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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환의 영화 초이스]'뷰티 인사이드',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들

기사 등록 2015-08-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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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사랑은 본질적이다.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사실이 판타지와 결합되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자고 일어나면 매일 외모, 나이, 국적, 성별까지 바뀌는 남자 ‘우진’은 하나의 내면과 수십 개의 외면을 가진 캐릭터. 백감독은 기획의도에서 미리 밝혔듯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감독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 유일한 내면의 힘, 외면은 늘 변하기에

영화 속의 우진은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외형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런 가운데 죽마고우의 도움으로 우진은 한 차원 성숙한다. 자신의 치명적인 단점을 오히려 긍정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인 것. 감독은 이런 부분이 ‘내면이 갖고 있는 힘’이라고 믿는다. 더 나아가면 백감독에게 ‘내면이 갖는 힘’은 곧 ‘내면의 아름다움’. 우진이 영화 속에서 시시각각 변신하는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나가는 모습들은 ‘내면의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

또 감독은 현실에서도 외면이 변화한다는 지점에 주목한다. 우진 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외모와 나이가 바뀐다. 심지어 성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여자같은 남자, 남자같은 여자들도 실제로 존재한다. 우진의 변화는 판타지를 통한 현실적인 접근인 것. ‘뷰티 인사이드’는 우진이 변신하는 과정을 결코 '트랜스포머'처럼 다루지 않는다. 우진의 변신은 일상적인 수면을 통해 이뤄질 뿐이다.

이는 백감독이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내면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차피 외면은 늘 변화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우진의 국적, 목소리, 성별까지 바꾸는 극한의 설정을 선택했다. 감독은 ‘어차피 항상 바뀌는 외면의 덧없음’을 관객들에게 드러내면서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조금 더 내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감동’이 전해지길 바라고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바로 이수(한효주 분)다.

▲ 차가운 세상의 시선, 포기할 것인가 지킬 것인가

'뷰티 인사이드'의 이수는 자신이 만난 ‘최초의 우진(박서준 분)’을 점점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매일 변화한다는 비밀을 알게 되자 큰 혼란을 느낀다. 이수는 우진의 사랑에 행복을 느끼는 여자임과 동시에 우진의 사랑이 두렵기도 한 인물인 셈. 물론 이수가 우진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그의 잘생긴 외모만이 아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우진, 음악을 좋아하는 우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우진 등을 함께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건너 변화하는 우진을 감당하기엔 이수는 그저 평범한 여자. 이는 영화의 후반에서 이수를 결국 선택의 기로에 몰아세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백감독은 “사람들이 매일 남자가 바뀌는지 알고 수군댄다”라고 표현되는 대사 등을 통해 차가운 세상의 시선을 영화 속에서 폭로한다. 또 감독은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수가 ‘사랑하지만 자신을 슬프게 하는 우진과의 만남을 포기할 것인지, 그럼에도 사랑을 지킬 것인지’ 선택하게끔 만든다. 이는 감독이 ‘사랑은 본질적’인 것이라고 믿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무리 변한다고 하더라도 내면은 유일하고 본질적인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외면에게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 이는 ‘뷰티 인사이드’의 핵심 메시지이자 감독의 세계관이다. 만약에 영화 속의 이수가 우진을 포기했다면 이수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마침내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우진을 선택했다면 이수는 우진의 ‘내면’을 더 사랑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선택은 의지의 문제로 결정된다.

결국 백감독은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내면이 가진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감독은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상반되는 외면에 대한 설정이 필요했다. 그 장치가 바로 외면의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우진이었다. 또 감독은 그런 우진과 이수와의 로맨스를 통해 사랑의 본질적인 모습을 조명해보고 싶었다. 차가운 시선에 맞서야만 하는 상황을 전개시켜 그들이 계속 사랑을 이어갈 것인지 혹은 포기할 것인지, 현실 속의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백감독이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미학적인 가치가 있다. 아무리 현시대가 팍팍하고 흉흉한 세상이더라도 인간에게 있어 '내면과 사랑은 고유하다'라고 믿는 그의 순수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뷰티 인사이드’가 앞으로 어떤 아름다운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준환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