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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 고흐의 '신발1'-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외침.

기사 등록 2011-08-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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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미술객원전문기자] 최근 우리 사회는 ‘무상급식’ 문제로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정치권에 격랑이 일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그건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간의 대립이요, 이로인해 생겨나는 수많은 ‘삶의 가치’의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못가진 자들은 항상 고단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멀리 걷습니다. 같은 거리를 걷더라고 더욱 빨리 걷고자합니다. 왜냐면 그들은 뭔가를 얻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못가진자들의 아픔’과 ‘노력’은 이미 수많은 문필가, 화가 등 세칭 문화제작자들에 의해 표현돼 왔습니다. 그림으로, 음악으로, 또 뮤지컬과 오페라 등으로 표현된 이들의 외침은 그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도시빈민 혹은 노동자들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으로는 '고흐의 신발'이 단연 으뜸이라고 난 생각합니다.

고흐는 자신이 살던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고흐는 그 시대 ‘철저한 빈민’이었는지 모릅니다. 금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그는 항상 빈민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 도시빈민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잔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위의 작품에서 그는 낡은 구두두짝만 그려놓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부재와 죽음, 고독, 한 노동자의 망령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하고, 또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한 미술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흡사 자신의 영혼을 그림에 담아낸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굴곡 많았던 삶을 살았던 고흐. 동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화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낡은 구두 한 켤레에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농축한듯 보입니다.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낡은 신발 안쪽으로 드러난 어두운 틈새로 주인의 고생스러웠던 발걸음이 보이고, 외로움이 보이고, 또 거기에 인생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이 구두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그는 어떤 일을 했을까요? 그리고 어디에 벗어놓았던 신발일까요?

우리는 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독감과 상실감, 그리고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어찌보면 그 신비로움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입니다.

참 많은 의미들이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담겨져 있는듯 합니다. 그래서 나는 고흐의 신발 작품들에 대해서 과할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그린 일곱 개의 신발 작품중에 특히 위의 작품을 광적으로 좋아합니다. 왜냐고요? 글쎄, 그냥 코끝이 찡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것을 느낍니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냥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듬어 안아주고 싶습니다. 신발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신어야 되는 어떤 물건의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단하고 지친 삶이 담겨있는 일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이 신발이 주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저한테 그대로 느껴져,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과없이 투영되는 자신의 삶을 고흐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 보려고 하기 때문 인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가끔씩 많은 이야기들을 여과없이 꾸미고 포장하지 않은 채, 생각 나는대로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 쏟아낼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침묵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삼키곤 합니다. 어쩌면 고흐도 삶의 애환들을 현실에서는 표출할 수 없기에,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그려낸 것은 아닐까요?.

고흐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그림에 대한 애정 그리고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애증 및 채워지지 않는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한 욕망까지도 구두 한 켤레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조금전 현관에 벗어 놓은 리본 달린 보라색 융단 구두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고흐의 구두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내 신발입니다. 나는 관심을 받고 싶거나 나를 좀 더 부각시키고 싶을 때 이 구두를 신어봅니다. 이 구두는 화려하면서도 단아하고, 오래되었음에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아 나를 충분히 빛나보이게 합니다. 흔한 까만 구두가 아닌 보라색이어서 더욱 좋아합니다.

나는 내일도 이 보라색 구두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뾰족한 굽이달린 구두를 신고 나의 일상을 함께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이 무겁거나 가볍거나, 힘들거나 힘들지 않거나 그런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각자 자신의 짊어진 삶의 무게 앞에서 고단함을 느낍니다. 어찌보면 저도 고흐와 같이 ‘빈민’을 느끼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그 고단함을 옆에서 가장 많이 함께 해주는게 각자의 발자취인 신발인 듯 싶습니다. 오늘 하루 쯤은 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버텨주고, 받쳐주는 나의 신발들을 쳐다보면서 칭찬해 줌은 어떨런지요?

박정은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