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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형’ 도경수①, 진중한 노력으로 완성한 그만의 고두영

기사 등록 2016-11-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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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선택은 신중하지만 행보는 거침없다. 평소 겸손한 성정으로 유명한 도경수는 말을 고를 때마다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가 내뱉는 문장에 망설임과 두려움은 없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확고하기 때문일까, 타인을 배려하는 언행과 커리어에 대한 확신 등 도경수를 빛나게 하는 모든 것은 바로 그 자신감이 원천인 듯 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이틀 전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영화 ‘형’(감독 권수경)의 완성본을 처음 봤다고 털어놨다. 1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가 이제야 개봉을 했으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을 터. 이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그는 '도경수답게' 아쉬운 부분을 먼저 털어놨다.

“지금 ‘신과 함께’를 촬영하는 중이고 얼마 전에는 ‘긍정이 체질’이라는 드라마도 촬영했어요. 그러고 나서 형을 보니 ‘지금의 나였으면 더 표현했을 텐데,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구체적으로는 대사 톤이나 대사할 때 목소리의 크기 같은 것들이요. (고)두영이의 감정을 조금 더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인은 ‘아쉽다’라고 표현했지만 ‘형’에서 그의 연기가 모자랐다기보다는 이후 다른 작품들을 겪으며 더욱 성장했기 때문에 차이를 느낀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경수는 불의의 사고를 겪고 시각장애인이 된 유도선수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열연에는 남모를 그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시각장애인 역이 부담됐죠. 걱정도 되게 많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내가 조금이나마 시각장애인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각장애인들의 심정을 천분의 일이라도 공감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간접경험을 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체험하는 곳을 갔어요. 눈을 떠도 안 보이는 그 곳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었던 것 같아요. 북촌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라는 곳이에요.”

물론 도경수는 어엿한 영화인답게 다른 작품에서 배역을 참고하기도 했다. 무려 그가 태어난 해에 개봉한 ‘여인의 향기’다. 그는 알 파치노 선생님의 맹인 연기는 너무 대단해서 감히 도움이 됐다고 할 수도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배우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가득 담고 있었다.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체험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두영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어둡지만 점점 밝아지잖아요. 그런 모습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그런 도경수의 감정을 더욱 이끌어내 준 것이 극 중 형으로 등장한 조정석이다. 도경수는 조정석과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얘기하다보니 감정을 잡는 것에 전혀 힘든 점은 없었다고 했다. 톤 앤 매너부터 도경수가 맡은 역할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 감정을 어떻게 표출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조언까지 이어졌다고.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정석이 형한테 배운 게 진짜 많아요. 순발력이나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들이요. 정석이 형이 저에게 네가 연기하는 방법이 맞기는 한데, 지금 하는 게 2라면 5나 7정도로 더 표현한다면 관객들에게 잘 보일 거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영화를 함께 이끌어간 조정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애드리브의 제왕’ 조정석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센스가 빛났던 것. 조정석의 연기를 보며 많은 관객들이 웃은 만큼 도경수 역시 조정석과 호흡을 맞추며 여러 번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제가 침대에 누워있고 정석이 형이 사우나 가자고 이불 당기는 장면이 있어요. 극 중 사이가 좋지 않을 때였는데 형이 너무 웃기게 이불을 당겨서 짜증을 내야 되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그래서 NG가 엄청 났어요. 권수경 감독님께서는 대사가 다 끝나도 컷을 잘 안하셨어요. 끝났는데 왜 컷을 안 하시지 하면서 정석이 형이랑 아무 쓸데없는 대화를 했는데, 거기에 집중하시느라 그러신 게 아닌가 싶어요. 감독님도 모니터 앞에 앉아서 계속 웃으시고, 저희끼리도 웃겨서 NG가 많이 났죠.”

그 외에도 형제애가 들어간 장면들은 정말 다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클럽 장면에서는 정석이 형뿐만 아니라 이도연 선배도 너무 재밌으셨다며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시사회에서 ‘실제로 키스를 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한 것은 정말 농담이었다고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형’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유도선수로의 변신 아닐까. 국가대표선수이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프로 유도선수답다는 느낌이 들게끔 해야만 했다. 가수와 배우활동을 하는 것만도 바쁠 텐데 따로 시간 내서 유도 연습까지 하던 그 시간들을 도경수는 아주 솔직하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 힘들었어요. 가수 스케줄 병행하면서 운동도 하고 유도 연습도 같이 했었거든요.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많이 쑤시기도 하고 그랬는데, 유도를 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 풀렸던 것 같아요. 온 힘을 다해서 사람을 이렇게 매치는 스포츠인데 그게 그렇게 짜릿한 줄 몰랐죠. 살면서 그렇게 단시간에 땀을 많이 흘려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운동을 한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유도선수 분들을 못 따라갔었습니다.”

그때 배운 유도 기술들은 영화 속에서 조정석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자신을 사람 취급도 안하고 향수도 막 갖다 쓰던 형이 얄미워 업어치기를 했는데 속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다행히도 유도 경기 장면을 촬영할 때는 옆에 무술감독도 있었고 실제 유도선수들이 쓰는 매트를 사용해서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차마 미루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수많은 땀방울이 적셔진 작품이기에, 흥행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도경수는 흥행에 대한 큰 욕심은 없어보였다. 물론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함께 고생한 영화이니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진짜 만족은 흥행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관에 가서 한 번 보려고요. 처음 시도해보는 거예요. 저는 관객 분들이 ‘형’을 보시고 같이 울어주시고 웃어주시고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요. 흥행도 되면 좋지만, 흥행보다는 보시는 분들이 행복해하시는 걸 보면 그게 너무 행복합니다.”

배우로서 도경수에 대한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연기자 jy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