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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마담 뺑덕' 정우성 "앞으로의 20년을 여는 서막"

기사 등록 2014-10-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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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이린기자]"'마담 뺑덕' 이후 물 같은 존재로 다시 20년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에요."

배우 정우성이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썼다. 20년 만에 치정 멜로에 도전장을 낸 그가 범접할 수 없는 파라다이스를 그려냈다. 욕망에 눈 먼 학규(정우성 분)와 집착에 눈 뜬 처녀 덕이(이솜 분)가 고전 '심청전'을 뒤엎었다.

정우성에게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은 5년 만에 멜로이자 첫 치정 멜로, 감정은 독해지고 베드신을 수반했다. 누군가의 아버지로서의 첫 연기가 낯설기도 하다. 영화 '감시자들'에서 인상 깊은 악역 제임스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정우성이 '마담 뺑덕'에서 분한 학규에 대해 "선역은 강건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단순한 결을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악역은 자기 합리화를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서 격이 쌓여요. 재밌었어요."라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학규는 덕이의 나쁜 연인이자 딸 청이(박소영 분)에게 소홀한 아버지, 욕망의 대가로 시력을 잃어가는 가여운 남자까지 낯설지만 낯설지 않게 학규를 만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학규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너무 찌질하다'였어요. 한심스럽고 밉고, 과연 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계속해서 고민을 해보니 만약 내가 학규를 하게 된다면 이런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부분을 강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연기 변신을 했지만 현장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모든 것이 도전이었습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있었고 다만, 학규를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절대 타협하지 말자', '더욱 더 치열하게 표현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학규는 욕망과 탐욕의 끝을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본능에 이끌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정우성이 '마담 뺑덕'을 선택하고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화팬들은 박수를 쳤다. 그들의 의견은 '이런 연기를 한 번 쯤은 했어야 했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정우성은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공식적이겠지만 그런 반응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학규를 선택한 것은 어떠한 타협도 없었어요. 오로지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연성을 찾기 위해 싸웠죠. 학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몸짓과 그의 심리전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끝까지 가야했어요."

정우성이 분한 학규는 감정선이 다채로운 인물이다. 강인하면서도 외롭고, 냉정하면서도 따스하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그 상황들이 학규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경제적으로 모든 것을 잃어도 학규는 품위를 위해 우화를 떱니다. 그래서 더 초라해 보이죠. 망가져 가고 있지만 품위를 유지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더 그를 코웃음 치게 만들어요."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이솜은 '마담 뺑덕'이 첫 주연작이다. 다양하게 오가는 감정신들에 대한 욕심으로 첫 주연작을 치정 멜로인 '마담뺑덕'으로 선택했다는 그를 연기 선배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솜 씨는 타고난 근성이 있는 배우입니다. 모든 면에서 사적인 고민들이 같이 수반됐을 겁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 고민을 잘 엮어내기 위해 충돌 했겠지만 잘 이겨내고 굳건히 해냈습니다. 영화에서 덕이라는 '보석'으로 나왔다면 이솜 씨 자체는 영화계의 '원석'입니다."

학규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인물인 만큼 다양한 장소에서의 베드신이 동반한다. 이러한 정사신들을 통해 학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감정이 아닐까요. 단지 보고 싶음을 채워주는 베드신이 아니었습니다. 캐릭터의 전체적인 감정이 배어있는 베드신이었습니다. 감정적 기반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의 기반이요. 그 자체로 온전한 것처럼."

그는 이 시나리오가 40대인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을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학규에 대한 애정은 없지만 배우의 필모로서 돌아오면 '이런 짜릿함이 있었지'라고 생각할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이 시나리오가 20대에 왔다면 이해를 잘 못했을 겁니다. '덕이와 청이의 이야기 아냐?'라는 생각만 들고 깊게 표현하지 못했겠죠. 텍스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백 사이에서 학규가 채워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30대 때 이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잘 보이려고만 했을 거예요. 배우 정우성으로서요."

"새로운 시도였지만 반드시 모든 주제 자체가 새로워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른 새로움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담 뺑덕'은 그런 면에서 앞으로 20년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서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예요. 제 바람과 상관없이 주어진 영화 '비트'의 큰 리액션이 있었기 때문에 저와 저를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본다면, 지금부터 저는 배우로서 모든 작품을 바라볼 때 똑같이 바라볼 것입니다. 그리고 20년을 물 같은 존재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웃음)"

이린기자 leelin022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