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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소공녀’ 전고운 감독, ‘소수’를 위한 존중과 위로

기사 등록 2018-03-2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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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GV 아트 하우스 제공
[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가치관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소박한 것에도 만족하는 자, 아니면 부자가 되어 풍요롭게 살고 싶은 사람. 하지만 상황을 떠나 모두가 원하고자 하는 목표는 행복이라는 감정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살아가면서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 영화 ‘소공녀’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 ‘힐링’을 느끼는 미소(이솜 분)의 삶을 그린다. 단순히 ‘청년 실업’에 대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조용하게 지나갔던 이념은 물론, 폭력까지 풀어내고 있었다.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전고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만들 때 딱히 정한 프레임은 없었고 막연한 상태에서 촬영을 하니까 여러 ‘카테고리’들이 들어오더라고요.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청년실업에 대해서 접근한 건 아니었어요. 크게 봤을 때 소수에 대한 존경, 사람들이 서열화 된 순위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구조 안에 조금 다른 식으로 사는 삶에 대한 존중이 포괄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미소는 그 사람들의 상징이고요.”

극중 미소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가지각색이다. 대학 시절 ‘더 크루즈’ 밴드 멤버로서 결혼한 뒤 아파트까지 장만하지만 아내가 떠나가 버리고 대출금을 갚아야 되는 드럼 한대용(이성욱 분), 남편과 시댁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살아가는 키보드 정현정(김국희 분). 이와 함께 미소가 가사도우미로 일 해줬던 접대하는 직업을 가진 민지(조수향 분).

이들의 생활을 보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부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미소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밥을 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질타보다는 공감을 해주는 미소의 모습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지 않을까. 반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학 밴드 부원 보컬 김록이(최덕문 분)와 기타 최정미(김재화 분)와 미소의 이야기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준다.

▲ 사진=CGV 아트 하우스 제공
부모님의 뜻에 따라 결혼이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김록이는 자신에게 찾아온 미소에게 갑자기 결혼을 청한다. 남자친구까지 있는 미소가 당연히 이를 거부해도 김록이는 “그렇게 살바에 야 나랑 결혼할래”라며 무심코 얘기한다. 또한 최정미는 자신의 집에서 얹혀 살면서 담배를 피고 위스키를 먹는 미소에게 “염치없다”라고 전한다. 전고운 감독은 무의식 중의 폭력. 자신의 가치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부분도 은연 중 다루고 있었다.

“ ‘나는 농담인데’라고 하면서 자기가 어떤 폭력을 하는지 모른 채 당연시 하는 말들 있잖아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존중은 그런 폭력을 많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캐릭터. 전고운 감독이 처음 미소 캐릭터를 만들면서 떠올렸던 생각은 무엇일까.

“이 친구가 톤 조절이 되게 힘든 캐릭터였어요(웃음). 너무 현실적이면 재미없고 무엇보다 제가 미소로 가는게 힘들더라고요. 미소의 상황, 기분 등을 생각하는 것이요. 근데 제 친구들이 다 미소 같거든요. 가난하고 멋있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회가 정해놓은 순서대로 안 사니까 풀이 죽은 모습도 있더라고요.”

자신에게 힘이 됐던 남자친구인 한솔(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 뒤, 미소는 홀로 살아가게 된다. 이후 영화의 마지막이 다다랐을 시점. 미소는 백발이 돼 잠깐 등장한다. 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고 말했던 미소. 전고운 감독은 이 같은 장면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사람들이 젊어 보이려고 하는데 다 내려놓은 여성의 사라져 가는 느낌?. 친구들끼리도 돈을 버는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고 나랑 다른 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밀려나게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회에서 살아가는 죽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해요.”

▲ 사진=CGV 아트 하우스 제공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는 작품. 관객들이 ‘소공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제 각기 다를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전고운 감독은 관객들에게 무언가의 감정을 강요하진 않았다.

“영화를 그냥 마음대로 상상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렇게나 편하게, 어떤 사람은 깊게 느끼실 분도 있으실 것 같고 그 부분은 제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106분의 러닝타임 속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으나, 전고운 감독의 유머코드까지 녹아있어 웃음이 터지곤 한다. 조금은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는 부분을 전고운 감독은 웃음으로 덜어내면서 부담감을 줄였다. 이와 함께 주연급 못지않은 조연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위로와 감동 그리고 ‘힐링’의 메시지. 오늘(22일) ‘소공녀’가 전해주는 판타지는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 것이다.

한동규기자 eor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