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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위대한 소원' 안재홍 "'응팔' 사랑이 이 작품의 관심으로 이어져 기뻐요"

기사 등록 2016-04-1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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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때로는 ‘음’하고 생각하다가 부끄러운 듯 하하 웃곤 했다. 지그시 상대를 보다가도 문득 고개를 휙 돌리곤 또 하하 웃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주연으로 데뷔한지도 벌써 4년째인데 이렇게도 쑥스러워하는 배우라니, 배우 안재홍은 이토록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1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위대한 소원’의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제 VIP 시사회를 했는데, 지인분들도 오기도 했거든요. 그분들은 저한테 직접적으로 얘기해주시니까 조금 떨면서 봤어요.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재밌다고 많이들 해주셨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김동영, 류덕환과 함께 ‘절친 삼인방’ 중 갑덕 역을 맡은 안재홍은 작품 내에서 매순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냥 바보’라는 설명으로 요약되기도 한 갑덕 역을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었던 그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 정말 재밌었고 웃겼어요. 빨리 다음 장을 보고 싶을 정도로 전개도 신선했죠. 그 중 갑덕은 독특한 색깔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요. 감독님과 의논해보니 명료함, 분명함을 얘기하셨습니다. 그 부분이 저도 영화와 맞는 접근 방법이 되겠다 싶었죠. 대번에 ‘갑덕은 이런 인물이구나’라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안재홍은 그렇게 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성격을 가진 갑덕으로 거듭났다. 이후 그는 촬영장에서 김동영, 류덕환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중 어떤 것들은 실제로 영화에서 쓰이기도 했다. 그의 센스가 유독 빛났던 건 바로 ‘마대 자루’였다.

“저랑 동영이 건달에게 옷까지 다 빼앗긴 장면에서 원래는 제가 박스를 입는 거였어요. 커다란 냉장고 박스나 작은 박스를 ‘오즈의 마법사’ 양철로봇처럼요. 그것도 ‘트랜스포머’ 같은 재미가 있었겠지만 저는 이 상황 속 어린 애들이라면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주변에 있는 걸 집어서 입었겠다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정말 재밌었던 건 시사회에 오셨던 관객분이 전봇대 옆에 마대자루를 찍어서 SNS에 올리셨던 거였어요.”

이 장면 외에도 그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나눠가며 팀원들과의 유대감을 유지해나갔다. ‘위대한 소원’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밝혔듯 ‘가족 같은 분위기’였단다. 안재홍은 사실 류덕환, 김동영과 인연이 있었음을 넌지시 털어놨다.

“원래도 서로 알고는 있는 사이였어요. 제가 대학교 때 외부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게 됐는데 그 영화 주인공이 동영이었습니다. ‘굿바이 보이’라는 작품이었죠. 저는 대사 거의 없는 엑스트라였고 동영은 상대조직원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조직을 제압하는 장면을 같이 찍었습니다(웃음). 저는 사실 기억 못할 줄 알았는데 동영이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더라구요. 처음 만났을 때 반가워하면서 ‘신기한 인연’이라고 하더군요. 덕환이는 원래 알고 있었지만 같이 작품을 해본 건 처음이에요. ‘위대한 소원’이 전부 지방촬영이라 합숙을 하다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죠(웃음). 마음이 잘 맞았어요, 잘 통한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게 세 사람은 영화 속 고환, 남준, 갑덕처럼 ‘절친’이 돼서 영화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지원해준 건 함께 호흡을 맞춘 전노민, 전미선, 이한위라는 듬직한 중년배우들이었다.

“이한위 선배님은 이번에 처음 뵀는데 정말 멋있으세요. 촬영 들어갈 때는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기도 했죠. 시사회 때도 나오시마자 관객 분들이 웃으시더라구요. ‘위대한 소원’에 굉장한 존재감을 심어주신 거죠. 전노민 선배님은 유쾌하시고 재밌으세요. 저를 굉장히 예뻐해주시기도 했어요. 회식도 많이 해주셔서 출연료보다 더 쓰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좋으신 분들이에요.”

천연덕스런 연기가 그의 특기라지만 이번 ‘위대한 소원’에서는 다소 ‘과감한’ 장면까지 감수해가며 특유의 감각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는 그 장면에 대해 묻자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지워버렸어요”라고 고개를 저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위대한 소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류의 영화에요. 이런 B급 정서가 담긴 영화 중 ‘21 점프 스트리트’도 좋아합니다. 굉장히 독한 유머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죠. 이런 영화들을 좋아해요. 물론 우리 영화는 그 정도로 독하기만 하지는 않아요.”

그는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봉블리(정봉+러블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에게 그런 대중적인 인기를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인기에 부담되지 않는지 물었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드라마 덕분에 이 영화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셔서 좋아요. 재밌는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잖아요. 그 점에서 부담감이란 부분은 적습니다. 가장 기분 좋은 건 사람들이 반가워해주시고 알아봐 주시는 겁니다. 아직은 그게 불편함으로 다가오거나 저에게 변화주지는 않았어요. 마트에서 아주머니들이 엄청 반가워 해주셔서 기분 좋고 영광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막연한 상상이었던 건데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아서 이렇게 알아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적당히 까불고 평범했다는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단지 대학생이 되고 싶어서 영화과에 입학했다는 안재홍. 그때 처음 작업을 하면서 느낀 즐거움, 처음 느껴본 그 감정에 그는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보면 우연으로 시작했던 연기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안재홍의 모습을 보면 정말 운명이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한 채 그에게 영화 속 고환처럼 버킷리스트를 뽑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행 가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