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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김태리, 20대 청춘의 마지막을 보내며 만난 '리틀 포레스트'

기사 등록 2018-02-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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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오서린기자] 사계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미와 다양한 삶을 그린 스토리로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로를 전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십대 청춘의 모습을 대변한 주인공 혜원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와 만나 작품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 작품을 먼저 본 뒤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소탈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그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을 연기하는 동안 자신과 닮은 점이 많았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본 혜원이는 독립심이 강하고 이기적인 면도 있고 나의 삶에 집중하는 느낌이 컸어요. 예를 들어 은숙이가 계속 터치가 있는 스타일인 반면에 혜원이는 뒤로 웅크리고 물러나는 캐릭터죠. 저는 혜원이랑 독립적인 점이 많이 닮았어요. 그런 면에서 자존심도 쎄고 비슷한 지점이 많아서 연기하는데 아무래도 사계절동안 촬영하다보니 김태리가 많이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스스로 합리화를 하자면 감독님께서 혜원이를 저한테 맡기신 건 제가 그러길 원하신거라 생각해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은 꾸밈없는 청춘 그 자체였다. 사계절에 따라 수없이 감정이 변하고 그 시간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깨닫고 느끼는 그의 모습은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다. 앞서 연기했던 ‘아가씨’, ‘1987’과 다른 감정을 표현한 김태리는 이번 작품에서 편안함과 어려움을 함께 느꼈다.

“외적인 부분으로 치면 ‘아가씨’나 ‘1987’보다 편안하고 오픈된 느낌이에요. 연기적으로는 쉽고 편안하기만 할 수는 없어요. 제가 했던 영화와 결이 많이 다르고 굉장히 풀어져있어서 오히려 어려운 지점이 많이 있었거든요. 일단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생각과 혜원의 감정을 표현해야함에도 안해야한다는게 판단하기 어려웠어요. 밥 먹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밖에 쳐다보는 장면을 찍다보면 지금 이게 가는 방향이 맞나 싶고 잘 와닿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김태리는 다양한 음식이 나오는 ‘리틀 포레스트’와 직접 요리를 하는 혜원의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제철에 맞는 재료들로 직접 요리를 해먹는 혜원의 야무진 요리 실력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들어가기 전에 푸드 스타일리스트분의 사무실에서 요리를 먼저 만들어봤어요. 완성된건 다 같이 나눠먹고 들어갔었죠. 요리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익히기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분들의 손짓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혜원이가 엄마로부터 배운 요리 지식과 경력이 있는 캐릭터라 야무지고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지난 2016년 ‘아가씨’로 충무로의 차세대 배우로 떠오른 김태리는 지난 2017년도 올해도 쉴틈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사이에서 ‘리틀 포레스트’를 촬영하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은 힐링이 됐었다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낸 그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저는 아직도 힐링이 필요한 상태인거 같아요.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힘들다’, ‘잘안된다’ 하면서 구체적인 이유가 없는게 창피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거 같아요.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 초조함과 삶에 쫓기는 기분이랄까요. 그게 어떤 분한테는 내려놓음이 될 수 있고 어떤 분은 강행 돌파가 되거나 혜원이처럼 고향으로 내려가서 머리를 정리하는게 해답이 될 수도 있어요. 무언가를 선택하더라도 잘못된 게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해요.”

영화 속 혜원은 취업을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한다. 시험 준비 외에도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배우가 안됐다면 직장인이 됐을 거 같다고 말한 김태리는 배우로서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해 가장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배우가 딱 맞는 직업 같지는 않아요. 이렇게 괴로울지 모르고 시작한거라 좀 더 재밌게 일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게 하면 제대로 못하잖아요. 그렇다보니 이게 맞는 길인가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아요. ‘아가씨’ 때는 안 믿었는데 ‘1987’때는 좋게 보신 분들의 말을 더 신뢰했어요. 다행히 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생각해요. 이번 작품도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는 마음도 있어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지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온다. 혜원이 그랬듯, 김태리에게도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충무로의 차세대 배우인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가 힘들 때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예전에는 잠이었어요. 근데 그건 어떻게 보면 현실을 도피하고 외면하는거죠. 좀 더 열려있는 힐링 공간을 생각해보면 산인 거 같아요. 가끔 너무 바쁘게 스케줄을 하다보면 산이 너무 가고싶은 때가 오거든요. 그러면 뭔가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탁’하고 놓아지는게 있어요. 북한산이 저희 집이랑 가깝기도 하고 재밌어서 자주 가요. 산에 같이 가는 친구도 한 명 있습니다.(웃음)”

어느덧 20대 후반을 지나 30대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때 묻지 않은 맑은 미소를 가진 김태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것에 도전하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20대의 마지막까지 ‘열일’하는 배우 김태리는 2018년도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일을 열심히 끝마쳐보려고 해요. 진짜 드라마 이후는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웃음) 처음 경험하는 분야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일단 열심히 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드라마 촬영은 아직 적응 단계에요. 뭐가 다른지 뭐가 힘든지 그런 것들 하나하나 겪어가고 있습니다. 사전 제작이라 좀 여유롭게 하는거 같아요. 아마 ‘리틀 포레스트’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드라마 촬영에 박차를 가할거 같아요.”

쉴 틈 없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 돌아온 포근하고 편안한 고향집은 혜원에게 ‘리틀 포레스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자신의 삶에 맞는 레시피를 찾은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처럼 김태리의 작은 숲은 어떤게 있을까.

“지금은 집에 있는 고양이랑 할머니의 집 밥,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인거 같아요. 원래 기르던 고양이는 오빠랑 살고 유기묘를 구조해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 김치볶음밥은 정말 특별한 맛이에요. 언젠가 그 비결을 꼭 배우고 싶어요.”

오서린기자 dgill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