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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 사부곡(思父曲) 편 “아버지에게 받은 진한 사랑의 정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30

기사 등록 2016-11-1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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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이번 편은 KBS1 ‘사랑의 리퀘스트’ 출연 당시의 에피소드와 그녀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나눠주게 된 배경이 되는 아버지의 사부곡(思父曲)의 가슴 저린 이야기이다.

“장태희씨를 보면 사람들을 늘 즐겁게 해주시고 사랑도 참 넘치는 분 같아요. 그런 밝고 유쾌한 성격은 누구를 닮은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호쾌한 성격과 외모는 엄마를 빼다 박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정도로 이쁨을 많이 받았다. 삼 남매중 유독 애교가 많은 나는 아빠 차소리만 들리면 뛰어나가 다리에 매달리고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며 치대고 안기고 했단다. 아버지가 일이 있으실 땐 항시 옆에 태우고 다니시며 음악을 크게 틀어주셨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니 주현미 선배님의 ‘쌍쌍파티’메들리였다.

트로트는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 DNA가 있어야한단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도 전통가요를 애정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듯하다. 항시 ‘우리태희 우리태희’ 이렇게 우리를 붙이셔서 나는 이름이 4자인줄 알정도 였다. 내 마음의 가장 큰 울타리가 바로 아버지이다.

국악 경기민요를 사사 받던 중 가수 데뷔가 굉장히 빨랐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빨리 TV에 나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병상에서 딸의 모습을 보시고 빨리 낳으시길 바라는 사연이 있었다.

당시 소속사 대표이셨던 선생님께서 이동 중 아버지가 계신 병원 어두운 복도에서 울고 있던 나를 보시곤 설익은 나의 데뷔를 서두르신 이유이다.

당시 신인이 감히 서기 힘들었던 KBS1 ‘가요무대’에서 ‘군밤타령’을 노래 한 것이 첫 TV 출연이었다. 그 무대를 병원에서 보신아버지가 이후 결과가 기적처럼 좋아지셔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치료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딸 가수예요.. 티비에 나왔는데 보셨어여?...” 아버지가 수차례 자랑을 하신다는 소식을 병실 간호사가 직접 나의 팬 까페에 찾아와 글을 남겼다.

국악인으로 활동하고 공부하는 시간에 크게 보여드릴 기회가 적었던 터. 늘상 조바심이 들고 출세를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 한단 부담이 컸기도 했다.

정이 깊고 가슴이 따뜻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귀인의 인연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소중히 지켜나가는 사연이다.

그래서 인지 밝고 명랑한 성격 뒤에 늘 사무치게 슬픈 노래를 즐겨했던 내가 KBS1 ‘사랑의 리퀘스트’ 무대에서 한 오백년을 부르게 됐다.

시집도안간 큰 아이가 30년 남짓 살며 얼마나 큰 한이 있어 구구절절 하겠냐만은, 씩씩하게 삼켜온 눈물이 터져 나오듯 내 부모가 지켜볼 그 무대는 일생일대 효를 행할 수 있는 절대 잊지 못할 무대였다.

‘한 많은 이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살겠네’ ‘나리는 눈이 산천을 뒤덮듯 당신의 사랑으로 이몸을 덮으소’

어머니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우리가 살다 보면은 좋은 날도 있겠죠. “아빠 아빠 내 티비나오는거 봣나 봣제?.. 잘하드나? 아빠 목청 닮아서 가수한다아니가..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줄게 내 소원은 아빠 건강 그거 하나다..”

“응..그래 밥은 먹었냐... 신호등 잘 보고 다니고 차조심하고 밥 잘챙겨먹어..”

동료가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에 부모님이 TV에 나오는 것을 못보고 돌아가셔서 그게 한이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 좋은 거 다 못해주는 그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냐만은, 대한민국 떠들썩할 만큼 대스타는 아니지만 내 자식이 이렇게 열심히 살아 잘 성장했구나 위안은 심어드린 것 같아 한숨을 돌리곤 했다.

오늘 노래를 하다 감정에 복받쳐 펑펑 울었습니다. ‘비내리는 호남선’이란 명곡을 노래하는데 그 박자 속에 추운바깥과는 다르게 난로위의 주전자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마치 호남선기차의 연기일까요. 고향이 전북김제이신 아버지가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으시다’ 하신 말씀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고향에 가시려면 호남선 기차를 타셔야하는데 장시간 차를 타시기 어려우시니 생각하니 기막히게 아팠습니다. 가요를 하며 전국의 산과 바다를 여행하며 그 풍경담은 이 가슴으로 추억도 사랑도 꺼내어 노래합니다.

슬픔에 한없이 빠져 노래하는 그 시간에 마주하는 사람이 누가된들 노래 할수 있어 내 마음은부자입니다. 이 모든 소중한 사연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음반이 나오길 기도했고 이뤘습니다.

사랑도 물질도 부족함 없이 성장기를 보냈기에 어느 정도 인성이 형성이 된 후에 겪게 된 어려움은 크나큰 인생 공부의 처절한 시간이기도 했다.

크고 작은 하늘의 시험에도 ‘함부로 살면 안되는 인생이어야 한다’ 생각한 이유다.

