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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채서진, 앞으로가 긴 배우의 자세

기사 등록 2016-12-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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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얻게 된 배우 채서진.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젊은 연아 역을 맡아 80년대 아날로그 분위기 속에서 싱그러움을 내뿜었다. 동물과 사람, 모든 생명체를 사랑할 줄 아는 선한 이미지의 연아는 크고 맑은 그의 눈망울로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최근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는 신예라는 말이 걸맞게끔 채서진은 실제 모습에서도 충분한 매력과 연기력을 겸비했다. 배우 김옥빈의 여동생이라는 색안경을 낄 틈 없이 주변인에게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 모습이 연아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채서진은 “개봉 후 정신없이 무대인사 다니고 인터뷰하면서 열심히 소처럼 일하고 있어요. 뭔가가 크게 달라진 거 같지는 않아요. ‘초인’ 때 인터뷰를 조금 한 적이 있는데, 떨렸거든요. 지금은 갑자기 많은 분들과 인터뷰 하다 보니 몽롱해지더라고요.(웃음)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해요. 관심은 감사하죠. 영화 속 연아로서 역할을 다 한 것으로 만족해요. ‘충무로 기대주’라는 말도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라며 부쩍 달라진 인기에 소감을 내비쳤다.

“제가 읽었던 소설이라 시나리오가 쑥쑥 읽히더라고요. 홍지영 감독님을 부국제 때 ‘초인’ 초청되면서 뵀었는데, ‘비전의 밤’ 파티 때 ‘영화 잘 봤다’ 하시면서 너무나 힘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도 홍지영 감독님을 좋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디션 준비하면서도 설렜죠. 다행히 오디션장에서 기억해주시더라고요. 홍 감독님은 정말 부드러우시면서 카리스마가 엄청난 분이에요. 감독님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발견될 때 진짜 아름다운 거라 말씀하시면서 저도 모르는 제 진짜 모습을 이끌어 내주셨어요. 오디션 때도 저라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잘 이끌어주셨어요.”

여성 감독과 함께한 장점을 터놓으며 오디션과 촬영 당시를 떠올린 채서진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만난 것이 운명이라 여기는 듯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으로 돌아가 평생을 가장 후회해온 사건을 바꾸려고 하는 이야기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프랑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기욤 뮈소에 대한 애정까지 늘어놓는 그다.

“고등학교 때 기욤 뮈소 소설을 읽었는데, 준비하면서 또 읽어봤어요. 기욤 소설을 읽으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해지고, 엄마 아빠한테 잘 못해준 것도 생각나면서 현재에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것들이 느껴졌어요. 원작과 배경이 아예 다르니까 한국 정서와 시대로 각색이 되면서 달라진 것 같은데, 특히 연아는 소설 속 직업이 수의사였지만, 각색되면서 여성 최초 돌고래 조련사로 재탄생했죠. 최초가 된다는 건 항상 힘든 일이잖아요. 감독님이 연아를 만들 때 제인 구달을 실제 모델로 했는데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더라고요. 직업부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연아도 제인 구달처럼 돌고래 조련사 이상의 마음으로 돌고래를 대하죠. 자기만의 부드러움으로 보듬고요. 또 내면이 건강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수현을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조련사 역 훈련을 위해 촬영 전에 거제 씨 월드에 내려가서 실제 조련사 분들이 공연하는 걸 많이 관찰했어요. 취재를 했죠. 왜 돌고래 조련사를 선택했고, 어떨 때 가장 뿌듯하고 기쁜지. 돌고래와 교감하고 친해지는 게 가장 먼저라 생각했어요. 돌고래 밥 줄 때 밥 좀 더 주고 많이 친해졌죠. 수신호도 정확히 시선을 맞추고 해야 얘기를 듣더라고요. 조금 어려웠는데 돌고래가 잘 따라와 줬어요.”

조련사로서 돌고래를 아끼는 모습이 그 자체로 사랑스럽기도 하면서 극 중 결정적 사건에 휘말리는 입장에 처하기도 한다. 조련사가 등장하는 한국영화가 썩 많지 않은 터라 이 모든 과정을 소화하기가 꽤 까다로웠다. 여기에 30년 전 연아를 표현하느라 1985년 배경에도 익숙해야 했다.

“엄마 사진첩 보면서 많이 참고했죠. 당시 저희 엄마가 딱 20대더라고요. 영화에서 빨간 옷 입고 요한 오빠랑 계단에서 장면을 소화한 적이 있는데, 엄마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면서 가방도 가져가 보고 그랬죠. 초반에 기차역에서 수현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감독님이 20대 때 쓰던 가방을 활용했어요. 그 밖에 85년 당시 사진을 찾아보면서 많이 참고했고, 영화 ‘써니’도 참고했어요. 연아와 수현은 사회운동을 하면서 만났을 수도 있고, 음악다방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만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연아는 원거리 연애를 하면서도 돌발적으로 연인을 찾아갈 만큼 사랑에 적극적이다. 싱크로율을 물으니 “수현이처럼 사랑하는 상대가 나타나봐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연애 할 때 감정표현을 숨기지 말자는 주의인데, 연아와 3~40프로 비슷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감독님이 저와 연아의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고 좋아해주신 것 같았어요. 연아는 자신을 어필하기보다 한 발자국 뒤에서 수현을 리드하고 배려하죠. 실제로 저는 느리지만 차분하고 진중한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한결같다는 말도 듣고요. 간혹 친구들과 있을 때 시원시원한 면도 나오는데, ‘긍정이 체질’ 방혜정의 모습 또한 있어요.”

