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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칼럼-넬의 음악이야기] 1부. 우리에게 콘서트란?

기사 등록 2012-12-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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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이 대세인 現가요계. 음악 사이트의 순위는 머무름 없이 바뀐다. 많은 음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국민가요'라 불리는 노래의 탄생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2001년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모던 록 밴드 넬(Nell)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컬의 김종완, 기타리스트 이재경, 베이스 이정훈, 드러머 정재원 등이 뭉쳐 가요계에 입문한 것.

감성적인 멜로디와 특유의 음색,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가사 등이 넬 음악의 포인트. 8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로 구성된 이들은 음반 전곡을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 레코딩 등 제작 실무적인 부분들은 모두 멤버들이 직접 담당, 자체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밴드다.

최근 이들은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다. '빠름'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나선 것. 새로운 싱글음반 '홀딩 온투 그래버티(Holding onto Gravity)'. '그래버티 3부작'이라는 큰 틀 안에 2장의 싱글과 1장의 정규 음반이 채워지는 형태다. 음악계의 실시간 차트 도입으로 음악의 흐름이 짧아지고, 감상의 호흡 역시 비례하게 된 가요계에 전면적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넬의 진가는 공연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공연 중 하나. 2012년 역시 더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드린다는 각오다. 넬과 공연은 뗄 수 없는 무엇. "복잡한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하고 싶다"는 이들의 '공연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 넬, 하면 콘서트! ▶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안녕하세요, 넬의 보컬 김종완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포장하지도, 보태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하하.

넬의 첫 공연은 1999년 3월, 홍대의 자그마한 라이브클럽에서였어요.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형편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음..그런데 관객이 1명? 정도 밖에 없어서 크게 피해를 끼치진 않았을거예요..하하.

당시엔 대다수의 밴드들이 커버곡(기존의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부르는 것을 일컫는 말, 주로 공연 연주곡으로 많이 쓰인다.) 위주로 공연을 할 때였는데, 우린 무슨 배짱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작곡으로 공연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난 뒤에 클럽의 사장님들의 표정이 늘 어두웠죠. 별 다른 보수는 없었고, 공연이 끝나면 음료수를 주곤 했는데 '음..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한 순간, 탄산이 든 포도맛 음료를 맥주로 바꿔주더라고요. '아, 열심히 해야겠구나' 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2, 3년 정도 라이브클럽 공연을 지속했습니다.

정규 1집인 '렛 잇 레인(Let it rain)'을 발매하면서부터는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공연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지금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았지만...그래도 넬의 공연에 넬이 아닌 다른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건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처음엔 불편하기도 하고, 사람들 대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음악 외에 조명이라든지, 영상, 공연의 흐름 등을 배울 수 있었고요. 그 때 배웠던 모든 것들은 지금 넬의 공연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렇게 넬의 공연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우리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 잠깐! 넬은 어떻게 팀이 됐을까?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리스트)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4인조 모던 록밴드 넬. 자신만의 음악색깔을 지닌 이들은 어떻게 만나,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뭉치게 됐을까>

재경과 재원을 알게 된 건 중학교 때였지만 친해지게 된 건 고3때였다. 당시 나는 스위스에서 막 돌아온 시기였는데, 신기하게도 재경이는 기타를, 재원이는 드럼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재경의 친형이 나의 친형과도 절친한 관계여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던 것 같다.(기억엔 거의 매일 만나 음악얘기를 나눴던 듯?)

그렇게 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1998년이 끝나갈 때 즈음, 나의 학교 친구를 통해 초보 베이시스트였던 정훈을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내성적인 친구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헤어밴드와 형광색 민소매를 몇 겹씩 레이어드해 입는 과감함을 보고 '얜 뭐지..'란 생각을 했다. 하하

# 콘서트는 우리의 힘 ▶ 개방과 은밀 사이

콘서트? 공연장? 넬에겐 가장 개방적인 공간에서 나누는 은밀한 대화인 것 같아요.

수천, 때론 수만명 앞에 서야하기 때문에 뭔가 잘 가꾸어지고 만들어진 어찌보면 인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꾸밈없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콘서트예요.

아, 물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 정도의 가식은 부려주고!

콘서트는 방송과 달라요. 음악방송에선 1곡만 부르면 되지만, 공연은 20, 30곡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심적, 육체적 피로가 많이 쌓이죠. 그렇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 우리 역시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뮤지션으로서의 에너지를 재충전 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해요.

사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다보면 뮤지션, 혹은 밴드로 살아가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난 참 축복받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그 순간순간, 한 명 한 명의 눈빛과 표정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 크리스마스? ▶ 공연하는 날!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 즈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얽히고설키듯 밀려오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가요? 차가운 겨울 공기와 회색빛을 띤 도시, 어둠이 내리면 밝혀지는 수많은 불빛과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따뜻함과 쓸쓸함, 사랑스러움과 외로움, 또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과 끝나가는 한 해의 대한 아쉬움 따위의, 서로 상반된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하죠.

군복무로 인해 지난 4년여간의 공백기를 제외하곤 넬의 크리스마스는 늘 공연과 함께였어요. 물론 2012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뭔가 새로운 기운을 느낀 올해도 '크리스마스 인 넬스 룸(Christmas in nell’s room)'이란 공연과 함께 보내기로 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차가운 겨울 공기에 섞인 뜨거운 환호를 애타게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앞서 얘기한 여러 감정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는지도요. 뭐가 되었든, 내가 느끼고 있는 무언가를 누군가와 함께 공감해주었을 때 비로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 이번 크리스마스가 추운 날이 되지 않을 것이란 건 분명합니다.

공연장을 찾은 연인들을 바라보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런 부러움 따위!! 크리스마스이브에 외로움을 품에 안고 공연장을 찾은 솔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날려버리면 됩니다! 걱정없어요~ 하하.

특히 2012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부산 공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니, 외롭지만은 않은 12월이 될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사실 이번 공연은 활동을 재개하고 갖는 공연인 만큼 공을 많이 들였어요. 지금까지 선보였던 그 어떤 공연보다도 많은 음향, 조명과 영상장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준비 과정 자체도 굉장히 까다로웠죠.

스태프 회의가 끝날 때마다 1회 공연을 마친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많은 스태프들이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몇 달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과 또 많은 이들이 우리가 무대에 서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피곤해할 틈이 없어요.

팬들에게 보여주고픈 이상적인 콘서트? 개인적으로는 공연장에서 음식을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미각을 제외시킨 나머지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을 만족시키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뒷면으론 바다가 보이고, 안쪽엔 숲이 있는 곳에 무대를 만들어 해질녘부터 공연을 시작한다면 시각과 후각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촉각..은 모기의 힘을 빌린다던지? 하하. 청각은 물론 넬의 음악!

기대, 해주셔도 좋습니다!

1부가 끝났습니다! 어떠셨나요?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내려고 했는데, 느껴지셨나요? 2부에서는 좀 더 깊은 넬의 속내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미스터리 밴드가 된 사연? 그리고 술과 관련된 이야기도요. 공개될 다음이야기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