먼스를 더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현우는 이 곡을 “손 위로 계속 무언가 지나가지만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한 문학적인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복면가왕’에서 선보였던 ‘하여가’를 꺼내든 국카스텐은 이번에도 전규호의 기타 솔로 연주를 들려줬다. 이후 다시 기타를 메고 멘트 없이 연주를 시작한 하현우는 점차 점층적으로 악기를 쌓아간후 1집의 타이틀곡 ‘거울’을 시작했다. 이 무대에서는 베이시스트 김기범이 2단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에게 퍼포먼스를 보이고 이정길이 상의 탈의를 하는 등 뜨거워진 공연장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 차례 다양한 퍼모먼스를 보인 국카스텐 멤버들은 ‘싱크홀(Sink Hole)’로 ‘테크니션’다운 연주력을 관객들에게 과시했다. 형형색색의 추상화에 가사에서도 나오는 ‘손’의 이미지를 덧붙인 영상이 곡의 감성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또한 하현우와 김기범이 무대 양측에서 화려한 연주를 선사해 무대의 열기를 더했다.

“마지막 곡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기타의 긴 여음으로 자유자재로 관객들과 ‘밀당’한 국카스텐은 ‘꼬리’를 하현우의 작은 목소리로 시작했다. 불 무대효과와 영상, 그리고 붉은 조명으로 곡의 이미지를 강조한 이번 무대의 말미에서 멤버들은 무대에 드러눕거나 자리에서 점프를 하는 등 에너지를 쏟아부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무대에서 국카스텐이 퇴장한 이후 관객들은 아쉬움에 앵콜을 연호했다. 이에 하현우는 무대에 등장해 피아노 세션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요청해 능청스럽게 ‘조율’하기도 했다. 그가 중앙무대로 나서자 피아노 세션은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고 하현우 역시 장난스럽게 문워크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는 “앵콜을 안 외치셨으면 안 나오려고 했다”며 ‘걱정말아요, 그대’를 앵콜곡으로 선정했다. 홀로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맞으며 곡을 시작한 하현우는 1절 이후 중앙 무대 리프트를 이용, 화려한 실력과 곡의 감성을 모두 담아냈다. 팬들도 핸드폰 플래시를 켜며 아름다운 화합을 보이기도 했다.

하현우는 "연습 때는 리프트 무서웠는데 관중들이 있어서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후 기타 솔로 연주로 ‘붉은 밭’의 일부를 홀로 부르는 등 '밀당'을 하더니 아직 정식 음원을 발매한 적 없는, 그러나 국카스텐의 전신이었던 밴드 더 컴의 ‘나침반’을 들려줘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다음 곡으로 ‘로스트(Lost)’를 뽑은 국카스텐. 하현우는 “군대 간 친구에게 시를 써 편지를 보냈다. 그 때 그 친구가 ‘너의 이 시가 네가 쓴 게 맞냐’며 ‘넌 음악 할 게 아니라 시인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대의 방황과 고통, 난해함을 넌 이 시로 잘 표현했다고 했다. 그게 인상 깊어서 이곡으로 쓰게 됐다. 20대 분들이 들으면 공감이 많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맨드레이크(Mandrake)’를 연주하던 국카스텐은 곡 중간 하현우를 통해 멤버와 세션 소개를 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에피소들을 허물없이 털어놓으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낸 국카스텐은 여느 때보다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으로 장식됐다. 하현우는 관객들에게 “저희는 초심을 잃을 수가 없다. 너무 고생했다. 초심은 몸이 기억한다”며 “저희가 가지고 있던 열정이 나이 먹어서도 잃지 않고 음악마 열심히 하겠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는 또 “초창기 팬들은 알겠지만 발전하는 저희 모습은 그분들과 함께 향유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제일 중요한건 건강이다. 고기는 오리고기가 좋다. 그런거 많이 드시면서 건강하게 우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확인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농담 섞인 진심을 관객들에게 전한 후 국카스텐 멤버들과 무대에서 물러났다.

관객들은 이후에도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공연장에 흘러나오는 국카스텐의 곡에 맞춰 ‘떼창’을 하는 등 여운을 즐겼다. 그야말로 팬들에게는 축제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국카스텐은 이번 공연 이후에도 “올해는 공연을 열심히 하겠다”라고 밝히며 또 다른 전국투어 공연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그저 ‘밴드’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국카스텐이 또 어떤 무대를 선사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인터파크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