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커터' 최태준 “촬영 직후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슴이 더 아팠어요”

기사 등록 2016-03-29 06:1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스크린을 쥐락펴락했다. 영화 ‘커터’에서 세준 역을 연기한 최태준은 극중 세준이 학생들을 다루듯 영화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조절했다. 윤재(김시후 분)가 다소 소극적인 모습으로 극의 주제를 전했다면 그 곁에서 세준은 때로는 조력자로, 때로는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커터’의 재미를 더했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최태준을 만났다. 한창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로 바빴던 시기에 촬영했던 ‘커터’를 두고 그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잖아요. 이런 기회가 와서 너무 좋고, 극의 중심이 돼서 대사를 하는 것도, 감독님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았어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상영할 때도 긴장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 것과는 달리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준은 기분좋은 농담도 하고 자신의 소감을 솔직하게 밝혔었다. 다소 날카로운 지적도 나왔던 자리였지만 그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며 작품에 대한 다양한 반응도 수용할 만큼 깊은 애정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 큰 스크린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설렜어요. 배우로서 그런 자리에서 답변을 한다는 게 기뻤고 또래 배우분들과 함께 자리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기분 좋았습니다.”

그는 ‘커터’ 촬영 당시 바빴던 자신의 상황과 배우들과에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대역인 김시후와는 3살 차이가 나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찰떡궁합’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좋은 호흡을 보였다. 최태준은 “배우들과 사적인 시간이 적어서 많이 아쉬웠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촬영 회차도 적고 저도 드라마랑 병행하다보니 배우들끼리 장난도 못 치고 다음 장면, 연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따로 식사자리를 갖거나 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체력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다 이겨낼 만큼 재밌었고 욕심이 났어요. ‘부탁해요,엄마’ 속 인물과는 상반된 성격을 받은데다 또래 배우 분들과 연기 할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칠 새 없이 재밌게 했던 거 같아요. 힘들수록 기억에 남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떠올리면 애틋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커터’는 대개 윤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다. 윤재가 처한 상황과 그가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선택들에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세준이 겉도는 것은 결코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세준이 없었다면 영화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속으로 삼키는 윤재와 겉으로 표현하는 세준이 있을 때 비로소 ‘커터’는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 아이디어는 윤재가 운동장보면서 은영이 훔쳐보는 장면에서 장난삼아 속이는 장면이었어요. 처음부터 친하게 하는 거였는데 세준이라면 그런 윤재를 놀리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누가 내 번호 알려주래?'라고 무겁게, 장난으로 먼저 다가갔습니다. 제가 그런 민감한 문제에 이런 방법으로 받아치는 편이라서요. 그런 게 들어가서 더 재밌었어요.”

이렇듯 최태준은 세준에게 딱 맞는 옷처럼 보여졌다. 김시후가 “작품 속 배역이랑 잘 맞아서 놀랐다”라고 언급했듯 그가 아닌 세준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고등학교 때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게 ‘커터’에 도움이 됐는지 물었다.

“저는 아역생활을 하고 쉬었어요. 그래서 다행히 학창시절을 친구들과 보낼 수 있었죠. 계속 배우를 해왔다면 내공을 더 쌓았겠지만 이런 점에선 후회가 없어요. 지금의 제 친구들이 다 그때 친구들이예요. 같이 학원도 다니고 수학여행도 가고. 이런 건 돈을 주고 살수 없는 기억이잖아요. 배우 이전의 내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이 있어서였을까, 최태준은 김시후와 연기를 하면서 돈독한 두 사람만의 관계를 구축해나갔다. 때로는 집착처럼 보이는 상황들도 두 사람의 연기에는 설득력있게 풀어졌다. 현장에서 김시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시후형은 집중력이 되게 좋아요. 대화는 항상 많이 했고요. 제가 뭔가를 준비할 때 서로 리허설을 많이 했습니다. 돌발적인 애드립보다는 리허설을 하면서 서로 맞춰나갔죠. 감독님도 그런 식의 연출을 지향하셨어요. 은영을 맡은 (문)가영이가 현장 오면 외롭다고, 윤재와 둘 사이에 낄 부분이 없다고 농담하곤 했어요. 세준에게는 은영 같은 친구는 많다보니 은영에게 관심이 없는 장면이 많았죠. 그래서 끝나고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다소 무거운 소재인 ‘10대 범죄’를 다룬 ‘커터’는 윤재와 세준을 통해 미시적인 시각과 거시적인 관점을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과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지적하기보다는 이들의 만남이 왜 이렇게 치닫게 되는지를 그리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에 최태준 역시 “촬영 직후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슴이 더 아팠어요”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뉴스 보면서 무뎌지는 순간이 많았아요. 그렇지만 이젠 아동학대, 청소년 범죄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커터’ 역시 작은 관심 하나면 이런 비극이 되지 않았을 이야기예요. 그러나 현실은 더 무심하고, 더 무섭고 슬픈 일들이 많아요. 대한민국 사회의 정이 사라지기도 했고 어떤 관심이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것 같아요. 안타깝죠.”

최태준에게 여성팬들이 많이 볼 것 같은지 묻자 그는 쑥스럽게 웃으며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라며 소년처럼 대답했다. 기타를 치는 장면을 위해 실제로 기타 연습까지 같이 했다는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무언가를 이뤄내기란 참 쉬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세준과는 사뭇 다른 풋풋한 매력으로 ‘커터’의 개봉을 기다리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커터’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었는지 물었다.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했죠. 또 이런 작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스크린 속 제 모습에 반성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저에게 너무 고마운 작품이에요.”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성찬얼기자 sean5347@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