채서진이 이번 영화로 특히 주목받은 데는 연기파 배우 김윤석, 변요한과 함께 호흡을 맞춘 사실도 포함된다. 특히 30년 전 수현인 변요한과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다정한 애정신은 영화의 멜로 색채를 강조하는 아름다운 부분이다.

“두 분 다 집중력이 어마어마하세요. 보는 것 만해도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하세요. 부러웠고, 많이 배웠죠. 닮고 싶었고요. 저는 아직 신인이라 이런 과정들이 익숙지 않다보니 현장분위기에 따라 쉽게 좌우되죠. 아무래도 처음 상업영화의 주인공을 맡아서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촬영할 때가 있었어요. 앞으로 단련해야할 숙제인 것 같아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고요. 요한 오빠도 낯가리는 면이 저와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웃음)”

“서로 보고 ‘나랑 같은 과구나’ 느꼈어요. 억지로는 아니지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맡겼죠. 요한 오빠가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정신에서 ‘타이타닉’ OST를 틀어놓고 장난치기도 했어요. 요한 오빠랑도 친하고 저랑도 친한 동문 오빠를 불러서 대기실에서 얘기하고 긴장을 푼 후 촬영하기도 했고요.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했을 때 요한오빠는 데뷔했을 때라 마주치지는 못했어요. 이미 요한 오빠는 단편 영화계에서 전설이더라고요. 선배들로부터 ‘정말 열심히 하고 잘 한다’고 오빠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3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알약 10알로 과거와 미래를 모두 바꿀 수 있다. 아직 데뷔 초기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바꾸고픈 순간이 있을까.

“시나리오를 받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꾸고 싶은 순간은 없더라고요. 그 과정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하고 싶어요. 만약 30년 후의 제가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엄마 전화 미루지 좀 마라’ 하고 싶어요. 사실 너무 바쁘고 힘들다보면 부모님 전화나 문자를 못 받고 미룰 때가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또 피곤해서 미루고, 하루 이틀 지나가 있고. 안 그래야지 하는데 죄송하죠.”

가족 얘기가 나온 김에 언니 김옥빈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여고괴담4’부터 거장 박찬욱 감독과의 ‘박쥐’를 비롯, ‘여배우들’, ‘고지전’, ‘소수의견’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미 영화계에서 큰 입지를 다진 김옥빈이다. 채서진 역시 2016년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김옥빈의 아역으로 짧게 등장한 이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단편 ‘여자여’, 그리고 올해 ‘초인’, ‘커튼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동생 김고운으로 가족으로서, 배우로서 가지는 동질감은 클 터.

“언니의 동생이기 때문에 받는 관심이 있죠. 저는 제 할 일 묵묵히 하면서 가려고 해요. 언니와 평소에 연기 얘기를 많이 나눠요. 아무래도 둘 다 직업이 같다보니까 밥을 먹다가도, 티비를 보다가도 연기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보고 언니가 너무나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이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마음고생도 했는지 봐왔으니까요. 노력한 만큼 잘 담겼다고 좋아해줬어요. 저는 제 연기를 보고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서 ‘다음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언니가 ‘네가 못 보는 부분을 다른 사람은 장점으로 볼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자책하지 말라 그래요. 평소에는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다가도 연기 주제로는 진지하게 얘기하게 돼요.”

배우 채서진은 순수하게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언니의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언니 때문에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그런 애티튜드가 올해 채서진을 독자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끔 한 힘이겠다.

“너무 재미있어요. 배우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 들어온 직후였는데, 공부하고 배우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좋은 학교에서 좋은 커리큘럼에서 배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 장면을 밖에서 시간이 없으면 빨이 찍고 넘어가잖아요. 학교에서는 파트너와 같이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든요. 각자 타당성을 생각하면서 토론하기도 하고. 파트너와 결국 일어나는 시너지가 있더라고요. 그런 공들인 신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들이 너무 즐거웠어요. 단편 영화도 마찬가지였고요. 촬영, 조명, 배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다 모여서 하나의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게 매력적이죠. 한 명이라도 없으면 안 돼요. 이제는 상영하고서 보면서 얻는 게 있어요.”

“올해는 시작이고 발돋움이었죠. 너무 설레고 감사한 한 해였고요. 작년부터 천천히 찍어온 작품들이 한 번에 보여지면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받은 만큼 실망시키지 않게 더 잘하고 보답하고 싶어요. 앞으로 길게 보고 있어요. 1, 2년 연기할 게 아니니까요. 지금은 많은 경험, 다작하는 모습 보여드리면서 30대에는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이슈데일리 조대훈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