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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미옥’, 여성 느와르의 시작을 알리다

기사 등록 2017-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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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모름지기 느와르물이란 남자들만의 전유물처럼 다루어져 온 장르다. 그 속에 존재하는 여성 캐릭터는 그저 트로피에 지나지 않으며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도구로 사용됐을 뿐이다.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은 느와르라는 장르에 여성 주인공을 접목시킴으로써 국내 영화계에 큰 한 획을 긋기 위해 나섰다.

‘미옥’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범죄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 분)과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분) 그리고 그들을 쫒는 검사 최대식(이희준 분)의 피 튀기는 격전을 그린 영화다.

자신의 감정을 꽁꽁 숨긴 채 보스의 비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왔던 현정은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으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순탄치 않다. 현정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상훈은 현정을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분투하고, 대식 역시 자신의 치부를 가지고 있는 현정에게 복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 악조건 속에서도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헤쳐 나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갈등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총격전은 느와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미옥’에서는 클라이맥스 부분의 현정의 단독 액션신 하나만으로도 그 의미를 다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 복수를 위해 총 한 자루만 든 채 적진에 뛰어 들어가는 현정의 모습은 처절한 심정과 더불어 묘한 희열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미옥’은 김혜수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혜수는 냉철한 모습을 하면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현정이라는 캐릭터 속에 완전히 녹아들며 여성 느와르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섬세한 감정연기부터 격렬한 액션 연기까지 자신의 진가를 백보 발휘하며 화려한 연기변신에 성공을 알렸다.

어쩌면 ‘미옥’의 나현정이라는 캐릭터는 김혜수가 맡음으로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연출을 맡은 이안규 감독이 “이 캐릭터를 품을 수 있는 배우는 김혜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김혜수는 나현정보다 더욱 나현정 같은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그만의 카리스마를 풍기며 영화를 이끌어나감으로써 ‘미옥’을 완성시킨 것이다.

▲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하지만 이런 ‘미옥’에도 한계가 있었다.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역할 등에 있어서 기존의 느와르 영화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 모성애와 사랑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성 캐릭터들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듯한 남성 캐릭터들의 모습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옥’은 느와르라는 장르 안에서 당당히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내밀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남성 중심의 영화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계에서,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라 일컫는 느와르영화들 속에서 ‘미옥’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준 셈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시작단계라 불완전할지 모르지만 분명 ‘미옥’의 영향으로 수많은 여성 중심의 영화가 극장가를 차지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최고의 배우들이 모여 만든 매혹적인 느와르 영화 ‘미옥’은 오는 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나연기자 delight_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