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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택시운전사’ 송강호 “역사적 아픔, 되새기고 기억하고자 하는 바 아냐”

기사 등록 2017-07-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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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쇼박스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맡은 작품들을 보면 단순히 킬링타임용에 지나지 않는 영화가 아닌 국민으로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할 법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오는 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또한 마찬가지.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국민들도 알지 못했던 참혹한 상황을 국외에 알리게 된 결정적인 순간을 담았다. 송강호가 포스터에서 웃고 있으면 오히려 슬픈 영화라는 얘기처럼 이번 작품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동요케 할까.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데려간 택시 운전기사 김만섭으로 분한 송강호를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SNS에서 그 말씀을 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한 것 같은데, 전작 '변호인'의 포스터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여서 그런 것 같네요. 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하니까 웃고 있는 모습과 반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부러 그걸 연출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 영화의 지향점이에요. ‘80년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자’.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고요. ‘어떻게 아픔을 극복해왔나’죠. 극중 김만섭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적인 가치관, 도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송강호의 말처럼 ‘택시운전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의 아픔 속에서 성숙할 수 있었던 광주 시민들 그리고 민주화항쟁에 무지했던 시민들의 시선, 이를 취재하고자하는 독일 기자의 사명감에 따라 극을 이어나가 광주 민주화 항쟁의 다른 부분을 조명한다. 이에 사회의 암울했던 부분만이 아닌 시민들의 소탈한 일상도 함께 담아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가 생각보다 경쾌하다는 평이 있어요. 일부러 그런 것 보다, ‘택시운전사’는 김만섭이라는 평범한 택시기사의 일상에서 출발한 스토리거든요. 우리 삶은 희로애락이 다 있지만 유머러스한 부분은 빠질 수 없는 감정이니 자연스럽게 녹아든 거죠. 일부러 광주의 비극을 전하고자해서 밝게 가는 게 아니고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여행, 이런 쪽으로의 접근이니 재미나고 경쾌하게 하고자 한 겁니다.”

송강호가 맡은 김만섭은 당시 독일 기자를 광주로 데려간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가명을 알려줬고 이에 그의 생사여부조차 알 수 없다.

“제작진이 촬영 전에 다각도로 찾아봤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분은 안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동명인이 여럿 계셨는데 그분들은 아니었어요. 그럼 분명히 가명으로 쓴 거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현실의 어떤 두려움 때문에 가명을 썼다고 봐요. 극중 김만섭이라는 인물은 창조된 인물이지만 심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영문도 모르고 광주로 내려갔을 것이고 힌츠페터를 도와주면서 목숨을 걸고 왔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 사진=(주)쇼박스

송강호의 최근 작품들을 살펴보면 ‘관상’(감독 한재림, 2013),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 ‘사도’(감독 이준익, 2014), ‘밀정’(감독 김지운, 2016) 그리고 지금의 ‘택시운전사’까지. 모두 역사의 한 부분을 재조명한 시대극이다. 이러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것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일부러 시대극만 선택해온 것은 아니에요. 영화계라는 것이 환경이 변할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시대극이 주는 힘이 있다고 봐요. 시대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지만 다른 시각,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물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현대물은 어떻게 보면 제한돼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재의 다양함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대물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상상력이나 창의력의 제한이 있어요. 그러나 시대물은 새로운 시선에서 다른 해석이 가능하죠. 그래서 그런 점에서 포괄적인 에너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송강호化’시킨다. 이것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덕분에 관객들은 송강호라는 네임벨류 하나로 작품을 선택해 믿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배우만의 연기 방식의 차이다”고 설명했으며 아직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배우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우열의 문제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라고 봐요. 그저 배우들만의 특성, 개성이자 방식의 차이죠.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제 연기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겸손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고 저 뿐만이 아니라 자기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잘한 것 보다 아쉬운 점이 먼저 보이거든요. 앞으로도 아쉬움은 늘 있을 것 같아요. 연기라는 직업이 이걸 얼마나 좀 더 극복하고 노력하느냐 그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김지영기자 b33151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