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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질투의 화신’ 서지혜 “‘욕지혜’? 더 차지게 할 수 있어요”

기사 등록 2016-11-1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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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2016년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열일(열심히 일하다의 줄임말)’했다. 총 54부작인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부터 24부작 SBS ‘질투의 화신’까지 약 11개월을 드라마 촬영에 매진하며 꾸준히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것. 배우 서지혜에게 2016년은 ‘터닝 포인트’가 된 한 해였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지혜를 만나 ‘질투의 화신’ 관련 및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극중 보도국 앵커 출신 청와대 홍보수석의 딸이자 아나운서인 홍혜원을 연기했다. 특히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감 넘치고 당찬 캐릭터로 ‘서지혜표 걸크러쉬’를 탄생시켰다. 서지혜는 “홍혜원 역할을 좋아해주셔서 기쁘게 드라마를 끝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팅 때부터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시작했어요. (서숙향) 작가님이 원하는 것은 여자주인공을 괴롭히는 기존의 악녀 캐릭터가 아니었거든요. 특히 작가님은 본인의 성격에 맞춰 캐릭터를 그리는 스타일이셨어요. ‘그래 그런거야’ 팀에게 저의 성격에 대해 물어보셨더라고요. 누군가가 저를 ‘상남자’라고 얘기 하셨나 봐요. ‘욕도 하냐’라고 슬쩍 물어보셨는데, ‘안 하는 사람도 있냐’라는 대답에 홍혜원 캐릭터가 탄생됐어요. 조정석과 공효진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 있는 인물이자 이 커플을 응원하는 느낌의 캐릭터를 원하셨죠. 그런데 제가 의외로 응원을 받는 입장이 되니까 기분 좋았어요.”

홍혜원의 쿨한 매력은 ‘질투의 화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많은 이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고, 거친 언행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 직설적인 고백과 함께 일침, 디스는 여타 드라마 서브 여주인공과 다른 모습이다. ‘실제 성격일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서지혜는 완벽하게 소화했다.

“홍혜원은 시크하고 모든 면에 있어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캐릭터에요. 자기중심적이죠. 감정이 드러나거나 고뇌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친구라 실제 저와 비슷한 면이 있었어요. 완벽하게 홍혜원 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직진으로 말하는 편이죠. 그런 면이 비슷했어요.”

묵음 처리된 욕설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홍혜원의 반전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의 특유의 발칙함이 자연스레 녹아든 것. 서지혜는 홍혜원을 통해 ‘욕지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마음속에 쌓여있는 게 많구나, 나로 인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차지게 하고 싶었는데 징계를 받는 바람에 그 뒤로 하지 못했어요. 욕이 허용되는 방송사가 있다면 더 차지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고구마’를 먹은 듯 한 전개에 있어 서지혜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들이키게 할 정도였다. 옳은 말을 시원하게 내뱉는 그의 행동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줬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 전개에 있어 그의 분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쉽긴 하죠. 분량 욕심은 배우의 욕심이라 볼 수 있어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임팩트 있게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었고,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해서 만족합니다.”

극중 이화신(조정석 분)이 지질한 모습을 보일 때 마다 홍혜원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속 시원한 멘트를 날렸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케미(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 또한 극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였다. 서지혜는 조정석과의 호흡을 언급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배우를 잘 받아주는 배우에요. ‘질투의 화신’이 멜로, 코믹 장르인데 코믹요소를 탐내하시더라고요. 하나를 주면 받아서 뭔가를 하려고 하셔서 NG가 많이 났어요. (웃음) 애드리브를 즉흥적으로 하는데 촬영할 때 너무 웃겨서 힘들었죠.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에요. ‘어떻게 디테일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럽기도 했죠.”

홍혜원의 쿨한 매력은 이화신과의 키스신에서 폭발했다. 저돌적으로 키스를 하는 그의 행동은 ‘마초남’이라 주장하는 이화신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촬영에서는 녹록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키스신을 많이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하더라도 당해본 입장이었지 제가 한 적은 없었죠. 고민도 많았고 리허설도 많이 했었어요. 그 장면에서 조정석이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밀칠 때 마다 안경이 자꾸 비뚤어졌어요. 곤혹스러웠지만 방송에서는 저돌적으로 잘 나왔죠. 방송 후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에 빠져있는 친구 입장에서는 난리 났었죠. (웃음)”

이화신은 스스로를 까칠한 마초남이라 칭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보는 ‘사랑꾼’이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여성 시청자들은 그의 스위트한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옆에서 바라본 서지혜가 생각하는 이화신은 어떤 캐릭터일까. 그리고 서지혜의 실제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일까.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남자답고 마초적인 남자에요. 이화신은 여자가 봐도 두근거리고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에요. 제 남자친구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츤데레’ 스타일이 좋았어요. 제가 여성스러운 성격이 아니라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가 좋았죠. 나이가 들다보니 다정다감한 친구 같은,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을 생각해야하는 나이니까 바뀐 것 같아요.”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했으나 한 차례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서지혜는 권해효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질투의 화신’ 대본 일부를 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그는 문제가 된 사진을 즉각 교체한 뒤 “실수한 거 죄송합니다”라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

“큰 화면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저의 실수에요. 뉴스브리핑 장면을 촬영할 때 항상 테이블 위에 소품이 올려져있는데, (소품인 줄 알고) 대본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어요. ‘질투의 화신’ 팬들에게 스포일러를 하게 돼서 죄송스러웠어요. 확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한 해였기에 2016년은 서지혜에게 특별한 한 해로 여겨질 것이다.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많이 알아보신다”라고 답하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20대 초중반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중간에 슬럼프를 겪고 내려놓은 것이 있어요. 인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하고자 하는 게 중요한데 왜 그런 것에 연연했을까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마음가짐을 바꿨어요. ‘꾸준히 하다보면 더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해요. 업 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되새겨요. 또 연기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저 스스로를 다 잡고 있어요.”

2000년대 중반부터 드라마,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자신만의 연기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서지혜. 그는 아직도 배워야할 것이 많다며 스스로를 숙였다. ‘질투의 화신’ 속 ‘서지혜표’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처럼, 매 작품마다 인생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 만개할 서지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배워야할 게 많고 멀었다고 생각하죠.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만족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른다면 발전이 없어요.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들이 많은데 그분들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시죠. 저 까짓 게 뭐라고 여기서 만족을 하겠어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발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진=조은정 사진기자)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