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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배우 위하준① “연기, 어려웠기에 더 오기 생겼다”

기사 등록 2016-10-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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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연예인이 되기까지 과정은 어땠을까’

한 번 쯤은 생각해볼 궁금증이다. 이슈데일리는 매주 ‘핫데뷔일기’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데뷔 전부터 후까지, 대중들에게 자세하고 솔직하게 들려주고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다.

녹록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광고가 있다. 이 땅의 여느 청년처럼 광고의 주인공도 불안한 미래 속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버틴다. 그러나 주인공이 힘든 하루의 끝에 선보이는 거리 공연은 그의 불씨가 찬란하게 꽃피게 될 것을 짐작케 한다.

광고 속 자신이 연기한 인물의 삶을 현실에서도 유사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배우가 있다. 비록 험난한 앞날이 예상되는 목표지만, 택한 길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위하준은 마치 자신의 자서전 같은 광고로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지금까지 그의 여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핫데뷔일기’는 광고보다 직접적인 그의 삶을 통해 더 큰 감동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편집자주>

“평소 성격은 조금 거친 편이에요. 제 표현 방식이 가까울수록 장난도 많이 치고 툭툭 건드리는 편이거든요. 겉으로는 무뚝뚝해보여도 정이 많아서 뒤에서 챙기고 잔소리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주변 애들이 좋은 말로 ‘츤데레’라고 해주더라고요.”

마치 모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위하준은 시원한 미소가 아주 매력적이었지만 상냥한 말투와 다르게 그가 표현하는 자기 자신은 생각보다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어 누구에게나 호감으로 비춰질 그는 어린 시절, 믿기지 않는 이야기부터 털어놨다.

“제가 정말 어릴 때는 어리광도 없고 내성적이었어요. 어릴 때 학교에서 국어책 읽기 같은 거 하잖아요. 저는 그게 눈물 날 정도로 창피하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애들하고 말도 잘 안하고 혼자 운동하고 혼자 액션 영화 보고 따라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5, 6학년 쯤 갑자기 키가 컸어요. 원래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키가 크면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애들을 제압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주변에 친구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서 남 앞에 서는 것도 자신 있어지고 완전 변했죠. 중학교 2학년 때 180cm가 되고나서는 더 이상 안 크더라고요.”

그전까지는 형이 축구를 한데다가 본인도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선수라고 꿈을 적기는 했지만 그 분야에 크게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커진 키를 따라 꿈도 같이 크기 시작한 것이다.

“중학교 가서 동아리를 많이 들게 됐는데 거의 댄스 쪽이었어요. 그때부터 남 앞에 서고 스스로 안무도 짜고, 다른 안무 커버도 하고, 축제에 무대도 서고. 남들 앞에서 공연하고 환호를 받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친구들과 같이 안무를 맞출 때 희열도 생겼고요. 그때는 배우라기보다는 안무가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연예인의 꿈을 꿨죠. 남 앞에 서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박수 받고 싶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그는 예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고 말았다. 전남의 한 작은 섬, 소안도에 살았던 그에게 부모님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하고 대학 들어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인문계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그냥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성적도 나쁘진 않았는데 막상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점수 되는대로 원서를 넣는 게 싫었어요. 일단 서울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부모님께 편지를 썼어요. ‘부모님 말씀대로 나름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는데 대학을 가려니 가고 싶은 과가 없습니다’라고요. 원래부터 생각했던 꿈이 있으니 서울에 보내달라고 했죠. 결국은 보내주셨어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나이에 정말 큰 결심이었다. 성인도 되기 전 부모의 울타리를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우울과 외로움의 연속일 것 같았다. 그러나 위하준은 예상 외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앞만 보고 달릴 소중한 기회가 됐다.

“고등학교 3학년 5월에 서울로 갔어요. 그때 연예인들이 무슨 과에 가나 찾아보니까 연극영화과를 가더라고요.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서울에 왔는데 대학은 가야 되고, 전학 간 학교에서 연기하는 애 없냐고 물어보니까 있더라고요. 그 친구한테 물어보고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몰래카메라 장난을 하듯 하면 되는 줄 알고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배우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연극을 하려니까 대사도 못 뱉을 것 같았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렵고 어떻게 해야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기가 생겼어요.”

