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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김남길의 '어느날' 위로법

기사 등록 2017-04-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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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배우 김남길이 '어느날'을 통해 상처와 회복을 말한다. 지금까지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터라, 힘을 뺀 그만의 위로가 더 이색적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어루만질 예정이다.

'어느날'은 아내 사망 후 삶의 희망을 일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가 교통사고 후 영혼이 된 여인 미소(천우희)와 만나며 벌어지는 얘기를 담은 영화다.

김남길은 강수로 분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간다. 아내를 잃은 남자들의 모습이라면 그 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왔지만 김남길의 강수는 조금 다르다. 작위적으로 그의 아픔을 드러내는 걸 배제했다.

뒷모습과 옆모습, 걸음걸이 등으로 강수가 겪고 있는 상실에 대해 관객들이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라면 조금 더 드러내 자신의 눈빛과 표정 등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은게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어느날'에서 만큼은 한 발 물러났다. 김남길은 "표현하는 것이 일인지라, 직접적으로 슬픔을 드러내는 것들을 배제하면서도 강수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해야 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화면에 나온 대사나, 눈빛으로 보이는 슬픔이 아닌, 상상하게 만드는 장면들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수는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와 이어질 죽음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의 탓이라고 괴로워한다. 물리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의 병원비, 비일상적인 생활 안에서 강수는 일말의 망설임을 갖는데, 이 망설임이 강수에게는 죄책감이란 화살이 됐다. 결국 남은 자는 감당해야 할 몫을 받아들이며 '누구의 탓도 아닌',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여유를 줘보자'라는 메시지에 도달한다. 그것이 이윤기 감독과 배우 김남길이 정작 하고 싶은 말이었다. 강수 마음 변화 과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김남길과 천우희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10년 넘게 유일하게 충무로에서 멜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윤기 감독의 의기투합이라, 로맨스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느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픔, 상처, 치유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남녀 간의 사랑에서 벗어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우리의 감정이 녹아들었다.

'선덕여왕'에서 비담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남김은 이후 '나쁜남자', '상어', '해적: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판도라' 등에 출연하며 필모를 쌓아왔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제외하고는 주로 무겁고 진중한 역을 해왔다. 카리스마로 무장된 김남길이 '어느날'에서 감성연기로 다가가는 것이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눈썹, 눈빛, 표정, 대사 하나까지도 강수의 처연함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려 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벚꽃이 떨어지는 봄날, 누구나 겪고 있는 상실감을 '어느날'에서 치유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남길의 치유가 관객들 마음 속에도 아지랑이를 피워낼 수 있을까. 4월 5일 확인할 수 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