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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유리정원’,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

기사 등록 2017-10-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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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잔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울림이 있다.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는 카피를 내세운 영화 ‘유리정원’은 주인공 재연을 통해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섬뜩한 모습을 보이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유리정원’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영화의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매력이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단순히 ‘재밌다’, ‘재미없다’라는 평가로 나눌 수 없는 영화라는 것이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충격적인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영화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재연 역을 맡은 문근영이다. 영화 속 세상은 재연에게 너무 가혹하기만하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는 것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후배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까지. 문근영은 그런 재연이 상처를 받으며 보이는 광기를 슬프고 애잔하게 그려낸다.

재연은 자신이 숲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는 녹혈구가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재연의 이런 순수함을 접한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응원하게 되고 남들보다 조금 느린 그의 발걸음에 보폭을 맞춰 걷게 된다.

녹혈구 연구를 하며 숲에서 사는 재연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대표작 하나 없는 소설가 지훈(김태훈)의 삶은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표절 시비를 건 사건으로 업계에서도 기피인물이 돼,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지훈이 생계를 위해 공사장 일까지 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환상 속에서 깨어나게 한다.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지훈이 재연을 만나고 그를 소설의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영화 속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지훈의 시선에서 보는 재연의 삶과, 영화가 보여주는 재연의 모습 중 어떤 것을 믿고 따라가며 감상하느냐에 따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재연이 상처를 받고 숨어버리는 숲의 모습은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게 살아 움직인다. 특히 숲에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생명성을 보여 스산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보여주는 영상미 또한 훌륭하다. 빛을 활용해 나무와 숲, 그리고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을 숲속으로 초대한다.

순수한 인물이 상처받고 오염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 ‘유리정원’, 영화는 상처 받는 모습을 그리지만 반대로 관객들이 치유 받을 수 있게 한다. 문근영은 재연을 통해 관객들을 치유하며 영화 속 자신의 ‘유리정원’으로 관객들을 초대할 수 있을까. 전국 극장가 절찬 상영 중.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