위하준은 원래 성격이 그렇다며 자존심도 상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계를 느꼈을 때 좌절보다는 도전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청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이보다 더 적격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한편 위하준은 도전의 바탕에 그가 처음 접하게 된 연극에 대한 충격과 전율의 이미지가 한 몫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원 다니면서 처음 연극이라는 걸 단체로 봤어요. 그걸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가 있지? 하고 감탄했어요. 거기에 빠져가지고 그 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막연하게 연예인을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영화도 보고 연극도 계속 보니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고 싶어서 연예인을 꿈꿨던, 어떻게 보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던 아이는 그렇게 성장했다. 이제 그는 어엿이 배우지망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꿈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념으로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은 막상 그의 기대와 조금 거리가 멀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배우는 것이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대학은 한 학기만 다니다 군대를 갔어요. 더 늦을 바에 빨리 가자고 생각했던 거죠. 전역하고 나서는 복학하는 대신에 다시 학원을 다녔어요. 그동안 제가 했던 것은 입시 연기였는데 제가 하고 싶은 연기는 영화 쪽이라 조금 다르긴 하잖아요. 군대에 있는 동안 연기를 한 번도 안 해보기도 했고. 그래서 학원 다니면서 레슨 받고 프로필도 찍어보고 그걸 여기저기 돌려보기도 했어요.”

청춘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 때마다 청춘은 고뇌하고 갈등한다. 성인이 됐으니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야한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음에도 이제 사회로 막 나온 이들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위하준은 여기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리고 그것은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해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회를 선물처럼 안겼다.

“그러다가 연락이 온 거예요. 그동안 단편영화는 몇 개 했었지만 첫 상업영화라 의미가 컸습니다. 또 크랭크인이 제 생일날이기도 했고요. 첫 상업영화에 첫 촬영일이 제 생일이라니. 촬영은 물론 힘들었지만 다들 잘 도와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촬영은 하루 종일 김혜수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야하는 날이었어요. 그날 현재 소속사 대표님이 영화사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서 응원차 들리셨는데 영화사 대표님이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저를 많이 어필 해주셨어요.”

역시 기회는 로또처럼 한순간에 온 것이 아니었다. 촬영 내내 그가 보여줬던 적극성과 성실성이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인정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그를 좀 더 큰 세상으로 발을 내딛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래서 정말 운 좋게 생각지도 못한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그렇게 스물다섯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도 보고 작품도 하면서 배우의 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깜깜한 미래에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그에게도 몇 번씩이나 불쑥불쑥 찾아왔다. 특히 그것을 버티기 힘들었던 때가 바로 군대에 있을 시절이었다. 공군으로 간 그는 주변 사람과 자신을 많이 비교하곤 했다.

“다들 토익 공부하고 중국어 공부하고 그러는데 저만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여기서 연기 연습을 하기도 뭐하고. 주변 사람들처럼 현실적으로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했던 게 군대에 있는 시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조금씩 연예계 활동하는 친구들도 보이잖아요. 누구나 그 안에 있으면 다 그렇겠지만 현재 처해있는 현실과 갈망하는 꿈 사이의 갈등이 유독 심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청춘은 청춘이었다. 위하준은 결국 그 2년이 본인한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주위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때로는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성격적으로도 훨씬 여유 있어 졌고 사람 대하는 법에도 변화가 생겼단다. 이는 그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 그리고 또 본인 스스로로 끊임없던 채찍질로써 가능했다. 지금껏 제대로 해본 게 없었기에 여기서 포기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정말 아니다 싶을 때 관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결국 그는 데뷔작품에서 내로라하는 연기파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으며 그 이후 쟁쟁한 배우들이 자리하고 있는 소속사에도 청일점으로 속하게 됐다. 종사하는 배우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한 연예계에서 이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던 원인은 위하준 자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오고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면서 잘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정말 열심히는 했어요. 일단 수업 전에 두 시간 전부터 와있고 늦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그런 부분에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연기를 크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열정이 있고 성실함이 있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털어놨다. 그의 데뷔작 ‘차이나타운’에 관한 이야기였다. 평소 생활과 너무 달라 힘들었던 ‘차이나타운’ 촬영 이야기와 이를 발판으로 더욱 뻗어나간 그의 배우 인생은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자.

“오디션을 보고 합격이 됐는데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어요. 제가 담배를 한 번도 펴본 적이 없고 오히려 싫어하는 편인데 담배도 피워야 되고 삭발도 해야 되고 또 영화에서 운전해야 되는데 운전면허도 없고. 3주에서 4주 뒤에 연기를 해야 되는데 자신이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야 되니까요. 그래서 저 가르쳐 준 선생님께 못할 것 같다고 말씀 드리니까 욕을 하시더라고요. 네가 뭔데 못하냐고, 미쳤냐고(웃음). 그래서 아무 말 못하고 그냥 ‘하겠습니다’ 대답했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그 때 작품을 안 했으면 저는 데뷔도 못하고 회사랑 계약도 못하고 계속 혼자서 뭐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위하준의 ‘핫데뷔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28일에 공개됩니다.

(장소제공=논현동 '바라는 것들의 실상')

양지연기자 jy4429@ 사진 조은정 기자 j_e_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