공연을 다녀오는 출장길엔 늘 아버지 간식을 식을세라 품에 안고 들어가곤 했다. ‘얼마나 좋아하실까?’ 집 앞에서 걸음이 빨라진다. “아빠 내왔다! 맛있는거 사왔다!” 어릴적부터 “태희는 꼭 먹을 거 사들고 온다”고 식구들이 안자고 기다리곤 했다. 가족의 행복한 웃음이 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하루는 가수지인 초대모임의 골프 약속이 있었는데 하루전날 밤새 못자고 간병을 해 두 눈이 퉁퉁부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석을 했었다. 운동이 끝나고 캐디한명이 지인선배에게 “장태희고객님은 4시간 반 동안 한번도 안 웃으신 적이 없이 계속 웃고 계셨다”고. ‘그 얘기를 듣고 내가그랬나?’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난 그랬던 거다. 혼자 기가 막혀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고생을 하고 다녀도 맵시가 나는 틀 좋은 체격에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하고, 나누는 것을 즐겨하고 지나치게 밝은 성격 탓에 세상 고민 없게 보여 동정 따윈 받을 생각도 없이 사는 현대판 캔디로 굳건히 살아왔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운전 중에 혼잣말로 “너는 사랑으로 사는아이야 사랑으로 용서 하는 아이야 사랑이 많은아이야 요즘 몇몇 애들은 욕망도 아닌 야망을 갖고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고 이해관계로 살기도 하는데 너는 사랑에 죽고사는아이야”라고 말씀 하셨다.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이렇게 나에 대한 얘기를 누군가 할땐 어색하고 ‘내가 그런가?’하게 되지만 늘 열정과 신념을 갖고 살아내고 있다.

때론 현실의 맨얼굴을 마주할 때 자괴감 상실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 바를 다하고 있는 힘을 다해 ‘충’ 과 ‘성’을 다해 살아냈다.

나의 진가를 알아봐주고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속에 지갑은 텅텅비어도 수천만원을 빌려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웃긴 사연이 있는 자존감을 키우게 됐다.

‘형제가 없는 사람은 팔에도 손에도 힘이없다’는 얘기가 있다. 부모님이 주신선물 3남매가 서로 의지하고 합심해 효도하는 시간들이 값지다. 김부자 선생님의 ‘일자상서’를 노래하며 눈물짓게 되는건 실제로 아버지 회갑때 언니와 함께 마고자를 사서 입혀드리고 함께 촛불로 축하를 해드리기도 했다.

언니의 피아노반주에 동요를 불러 녹음해 아빠 차에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틀렸다고 언니가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아 ‘쿵’하는 소리까지 녹음이 됐었는데 나는 울면서 완창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별을 겪게 되면 만남이 두렵지만 세상 태어나 처음 맺은 첫정이 부모의 정이 아닐까. 나의 첫사랑 아버지와도 언젠가는 가장 아름답고 아픈 이별을 해야 하겠지만, 아버지에게 받은 깊고 진한 사랑의 정은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 따뜻한 인간이 되는 가장 큰 선물을 주셨다. 살아계시는 그날까지 원도 한도 후회도 미련도 없이 나는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을 것이다.

세차게 파도치는 해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근데 파도가 밀려와 지워져버렸어요. 또 썼는데 또 지워졌지요. 제가 모래위에 쓴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쓰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릴적 아빠가 스케치북이랑 색연필을 많이도 사다줬어요. 하얀 도화지에 그리고 싶은거 다 그려보라고. 써도 지워지지 않는 안전한 곳이 어딜까요. 내 꿈과 내 청춘과 내 사랑은 어디에 그렸을까요. 가장 안전한 곳, 가장 넓은 곳 마음껏 그리고 틀리면 다시 지우고 마음껏 다시 그릴 수가 있는곳.

예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색칠을 해야하는데 색연필이 없어요. 무지개 빛 꿈이 필요한데 말이죠. 비가 그치고 안개가 걷히면 무지개가 떠오를꺼에요 그렇죠?. 내가 잠들고 꿈꾸던 내 인생의 도화지는 바로 내 자신이었음을 나는 압니다. 감수성 깊은 둘째딸에게 엄마는 ‘그 눈물이 말라야 성공한다’ 얘기한 것이 뇌리를 스칩니다.

많이울고 또 울고나면 말라버리겠죠.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빛과 소금을 얘기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되기 위해 뜨거운 태양과 바람이 필요하데요. 벗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들이 태양과 바람이 돼 서서히 형체를 들어내는 장태희는 최고의 보석, 소금이 되는거 같습니다. 근데 완전 짤꺼 같아요^^.

운동 중에 우연히 “아 이번 생은 망했어! 완전~ 다시 태어나야되 새로 태어나는게 빠르겠어 완전 힘들어!” 말하는 거침없는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나는 스쳐 듣게 된 이야기에 돌아서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의 봉합보다 극단적인 생각의 말을 쉽게 하는 아이들의 견고하지 못한 정신력을 들여 다보게 된 것이다.

싱숭생숭한 요즘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고 살았는데 타켓이 생긴 듯 내 탓이 아닌 세상을 한탄해도 내가 하는 노래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길. 그것이 사는 자체의 예술이 되길,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게 되는 흙과 백의 세상을 국민이라는 본질로 돌아가게 되는 요즘의 순간들.

“안녕하세요?”하고 나타나서 안녕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해대는 간교한 인간들이 넘쳐나도 밖에서 비가 내리는데 비가 아니라고 얘기해도, 분명 아름다운 연꽂 인데 그건 개나리라고 해도 판단은 본인의 몫일거야.

마음을 닦자. 미움과 원망은 불로 태우고 눈물로 씻어내자 바람으로 날려보내자. 수많은 기억중 추억만 살려내자 그래야 살수 있다.

공연 가는 길에 “선생님? 저 바다 이름이 뭐예요?” “응 영산강 이란다” “‘영산강 처녀’라는 노래 제가 좋아했어요!! 그곳이 이곳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