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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이슈결산-영화①] 기대만큼이나 아쉬웠던 2018 한국영화계를 짚었다

기사 등록 2018-12-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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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장영준기자] 2018년 유독 뜨거웠던 극장가가 이제 새로운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올해 유독 많은 기대작들이 대거 스크린에 걸리며 약 2억 1224만여 명이 극장가를 찾았고 1조 7786억을 넘는 매출액(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기준)을 올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숫자로만 보면 기뻐해야할 일임이 틀림없으나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의 아쉬운 성적과 흥행 배우들의 끊임없는 연타석 그리고 해외 영화들의 스크린 장악은 한국영화계에 분명한 한계점을 제시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움 남긴 채 사라진 기대작 TOP3

상반기와 하반기를 통틀어 극장가에 큰 기대와 실망감을 동시에 안긴 세 작품을 모았다.

영화 ‘부산행’으로 1156만여 관객을 모았던 연상호의 감독의 차기작 ‘염력’이 첫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평범한 아빠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염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본 작품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연 감독과 류승룡 배우의 만남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관객들의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일까. ‘염력’은 연 감독 전작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99만 11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스크린에서 사라져 큰 아쉬움을 남겼다. 수준 높은 특수효과가 큰 매력 포인트이긴 하나, 극중 류승룡과 대치할 만한 강력한 안타고니스트의 부재는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이끌어 나가기에 다소 부족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번째는 명실상부 사극연기로 충무로를 장악한 배우 김명민과 한국 최초 크리쳐 무비의 탄생을 알린 ‘물괴’(감독 허종호)다. 중종 22년의 기록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놀라운 CG 기술과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기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아쉬운 캐릭터 몰입감과 개연성으로 72만 395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스크린에서 물러났다.

다음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배우 현빈과 장동건의 대립을 담은 김성훈 감독의 ‘창궐’이다. 조선시대에 야귀를 삽입한 신선한 이야기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의 출연과 화려한 액션에도 영화는 많은 이를 동원하지 못했다. 코믹과 슬래셔 무비를 오가는 장르의 모호함과 다소 난해한 전개는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지 못하며 159만 9290명을 기록한 채 극장가를 떠났다.

▶보고 또 보는 배우들과 틀에 박힌 이야기. 흥행을 위한 안타까운 현실

2018년도 한국 극장가는 유독 짙어진 상업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겼다. 바로 흥행이 보증된 배우들의 연이은 등장 때문이다. 극장가에 걸리는 작품들에 고정급 출연 배우들은 극장가에 새바람이 필요함을 반증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자랑하는 배우 하정우('PMC: 더 벙커' '신과함께-인과 연' '1987' '신과함께-죄와 벌'), 마동석(‘성난황소’ ‘동네사람들’ ‘원더풀 고스트’ ‘챔피언’ ‘신과함께-인과 연’), 이성민(‘마약왕’ ‘공작’ ‘목격자’ ‘바람 바람 바람’), 조우진(‘마약왕’ ‘국가부도의 날’ ‘창궐’ ‘1987’ 등)으로 2018년 한해 동안 스크린에 등장하며 일명 ‘흥행 메이커’들의 시대 끝없는 열전이 이어졌다.

갈수록 커져가는 영화시장에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자본투입증가는 당연지사. 자본을 받으면 영화 연출력에 힘이 붙고 더 많은 관객에게 매력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투자 받기 위해선 톱스타들의 이름값이 필요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우들의 출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 유명 배우의 열일행보는 정해진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관객들이 서서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갈증을 채운 그것. 새로움과 다양함

흥행 공식으로 굳어져가는 영화시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근래 개봉한 영화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스윙키즈’의 도경수(로기수 역)와 김민호(샤오팡 역), ‘마녀’의 김다미(자윤 역) 등 실력을 갖춘 신예들이 신선한 작품을 만나 재능에 꽃을 피우며 관객들의 발길을 유도했다.

더불어 최근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보헤미안 랩소디’는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886만 18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전설적인 퀸을 그린 작품의 메인 롤은 라미 말렉이 맡았다. 그가 과연 유명해서 영화가 이런 흥행신화를 세웠을까? 아니다. 짐작컨대 대부분의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들은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멜멕을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등장한 이집트 왕자나 ‘브레이킹 던’ 시리즈의 벤자민 정도로 기억할거다. 아니면 아예 못하거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은 캐릭터들이 그려낸 현실성 짙은 이야기와 거기서 오는 감동 그리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한국영화계는 사랑이야기와 유명배우들 출연이 필수가 됐다. 이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계도 하나의 문화 시장이기에 당연한 형태다. 하지만 위와 같은 흥행 공식을 깬 작품들이 서서히 큰 빛을 보고 있다. 다양한 소재, 신선한 얼굴들이 스크린에 그려지며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음은 다채로움이야말로 극장가가 호황으로 향하는 지름길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장영준기자 joon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