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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봉이 김선달' 이완, 김선달의 호갱 아닌 유능한 무관

기사 등록 2016-07-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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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여름 극장가에 무더위를 날려버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봉이 김선달'에 김선달 사기단 못지 않은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은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작품으로, 김선달(유승호 분)과 그의 사기 패거리 못지 않게 강렬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그 중 전석호가 연기한 김선달 사기패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의금부 도사 이완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완은 김선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김선달의 꾀에 휘말려 된통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선의 정의를 실현하게 된다.

극중 이완은 조선 중기의 무신으로 인조~현종까지 3명의 왕을 모셨다. 1642년 만포첨사로 관직을 시작한 이완은 1627년 영유현령, 1629년 상원군수, 이듬해 숙천부사를 거쳐 1631년 평안도병마절도사로 승진했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도원수 김자점의 별장으로 출전해 정반산성에서 적을 동선령으로 유인해 크게 무찌르며 공을 세웠다. 이완은 청나라 군대에게 처참하게 패했던 병자호란에서 몇 안되는 승전보를 전한 장수이기도 했다.

1640년 황해병사로 있을 때 청나라의 요청에 따라 주사대장(舟師大將) 임경업(林慶業)의 부장(副將)으로 명나라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명장에게 알려 종일토록 서로 싸웠으나 양쪽에 사상자가 나지 않았다 한다.

결국 그는 이 사건으로 청나라의 지탄을 받아 벼슬에 나가지 못했다. 이후 1643년 4월 양주목사로 부임했다가 5월 경기도수군절도사 겸 삼도통어사에 임명돼 수도 외곽의 방어에 전력을 기울였다.

효종 즉위 후 이완은 김자점의 역모를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으며, 우포도대장, 한성우윤, 어영대장을 역임하면서 효종의 북벌론을 수행했다. 뿐만아니라 왕의 신임을 받는 사람만이 임명됐던 훈련대장까지 역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성품은 강직한 무관 그 자체였다. 조선 인조~효종 때의 충신 최명길은 이완에 대해 강직하고 깨끗하며 용감하고 결단력이 있어 매사에 시시비비가 분명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뜻이 옳다고 생각할 때에는 국왕 앞에 병부를 풀어놓고 대들었으며 공사가 분명했다.

뿐만아니라 이완은 북벌을 위해 신무기 개발, 성곽개보수, 특수부대 양성 등을 추진했다. 비록 북벌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얼마나 당시 조선의 국방에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 판윤, 판서 등 문신 장관급 벼슬에 올랐어도 훈련대장 자리를 지킨 것을 보면 그는 확실히 무인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이완은 연암 박지원의 소설인 '허생전'에도 등장한다. 소설에서 이완은 허생의 직언을 공감하면서도 현실의 벽 때문에 "어렵다"고만 말하다가 허생에게 곤혹을 치르는 인물로 등장한다. '봉이 김선달'의 이완 역시 이같은 모습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이완이 활약하던 시기는 조선의 국방력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인조반정으로 인해 광해군 시기 유능한 무관들이 대거 숙청됐다. 또한 논공행상에서 무관들은 그 서열에서 밀려 '이괄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조반정 시기 반정세력에 줄을 잘 댄 인물들이 군 요직에 앉았지만 그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다행히도 이완은 아버지 이수일이 반정공신이었기에 군사권을 장악하던 이서(李曙)의 추천으로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

인조반정 시기 무능한 인물들 속에서 이완이라는 유능한 인재가 나온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병자호란 시기에 그는 말단 무관에 불과했다. 다행스럽게도 효종이 그의 능력을 인정해 군 요직을 두루 거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완은 문약했던 조선 왕조 시기에 능력을 인정받은 무관이었다. 이완은 무예, 병법, 행정, 전략 등 국방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였지만 시대는 그가 활약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봉이 김선달'에서 보여진 우스꽝스러운 이완의 모습은 그의 본 모습이 아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