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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목숨건연애’ 천정명 “록환 역, ‘밀당’ 모르는 사랑꾼이 나와 닮아”

기사 등록 2016-12-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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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순진한 매력의 미소, 그러나 남자다운 박력. 배우 천정명은 ‘천의 얼굴’은 아니지만 ‘천의 매력’을 가졌다. 선한 인상으로 작품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이번 영화 ‘목숨 건 연애’에서 설록한 역으로 ‘제인바라기’로 분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정명은 “오랜만에 일하는거라 그런지 재밌네요”라며 운을 뗐다가 “아직 인터뷰를 얼마 안해서 그런 걸까요?”라고 스스로의 발언을 철회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완성된 영화를 만난 기분이 어떤지 그 소감부터 물어봤다.

“후반작업 전의 가편집본은 하지원 누나랑 편집실 가서 본 적이 있어요. 완성된 영화는 언론시사회가 처음이었고요. 몇 개월은 됐네요. 여름이었던거 같아요. 그때 이후 오랜만에 봤는데 개봉이 내년으로 밀리나 싶었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함께 주연을 맡은 하지원처럼 그는 내심 개봉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의 촬영과 상영 시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며 느꼈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영화가 개봉안하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들었어요. 언젠가 개봉한다는 믿음은 있었죠. 중국 동시 개봉한다는 말에 ‘대박이다’ 그랬는데, 아쉬움이 많았어요. 영화말고도 중국 행사도 들어오고 있었는데 사드 문제로 다 끊겨버렸습니다. 정말 재밌게 촬영을 했어요. 감독님도 그렇고 (지원) 누나도 그렇고 진백림씨도 그렇고, 스태프분들도 모두 너무 좋아서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것도 잘 돼서 더 좋은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네요(웃음).”

그렇게 말하면서 천정명의 얼굴엔 ‘목숨 건 연애’를 촬영하면서 느꼈을 행복감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사실 촬영 한달여 전쯤에야 시나리오를 받고 급하게 결정했다는 천정명은 그래서 내심 불안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촬영장에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 즐거웠다고.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쯤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럽게 공석이 돼 대표님한테 연락이 와서 받게 됐어요. 먼저 전체적인걸 보고 그 다음에 제 캐릭터를 봤는데, 록한이란 캐릭터에 저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딨어’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공감 갔어요. 저는 맹목적으로 사랑에 맞추려고, 많이 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가 록한이처럼 상처도 받고, 잘해주니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 우여곡절이 있어서 많이 끌렸던거 같아요.”

주변에서도 ‘밀당을 해라’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지만 “그런 척도 못하고 그러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아요”라고 말할 만큼 사랑엔 헌신적인 천정명. 그에게 혹시 극중 설록처럼 오랜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초등학교 때 진짜 오래 짝사랑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였던 거 같습니다. 제가 장난이 심한 편인데 그 친구가 제 장난에 삐지게 되면서 틀어졌었어요. 그때부터 짝사랑을 되게 오래했었던 거 같은 기억이 있어요. 영화에서도 둘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듯이, 저는 록한처럼 그렇게 사랑을 해본 건 아니지만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과 성장과정이 비슷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걱정을 많이 했던 건 호흡이 안 맞으면 어쩌나 했던 거죠. 제가 급하게 결정을 했으니 후회할거 같단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걱정하고 간 거에 비해 누나가 너무 잘해주셨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준비해서 가져가면 다 맞춰주시더라구요. 그게 첫 촬영이었는데 감동 받았어요. 전혀 트러블이 없었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지금의 록한보다 더 지고지순한 캐릭터였는데 제가 같이 쏘아붙이는 그런 캐릭터로 방향을 바꿨어요. 처음에는 누나도 당황하셨었다고, 놀랐었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공식행사에서 록한이란 캐릭터를 천정명씨가 잘해준 거 같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죠.”

하지원과의 ‘티격태격’ 호흡만큼은 아니지만 제이슨 역의 진백림과도 그는 자주 마주쳐야 했다. 특히 두 사람은 클라이막스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액션씬도 있어, 어떤 식으로 소통했을지 궁금했다.

