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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선의 영화 원정기] ‘탐정: 더 비기닝’ 성동일+권상우의 ‘아저씨 스킨’ 같은 케미, 찰져!

기사 등록 2015-09-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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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허파에 바람이 들어감과 동시에 심장이 쫄깃해질 영화가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이다. 이상으로는 ‘셜록’을 꿈꾸지만 현실은 추리카페 파워블로거인, 아기 똥 기저귀 갈이 인생을 살고 있는 애 아빠 강대만과 현직 ‘베테랑 형사’이지만 당장 퇴직 위기에 놓인 노태수가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콤비를 결성,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심한 ‘루저’에 가까운 두 주인공들이 선보이는 케미는 신기하게도 결국 ‘지니어스’하게 발산된다. ‘탐정’은 이들의 활약과 더불어 588:1의 경쟁률을 뚫고 선택될 정도의 치밀하게 짜인 각본으로 관객들에게 추석 선물과도 같은 풍성한 폭소와 아찔한 스릴감을 동시에 안긴다.

‘탐정’은 TV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선보일 법한 일명 ‘상황극’과 ‘슬랩스틱’을 마구 쏟아내며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여기에 그때그때 상황에 절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강대만의 아기가 상황극에 가세하면서 환상의 트라이앵글 호흡을 만들어낸다. 앞서 권상우가 제작발표회 자리를 통해 “스태프들의 모든 시선이 아기에게 쏠려 질투를 느꼈을 정도”라고 말한 바 있으니, 강대만 아기로 나오는 생후 7개월 홍서현양의 의외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한 예로, 살인사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출입금지 폴리스 라인을 위로 넘으려는 노형사에게 강대만은 친절히도 라인을 올려주며 그와 어긋나는 제스처로 인한 코믹 신을 연출한다. 라인이 올라온 상황에서 한 발을 든 채 멈칫하며 당황하는 노형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덩실덩실 탈춤을 추는 듯 신명나게 다가온다.

또 노형사의 차량으로 현장 이동을 하는 도중 강대만이 질펀한 아기 똥 기저귀를 갈고서 노형사에게 은밀하지만 위대한 행동을 가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이 때 해맑은 서현양의 표정까지 어우러져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안긴다.

강대만과 노태수가 보통의 ‘남남케미’와 다른 특징은 어느 추리물에서도 본 적 없는 ‘생활 밀착형 유부남 케미’를 뿜어내는 것에 있다. 극 초반, 서로 물고 뜯기 바빴던 두 사람은 어느덧 어린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아내에게 남다르게 사랑(?) 받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목욕탕 스킨’같은 톡 쏘지만 어딘가 친근한 그들만의 ‘아저씨 리그’를 펼쳐 보인다.

앞서 ‘동갑내기 과외하기’ ‘청춘만화’로 코믹스런 면모를 드러냈던 권상우가 이번 영화에서는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능청스러운 일상 연기를 선보이면서 코미디 연기에 정점을 찍는다. 조각 같은 꽃미남의 외모로 하이톤의 보이스와 함께 찌질하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쌍한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권상우의 모습은 의외로 무척이나 호감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그간 코믹한 연기를 주로 해온 성동일에 대한 캐릭터 예측은 너무도 쉽게 하고 영화관에 입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파격적인 은발 염색을 하고 중후한 매력과 동시에 카리스마 있는 형사를 연기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테스토스테론을 내뿜는다. 물론 권상우와의 합으로 감칠맛 나는 코믹 연기를 펼치기야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에게 코믹 요소는 서브적인 느낌이다. ‘남자 성동일’의 발견이랄까. 외모와 상반되는 성격을 보이는 두 사람의 투닥거리는 케미는 생각보다 훨씬 쫀득하고 포만감 넘친다.

이들이 다루는 살인사건 또한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살인 형태를 다루며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해당 사건은 스피디하고 긴박한 전개와 함께 그 몰입감을 후반에 다다를수록 더욱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 결국에는 관객들의 뒷통수를 얼얼하게 만들고 만다. 따라서 코미디 팬들에게만 흥미를 유발할 것 같던 이 영화는 추리물 팬들의 욕구 또한 충족시켜 주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멀티만족 장르로 거듭난다. 생활 밀착형 개그를 다룬 ‘탐정’은 관객들에게 공감대 가득한 ‘육성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살인사건을 다루는 심오한 과정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요소는 아니므로 안심하자.

‘더 비기닝’이라는 부제로 보아 ‘탐정’은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영화는 자신감 넘친다. 벌써부터 본격적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린 후의 ‘아저씨 셜록’들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