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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 '두개의 빛 : 릴루미노', 잔잔하고 따뜻하게 '빛을 닮은 영화'

기사 등록 2017-12-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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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동규 기자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 적막한 세상 속에서 한 줄기 빛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두 사람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더욱 행복에 민감한 사람들의 이야기. 잔잔하고 또 따뜻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감성으로 물들일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다.

21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한지민, 박형석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개의 빛 : 릴루미노’(이하 ‘두개의 빛’)는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수영’과 ‘인수’가 사진을 완성해가며 서로의 마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멜로 영화다.

작품은 저시력 장애인들을 위한 VR 시각보조 앱 ‘릴루미노’의 좋은 취지를 담아 제작된 웹 단편영화다.

작품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 스크린을 감성으로 물들인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벅찬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이날 허 감독은 “작년 초에 ‘릴루미노’ 실험 영상을 봤는데 그 당시 봤던 몇 개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며 “엄마를 못 봤던 어린아이가 엄마를 알아보거나, 30년 지기 친구들이 서로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게 되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굉장한 감동을 느꼈다”고 작품 제작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분들의 대부분이 전혀 안보이시는 줄 알았는데 25만 명 중 4만 분이 안보이시고, 21만 명은 저시력을 가지고 계시더라. 이 외에도 많은 것을 알고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사진=한동규 기자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국민 여신 배우’로 거듭난 한지민은 이번 작품의 여 주인공인 수영으로 분했다. 밝은 미소와 당찬 모습 뒤에 시각장애의 아픔을 감추고 살아가는 감성연기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할 예정.

한지민은 이번 ‘두개의 빛’에 대해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 이 영화를 통해 시각장애인분들에게 빛을 선물하는 느낌의 감동을 받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게다가 연출이 허진호 감독님이시라 대본도 안 보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에 담긴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시각장애인분들이 직접 들려주신 이야기다”라며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작업하면서 이를 어떻게 진정성 있게 담아내느냐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감독님과 형석씨와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바보 엄마’, ‘상속자들’, ‘힘쎈여자 도봉순’ 등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박형석은 이번 영화 ‘두개의 빛’이 그의 첫 영화 도전이었다.

박형석은 “단편 영화지만 저의 첫 영화기도 하다. 첫 영화를 허진호 감독님과 한지민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행복했다”며 “또 영화의 취지가 너무 좋아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또 그는 “준비를 하면서 실제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전혀 생각 못했던 부분들을 말씀해주시고 유쾌한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이번 영화에 그런 부분을 많이 넣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개의 빛’은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되면서도 좋은 취지는 물론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또 연기하는 것은 고난도 작업이 분명했다.

허 감독은 “일주일 동안 6회를 찍었는데 찍는 동안에 좋은 배우들과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찍는 게 재밌구나’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든 좋은 경험이었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이런 일상에 담긴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시각장애인분들은 농담도 잘하시고 엄청 유쾌하셨다. 한지민은 굉장히 밝은 배우. 그래서 너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박형석은 눈이 굉장히 맑은 배우다”라며 “첫 영화라 걱정했는데 굉장히 똑똑하고 자신의 어떤 연기를 해야할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배우”라고 전하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는 한편, 10개국 언어 자막으로 전세계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분들을 소재로하며 그들의 위해 작품을 만들었던 만큼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지민은 “시각장애인분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한쪽 눈을 실명하신 분이 많았고 때문에 한 쪽 눈의 방향성이 한 쪽으로 쏠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초점이 맞지 않는 묘한 느낌을 담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할 수 있겠느냐 여쭤보셔서 연습을 했다. 영화 찍을 정도는 안됐었는데 생활화 하다 보니 촬영할때는 다행히 익숙해 질 수 있었다”고 연기에 대한 어려움과 노력을 전했다.

이어 “막상 연기를 하다보니 사물이 또렷이 보이지 않고 상이 두 개로 나뉘었다. 오히려 그 점이 더욱 도움이 됐다. 한 번도 제대로 얼굴을 바라보고 연기하는 느낌이 안 들었다. 마지막으로 안경을 썼을 때, 정말 안보이다가 보이니까 감동적이었다. 감독님의 지시 사항도 아니었는데 눈물이 나더라. 보시는 분들도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작품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박형석 역시 “시각 장애인 분들의 증상이 다 다르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보기도 했다. 감독님의 캐치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누군가 말을 걸거나 뭐가 지나가면 갑자기 초점이 잡혀서 어려웠다. 하지만 (한지민)누나가 잘해주셔서 굉장히 편안하게 연기했고 감독님도 마치 아들을 대하듯이 따뜻하게 해주셔서 좋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시각장애인의 멜로를 통해 따뜻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는 영화 ‘두개의 빛’. 따뜻하고 밝은 빛을 닮은 영화가 잔잔한 울림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지민은 “세상의 빛을 선물하는 느낌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보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한편, 그것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뭔가 한 번 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두개의 빛 : 릴루미노’는 21일 오후 3시부터 ‘두개의 빛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영화채널을 통해 무료 감상이 가능하며, 오는 27일부터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선보여질 예정이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