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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희의 로스타임]명경기 제조팀 리버풀, 오버랩된 '이스탄불의 기적'

기사 등록 2016-04-1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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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남용희기자]'명경기 제조팀' 리버풀이 15일(한국시간) 오전 4시 5분 도르트문트에게 4-3 대역전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명경기를 제조해냈다. 아니 기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리버풀은 지난 유로파리그 1차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둬, 2차전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됐다.

리버풀에게 시작은 좋지 않았다. 리버풀은 경기 시작 4분만에 헨리크 음키타리안에게 선제골을 내주더니, 4분뒤인 전반 8분 오바메양이 오른발 슈팅으로 리버풀의 골문을 가르며 리버풀 홈팬들을 침묵시켰다.

유럽 대항전의 경우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기에 리버풀은 더이상의 실점없이 3골이 필요해졌고, 팬들의 얼굴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2골을 앞서간 도르트문트는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고, 10개 슈팅에 유효 슈팅 4개를 기록하며 영점을 맞춰가고 있었다. 0-2(합산 점수 3-1)로 전반을 마친 리버풀 팬들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팬들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리버풀은 후반 시작 3분만에 오리지가 엠레 찬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흔들었고, 팬들은 리버풀의 희망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떠올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9분 뒤인 후반 56분, 마르코 로이스가 훔멜스의 패스를 가볍게 골로 연결시키며 홈팬들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이는 사실상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쐐기골이었다. 1~2골로도 승부가 나는 축구경기에서, 종료시점이 얼마 남지않은 상황 3골의 격차는 웬만해선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한번에 다니엘 스터리지와 조 앨런 두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리고 이 교체는 대역전극을 여는 서막이 됐다.

팬들 앞에서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리버풀 선수들, '클롭 더비'라고 불리는 경기에서 지고 싶어하지 않는 클롭 감독. 이들의 시너지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고 다시 한 번 도르트문트를 압박했다.

그리고 후반 66분, 쿠티뉴의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리버풀 추격의 불씨를 살려내더니, 후반 78분 쿠티뉴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동점임에도 패배가 눈앞에 놓인 리버풀은 마지막까지 투지를 불태웠다.

리버풀은 넣기위해, 도르트문트는 막기위해 칼과 방패의 대결이 이어졌고, 팬들은 두 팀의 공방전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시간은 흘러 정규시간 90분이 지났고, 추가시간 4분이 표시됐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평소라면 길게 골문에 붙여 찼겠지만 밀너는 스터리지에게 짧게 패스했고 이후 2:1패스를 이어가며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공의 낙하지점에는 센터백 데얀 로브렌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브렌의 머리에 맞은 공은 거짓말처럼 도르트문트의 골망을 흔들었고 안필드는 환호로 뒤덮혔다. '리액션 대가'로 꼽히는 클롭은 오히려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레머니를 펼치며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로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이었다. 그리고 2004/05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스탄불의 기적'이 오버랩됐다. 당시 리버풀은 AC밀란에게 3실점을 허용하며 탈락의 문턱까지 갔지만, 후반 15분만에 3골을 몰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리버풀 역전승에 기여한 오리지는 경기 후 클롭 감독이 하프타임에 남긴 말을 전했다. "우리의 후손에게 말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클롭이 남긴 말은 현실이 됐고, 이번 경기는 후손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멋진 역사로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남용희기자 nyh5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