“전 영어 못해요(웃음). 영화처럼 실제로도 그런 편이에요. 저는 몸으로 하는 장면이니까 괜찮았는데 누나가 영어로 하는 장면이, 그냥이 아니라 너무 많았으니 누나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저랑 진백림씨 액션 장면은 이틀인가 삼일 정도 촬영했어요. 진백림씨는 액션이 중간에도 있어서 액션스쿨에서 계속 연습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촬영에 급하게 들어가서 벼락치기식이었죠. 그 액션 장면도 삼일 정도 촬영했는데 그 전날 모이거나 일찍 모여서 강도 높은 액션 연습을 했어요. 서로 다치면 안되고, 중요한 장면이니까 어설프게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말이 안 통해서 힘들었는데 몸으로 하는 거니까 그나마 나았습니다.”

‘목숨 건 연애’는 ‘무한도전’의 멤버 하하가 촬영에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천정명은 지난 기자간담회 때 하하와의 리허설 일화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하씨가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리시더라구요. 촬영했던 장면 중 나올 수가 없었던 게 와이어를 매달고 올라간 장면에서 소리를 막 지르셨거든요.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무서워하셔서 그 부분은 ‘통편집’이 됐어요. 저랑은 그때 리허설을 도와준 것만 같이 했어요. 아무래도 무한도전팀이 왔는데, 서로 스케줄을 맞춰서 가야하니까 서로 당황한 거 같아요. 서로 배려를 하다 보니, 많이 못 나오셔서 저도 아쉬웠어요. 저는 ‘무한도전’을 너무 좋아한다. 예능을 좋아해서 ‘미운 우리 새끼’ ‘라디오 스타’ ‘냉장고를 부탁해’도 보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천정명은 MBC ‘진짜 사나이’를 부흥기로 이끌었던 멤버 중 한 명이다. 군 생활 당시 조교로 ‘악명’이 높았던 그였기에 ‘진짜 사나이’ 속 실감나는 군생활은 박건형, 헨리, 장혁 등과 함께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았다.

“그 때는 장혁형이 워낙 잘해주셔서 더 지적이 많았던 거 같아요. 헨리, 박건형 형이랑 케이윌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해요 한번은 너무 다그치셔서 패닉이 와서 다른 분께 ‘원래 이렇게까지 하세요?’ 했더니 그 부대의 꽃이란 훈련들은 다 한거라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아는 형님’에 나갔던 게 2014년 ‘진짜 사나이’ 이후 처음인데 힘들더라구요. 너무 오랜만에 나가서 그런가 봐요. ‘미운 우리 새끼’도 제의 들어왔는데 부모님께서 같이 나오셔야 해서 보류했어요. 저만 나오면 괜찮은데, 항상 저를 걱정해주시고 생각해주시는데 피해드리면 안되니까요.”

그는 그러면서 토크 위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성격 탓에 오해 아닌 오해도 받기 때문이라고. 천정명은 “좋은 뜻에서 솔직하게 얘기한건데 그렇게 안 받아들여질 때 속상하기도 해요”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정말 로맨틱코미디 영화도 좋아하지만 액션이나 스릴러를 해보고 싶어요. 다소 상반된 그런 이미지의 역할이요. 살인마가 아닌데 살인마 같은, 정상적인데 사이코 같네 싶은 배역이요. 예를 들면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 선배님 같은. 아니면 완전 양아치 같은 역도요. 류승범씨가 잘하는 그런 연기 말예요.”

데뷔 16년차이지만 지금도 동료 배우나 감독들의 인터뷰를 메모장에 기입하면서 공부하고 있다는 천정명은 연기할 때마다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배인 최민식과 송강호의 촬영 일화도 예로 들어가며 “어떻게 하면 더 연기를 잘하고 인물에 가까워질까 생각하는 게 고민이고 공부인 거 같아요”라고 배우로서의 자세를 보였다.

“후배연기자분들 중에서도 좋은 분들 보면 모니터하면서 배우려고 해요, 본받으려고 하고. 부러울 때가 많아요. 천정명만의 색을 구축하고 싶어요. 언젠가 배우로서의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자는 그런 거 같아요. ‘믿고 보는 배우’. 대배우 선배님들처럼. 지금도 한석규 선배님의 ‘낭만 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어요. 항상 자극을 받으려고 해요. 좋은 역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하고 싶어요.”

성찬얼기자 ent@ 사진 김혜진 기자 hyejin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