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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1987년과 2017년, 여전히 평범을 꿈꾸는 '보통사람'

기사 등록 2017-03-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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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보통사람, 상식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싶은 보통사람"

1987년과 2017년, 30년이란 세월이 관통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4.13 호헌조치,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를 혼란으로 몰어넣었던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기득권들과 권리를 찾으려는 소시민의 충돌. 거창한 것 같지만, 상식이 통하는 시대에 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30년 전과 지금, 변한 건 무엇인지, 또 한번 격변의 시기가 온 2017년, 물음을 던진다.

영화 ‘보통사람’은 손현주, 장혁, 김상호, 지승현, 오연아가 출연했다. 영화는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헌논의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국민적 분노를 샀던 1987년도를 배경으로 했다. 최규남(장혁)을 비롯한 권력자들은 계속 국민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민주화에서 눈을 돌릴 수 있게 김태성(조달환)을 연쇄살인마로 엮으려 한다. 이 공작 사건에 강성진(손현주)이 선택되며 이야기는 앞으로 걸어나간다.

다리가 아픈 아들, 장애가 있는 아내, 그저 가족을 행복하게,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던 강성진은 최규남의 제안에 솔깃해진다.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기자이자 친한 형 추재진(김상호)은 강성진의 잘못을 막으려 한다.

'보통사람'의 전체적 이야기 뼈대다. 이 뼈대를 얼마만큼 잘 채워넣느냐가 관건. 손현주란 수장과 장혁, 김상호, 오연아, 정만식 등 연기에서만큼은 이력없는 배우들이 총집합해 지지대를 쌓았다. 그 시절 보통의 형사, 지시받은 일이 애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잘못돼가고 있는걸 스스로 깨닫는 인물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로 각성하게 되는데 손현주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였다. 형사 역인만큼 손현주의 맨손액션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바닥을 뒹굴고 2층에서 뛰어내리고, 화려한 기술이 아닌 박치기로 범인을 잡아넣는 등 '보통사람'은 이야기부터 연기, 설정까지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후반부로 갈 수록 가족을 위해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고민에 빠진 강성진은 손현주의 내면연기로 완성됐다.

장혁은 최규남 역으로 안기부 실장으로 등장, 권력층의 중심이다. 정중하고 예의바른 것 같지만 뜻이 다를 때는 가차없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인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잘못된 신념과 원칙을 남에게 강요할 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는 인물이다. 최규남은 우리나라 역사에 항상 등장하는 권력 시스템을 상징하는 인물로, 1987년의 최규남은 2017년에 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김상호가 연기한 추재진은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위험한 일을 한다. 강성진이 덫에 빠졌다는 알아채고 걱정한다. 이상호 기자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던 김상호는 사람냄새 그득하지만 사명감 넘치는 기자를 만들어냈다.

라미란과 오연아의 연기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라미란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는 신스틸러였지만, '보통사람'에서는 강성진의 아내를 연기하면서 웃음기를 쏙 뺐다. 보기만 해도 뭉클해지는 1980년도의 우리의 어머니를 그대로 옮겨왔다. tvN '시그널'에서 아동유괴살인범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오연아는 추재진의 후배 사진 기자로 그의 뜻을 따른다. 어리숙하지만 나라의 혼돈 안에서 성장하며 후반부 중요한 역을 해낸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우리는 평범함을 지켜내기 위해 언제나 치열하게 살아왔다. 꼭 80년대를 살아낸 사람이 아니더라도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백조가 물밑에서 쉬지 않고 발차기를 하듯 말이다. 그들의 온전히 '자신'일 수 있게 하는 도전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민주화를 이뤄냈다. '보통사람'이 주는 공감과 울림의 힘이 여기 있다. 결국엔 우리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권력층의 적나라한 모습이 보여져 다른 때 같았으면 위험한 영화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정치와 민주화 운동에 관심이 많아진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김봉한 감독의 물음에 관객들은 응답해줄까. 3월 23일 개봉. 러닝타임 121분. 15세 관람가.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