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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헤테로토피아, 불안의 징후', 덧없는 불안과 강박으로부터의 일탈

기사 등록 2011-06-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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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서울 충정로3가 대안공간 충정각은 15일부터 ‘헤테로토피아: 불안의 징후’란 제목으로 작가 김선애, 김스민, 권종수, 방병상, 이승준, 이다슬, 장인선 등 7명의 사진, 페인팅, 설치, 미디어 15점을 선보인다.

철학자 미셀 푸코가 언급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다른, 낯선, 다양한, 혼종된‘ 이라는 의미가 있는 hetero와 장소라는 뜻의 'topos/topia'의 합성어이다. 서로 상관없는 사물들을 묶는 하나의 허구적 질서와 연관 지어서 언급한 것이다. '헤테로토피아'는 현실과 환상의 이중적인 구조가 시간과 공간으로 집약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구조다.

이런 공간을 구획해보면 감옥, 정신병원, 묘지, 극장, 유원지, 식민지, 매춘굴, 바다 위의 배, 복도, 박물관 등으로 주류 사회에서 일탈한 공간들이 나온다. 모든 것과 관계돼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과는 모순된 기묘한 장소, 일상에서 일탈한 다른 공간이다.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을 강조한 이유는 이상 세계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적인 요소가 한편으로는 덧없고 강박적이며 불안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일부분 인정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결국은 주체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현상이다.
●_권정수_ksw5053.jpg

권종수는 ‘렌티큘러(lenticular)’를 사용해 평면과 입체감을 동시에 확보하는 작업을 통해 섬세한 가상과 현실의 겹침과 드러냄을 표방한다. 작품에 주된 요소로 등장하는 ‘깃털’은 가벼움을 상징한다. 인간 존재의 허약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상에서 드러난 종교적인 분위기는 현실세계를 벗어난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심리적 불안을 조장한다.

이승준의 영상작업은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모든 현상의 공존성과 상호의존성에서 파생되는 시간과 공간의 메타포를 언급한다. 작가는 인간의 의식의 흐름에서 세분화한 지각, 감각을 포함한 잠재의식에서 벌어지는 시공간의 확장성을 언급한다.
●방병상_ksw5053.jpg

방병상의 ‘원 데이(One day)·2011’은 관 행사에 동원된 군인들, ‘표적’(잡스라는 살균·살충 기업회사)과 ‘방역기’(살충제)의 현장성을 도큐먼트 한다. 군인들이 임시로 부여받은 방역이 진행된 짧은 행사에서는 그들의 일탈행위가 드러난다. 방역기에서 분출되는 살충제와 기계적인 소음은 불안감을 유도하고,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선 군인들은 일반인의 행위와 뒤섞여 묘한 장면을 표현한다.
●김선애_ksw5053.jpg

김선애의 작품에 등장하는 고가구는 가장 일상적이며 공간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선택된다. 주변부를 장식하는 민화는 현대 사회를 사는 작가의 일상과 혼합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들과 조우, 허구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낸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 현실과 허구의 만남이 새로운 공간에서 이뤄진 작품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장소적 위치를 일정부분 차지하는 가전제품들이 전기 에너지를 통해서 작동하는 모습에 주목한 김스민,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작업의 이다슬, 과거·현재·미래가 혼합된 혼종공간을 원으로 구현한 장인선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헤테로토피아: 불안의 징후’ 전시는 서울 충정로3가 대안공간 충정각에서 15일부터 7월18일까지다.

박상준기자 sj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