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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석조저택 살인사건' 고비드 고수, 이토록 변주 가능한 얼굴이라니

기사 등록 2017-04-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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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고수의 인생연기가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다시 한 번 경신됐다. 능청스러운 마술사부터 택시 운전사, 남도진의 운전 기사, 그리고 광대까지 그의 다양한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사건이 중심이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톤앤 매너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간 고수. 그 어느 때보다 찬사받아 마땅하다.

2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첫 공개됐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해방 직후 경성의 어느 날 석조저택에서는 총성이 울리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석조저택의 주인 남도진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사 송태석은 그를 용의자로 기소, 법정에 세운다.

목격자도, 사체도, 범행 동기도 없는 그날 밤, 손가락 하나만 발견된 사건을 송태석은 자신만만한 패기로 밀어붙이지만 남도진의 변호사 박영환(문성근)과 공방을 벌인다. 영화의 전개는 송태섭 검사와 박영환 변호사의 사건을 둘러싼 공방과 최승만(고수)과 남도진(김주혁)의 이야기가 교차로 긴박감 넘치게 진행된다. 최승만이 왜 남도진의 운전기사가 됐는지의 사연은 초반부에 펼쳐지고 남도진은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시점, 모든 의혹을 안고 등장한다.

영화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그대로 살리되 최승만의 전사에 힘을 조금 더 실었다. 고전 서스펜스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주는 클래식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통 서스펜스 영화가 사건을 먼저 던진 후 그 과정을 추리해나가면서 범인의 동기가 마지막에 공개되지만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트렌디한 서사적 구조를 뒤로하고 '왜'를 먼저 알린다. 이후 반전의 과정을 밝힌다.

서스펜스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건을 집중 조명했지만 캐릭터의 결도 함께 살렸다. 이야기와 캐릭터의 완급조절 또한 탁월했다.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내홍을 거쳤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고수가 보여주지 않은 얼굴들을 한 껏 내민다. 마치 1인 다역을 한 듯한, 주변 인물에 따라 표정과 눈빛, 대사톤까지 확확 바꿔나갔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의 해맑음, 진심, 그리고 혼란, 분노, 마지막 처연한 얼굴까지 영화 속에서 고수 연기는 완벽했다. 잘생긴 얼굴로 '고비드'란 별명을 가진 고수가, 1초 만에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변하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잊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울부짖는 고수의 목소리는 "잊지 않겠다"로 바뀌며 클라이막스 못지 않은 엔딩을 선물한다.

김주혁의 악역 연기도 고수와 합이 잘 맞았다. 김주혁의 남도진은 원하는 것을 앞에서 가차없이 행동하는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착각들을 하는구나"라는 대사는 섬뜩함을 안긴다. 김주혁은 악역을 할 때 마다 나른하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눈빛으로 온 힘을 다해 섹시해진다.

경성을 배경으로 이번 작품은 1940년대의 경성을 그대로 구현했다. 해방기의 화려함과 모던함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사건의 주무대가 되는 석조저택은 거대하고 고급스럽지만, 텅빈 느낌이 주인 남도진을 상징한다.

고전의 미덕을 충실하게 활용한 '석조주택 살인사건', 한 편의 잘 쓰여진 클래식한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을 준다. 고수, 김주혁은 펼쳐놓은 책장의 페이지를 관객들과 함께 넘길 수 있을까. 오는 5월 9일 개봉. 러닝타임 109분. 15세 관람가.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