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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도리안 그레이' 김준수의 숨으로 살고 지다

기사 등록 2016-09-0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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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인자 도리안 그레이. 그가 김준수의 몸과 목소리, 숨으로 탄생했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도리안의 고뇌를 입체적으로 담아냈으며 김준수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 때문에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름다움도 천재성이라고 일컬어지는 도리안 그레이는 김준수가, 도리안을 통해 죄책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쾌락을 추구해 새로운 인간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헨리 워튼 역은 박은태, 도리안 그레이를 만난 후 아름다움에 반해 초상화를 그린 베질 홀워드는 최재웅이 연기했다. 이지나 연출이 각색과 가사, 연출을 맡았으며 김문정 감독이 작곡을 맡았다. 극본은 조용신 감독, 안무는 류석훈 안무가가 책임졌다.

'도리안 그레이'는 뮤지컬의 장점을 극대화 시켰다. 소설로 읽어내며 상상 속에 그려냈던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 훌륭한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우아하게, 또는 격동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국내 뮤지컬에서 최초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이 괄목할만한 점이다. 체코에서 담아온 수려한 영상은 뮤지컬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교차되는데, 특히 2막 시빌 베인의 여동생 샬롯이 도리안을 유혹해 죽이려는 장면은 영상이 함께 활용되며 생동감과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언니 시빌베인의 복수를 완성하지 못한 채 샬롯이 2층에서 떨어지며 프로젝트는 걷히고 다시 무대 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대에서 줄 수 있는 감동과 영상으로 줄 수 있는 이점을 극화시켰다.

김준수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집착해 쾌락만을 좇는 자의 비극적인 생을 온몸으로 담아냈다. 1막에서는 순수한 도리안 그레이를 독특한 음색의 아리아로 만들어내 캐릭터를 완성했다. 1막 마지막 신에서 '김준수'만을 위한 '김준수'라서 가능했던 댄서들과의 군무는, 기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시도로 인상적이었다.

2막에서는 시빌 베인이 자살 한 후, 자신 대신 초상화가 추악하게 변해간다는 것을 안 도리안 그레이의 고뇌, 갈등, 이후 불륜, 마약, 급기야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타락한 도리안 그레이를 보여줬다. 김준수의 선량했던 아리아는, 2막에서 숨을 내팽겨치듯이 뱉어버리는 루시퍼의 속삭임과 분노의 외침으로 급변했다. 김준수는 3시간 동안 온도 차이가 큰 캐릭터의 내면을 휘몰아치는 감정연기로 보여줬다. 또 자신이 최고라고 믿어왔던 신념에게 철저하게 배반 당하는 결말 속 도리안 그레이를 처연한 얼굴로 그려내 잔상에 오래도록 남는다.

박은태, 최재웅도 제 몫을 단단히 했다. 이미 뮤지컬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들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두 배우의 대립이 눈 여겨 볼만하다. 도덕이 속박될 때 안정적인 인간의 '정신적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했던 베질과 헨리의 다른 길을 박은태와 최재웅이 살려냈다.

믿고보는 배우들이 포진된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의 원캐스트, 창작 뮤지컬에 대한 도전 등 씨제스 컬처의 이유있는 자신감이 관객들의 가슴에도 울려 퍼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9월3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된다. 13세 관람가. 160분.

(사진=씨제스 컬쳐)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