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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마스터’ 김우빈 “이병헌·강동원, 카메라에 안 담기는 마법 같은 느낌 있어”

기사 등록 2016-12-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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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그는 박장군이 돼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배우 김우빈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김우빈은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박장군으로 분해 자신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색다른 연기를 펼쳤다. ‘마스터’는 그렇게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앞으로 김우빈이란 배우의 분기점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였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박장군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최영도나 치호 같은 인물을 선사했던 그지만 그 큰 키로 허리 굽혀 인사하며 인터뷰를 시작해 소문처럼 공손한 청년임을 실감케 했다. 그는 먼저 “영화 어떠셨어요?”라고 물어보며 스스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확실히 제가 참여한 작품들은 객관적으로 못 보겠어요. 시나리오 검토까지는 관객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려고 하는 편인데, 참여한다고 마음먹은 이후에는 잘 안되더라구요. 제가 나오는 장면은 아쉽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예전에 김영철 선생님하고 영화를 찍을 때 여쭤봤거든요.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시더라요. 지금까지도 훌륭하게 연기하시는 것도 그런 마음이 있어서 같아요. 어제도 (이)병헌 선배님께서 아직까지도 늘 아쉽고 그렇다고 하시는데, 우리가 볼 때 신의 영역 같은 분들인데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 보면 후배 입장에서 존경스럽고 멋있어요.”

스스로 아쉬움이 남는다곤 하지만 김우빈의 박장군은 영화 전반에 커다란 존재감을 남기며 이병헌, 강동원과 김우빈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야말로 40대, 30대, 20대 대표배우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스터’, 김우빈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어느 시상식에서도 못 뵀었어요, 두 분 다. 당연히 궁금했죠. 저는 두 분을 영화, 간간히 하시는 방송에서만 보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헌 선배님은 나이도, 경력도 차이가 나니까 무서울 거 같은, 연기에만 집중할거 같은 카리스마를 생각했죠. (강)동원형은 모델 선배니까 다른 분들이 선하고 조용하고 그런 분이라고 하시더라요. 두 분 다 조용하면 제가 분위기를 주도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만나보니 잘못된 정보들과 생각들이었어요(웃음). 밝은 에너지가 있으니까 현장도 밝고 제가 가진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두 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 때문에 긴장했다는 김우빈, 이병헌은 그런 그를 보고 ‘보디가드 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김우빈은 그의 말에 “편하게 하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는 없죠”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조심스럽고 공손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한테는 대선배님이니까 어려워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상의도 드리고, 인사 잘하고, 가끔 제가 커피 먹고 싶을 때면 드시고 싶으시겠구나 해서 갖다드리고. 그런 기본적인 것들인데 선배님들은 후배들 잘되라고 포장해서 말씀해주시는 거 같아요.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어느 순간 바른 이미지가 됐는데, 뭔가 잘못됐어요(웃음). 저는 바르지 않고. 굉장히 파이팅 있게 하는 편인데(웃음). 선배님들이 기본을 지키는 걸 예뻐해 주시는 거 같습니다.”

스스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박장군이란 인물이 궁금했기에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김우빈은 그래도 다른 배우분들이 현장에서 인물로서 있어줘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스터’에서 박장군이 모든 인물들을 만나는 역이었기 때문이다.

“이 인물이 모든 인물들을 만나고 제일 많이 나오고,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예요. 그래서 그 선을 지키는 게 제일 어려웠던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욕심을 내면 영화 전체의 피해가 갈까 힘을 빼고, 환기를 시키는 역할이자 웃을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들이 각자 다른 연기를 하니까 각자 다른 걸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그래서 박장군도 어느 정도 자신을 닮았을 거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설득이 돼야 할 수 있는 연기기에 비슷한 구석이 있을 거란다. 그러면서도 그는 ‘천재 해커’라는 역할에 맞게 주변 인물들을 박장군에게 녹이기도 했다고.

“캐릭터 설정을 하잖아요. 주변에 천재 같은 친구 세 명을 관찰했어요. 평소에는 바보 같은데 자신의 분야에서 일할 때 다른 사람이 되더라구요. 장군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티가 안 났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릴렉스하고 장난스럽게,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다 작업할 때 바뀌는 걸로 방향을 잡았죠. 다만 작업도 장군이만의 스타일을 생각했어요. 감독님의 사전조사를 들어보니 해커라고 타자를 그렇게 많이 치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저만의 작업방식을 연구했어요.”

그래서 그는 박장군만의 편한 자세, 복장을 찾아 작품에 녹였다. 그 결과 ‘마스터’에서 박장군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인물로 탄생했다. 또한 진회장(이병헌)과 김재명(강동원)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그렇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게 조의석 감독과 선배 배우들의 덕이 크다고 재차 말했다.

“조의석 감독님은 섬세하시고 생각이 많은 편이세요. 가끔 모니터만 멍하니 보고 있으셔서 피곤하신지 여쭤보면 배우의 연기를 보면 앞뒤 장면의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 고민을 한다고 하시더라요. 그래서 힘이 났어요. 웃으면서 유하게 현장을 이끌어 가셔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거 같아요. 선배님들하고는 어떤 말보다 같이 촬영을 하고 연기를 보는 거 자체가 큰 공부였고, 선배님들도 제가 후배지만 절 존중해주셔서 응원과 상의를 해주시지, 조언은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가장 가까이서 보잖아요. 그 카메라에 안 담기는 마법 같은 느낌이 아쉬울 정도예요. 무서울 정도로 그런 순간이 오곤 하면 모니터를 봤을 때 그 느낌이 아니라 아쉬워요. 물론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분들을 좋아하시지만 그 느낌이 담겼으면 더 좋아하셨을 거예요.”

평소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고 지나간 것은 빨리 잊고 좋은걸 찾으려 하는 편이라는 김우빈, 그렇지만 처음 연기를 했을 때만 해도 걱정이 너무 많아 힘들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기분 좋은 긴장감’만이 남았다고 밝혔다.

“데뷔했을 때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융통성이 없어지고 떠있는 느낌이었어요. 상대가 어떻게 하든 연습한 대로 나오니까. 첫 날 촬영을 마치고는 그 다음에는 경우의 수를 잔뜩 생각해갔죠. 지금은 열려있는 마음으로 연기해서 기분 좋은 긴장감만 남아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많은 인물과 만나니까 거기에 맞춰서 할 수 있게 귀를 열고 눈을 뜨려고 했죠. 아직 다 보이고 다 들리는 건 아니지만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공동작업이라고, 가족 같은 사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나아지면서 점점 더 재밌어지고 알고 싶어졌습니다.”

최근 김우빈은 연기 말고도 미술에도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아이들 장난 수준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꼭 한 번쯤은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는 걸 추천하기도 했다. 조의석 감독과 얘기하면서 ‘마스터’에 자신의 그림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비화도 함께 밝혔다.

“그림 그리는 건 시간이 나면 계속 해요. 지금은 100호짜리를 그리고 있어요. 행위자체를 좋아하니까, 시간도 빨리 가고요. 작품을 준비하거나 할 때 감정이나 작품의 이미지를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돼요. 하정우 선배님 그림은 봤는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전문적이시고 저는 아이들 장난 수준입니다. 순수하게 제 만족을 위한 거예요. 재밌어요, 시간 금방 갑니다(웃음).”

김우빈은 ‘마스터’가 관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박하게 느껴지는 문장으로 인사를 남겼다. 그렇다면 ‘마스터’를 넘어 배우 김우빈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일까.

“그 인물로 보이고 싶어요. 이번에도 박장군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되게 강했어요.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선배님들처럼 이번엔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sidusHQ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