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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의 객석]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늙은 영웅의 귀환,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125분’

기사 등록 2015-07-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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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유진기자] 다시 돌아온 T-800은 세월을 반영한 현실감으로 총 무장해 있었다. 31년 전 영화 속 명대사인 “I'll be back”의 긴장감은 한풀 꺾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것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의 이야기다.

심판의 날 이후를 배경으로 ‘터미네이터5’의 서막은 시작된다. 2029년 인류는 로봇 군단 스카이넷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스카이넷이 인간 저항군의 수장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제거하기 위해 T-1000(이병헌)을 과거로 보낸 것. 이에 맞서 존 코너(제이슨 클락) 또한 자신의 부하인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과거로 송출한다. 반면 미래의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사라 코너는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후 존 코너는 바뀌어버린 미래로 인해 인류 최강 리더에서 역대 최강급 악당으로 변화, 한때 아군이었던 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시즌 리부트로 알려진 ‘터미네이터5’는 전작들과 큰 차이점을 두지 않는다. 특별한 점을 찾는 다면 아군에서 적군이 되어버린 존 코너(T-3000)의 변화된 모습일 것. 이와 더불어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노화된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설정이다. 그는 카일 리스 앞에서 기계 오작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화된 피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미진한 액션 연기를 소화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노쇠한 영웅의 모습은 관객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기보다 오히려 공감을 자아냈다. 과거 개연성 없는 파괴력을 자랑하던 T-800이었기에 이러한 설정은 현실성을 불러 일으켰고, 2015년에 걸 맞는 설정으로 작용했다. 특히 “늙어도 쓸모는 있다”고 말하는 T-800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가슴 찡한 울림을 남겼다. 이는 오랜 세월 인간과 동고동락한 기계의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번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은 앨런 테일러 감독은 드라마 전개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다. 인물들의 관계 속에 가족애와 인류애, 멜로감을 덧입혀 한층 더 성숙한 전개를 펼친 것. 그 중 액션 영화에서 자칫 지나치면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멜로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성공하며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특히 멜로 연기를 펼친 두 주연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와 제이 코트니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둘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 극의 전개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스타 이병헌의 T-1000 연기 또한 강렬함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사라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액체금속 로봇 T-1000으로 등장, 한 번 접촉한 물체로 완벽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신체를 금속 소재의 칼로 바꾸며 타격감 있는 액션을 선사했다.

31년 전 ‘터미네이터’가 기술력 부족으로 진땀을 뺐다면 2015년의 ‘터미네이터5’는 진보된 기술로 총 무장해 관객몰이에 나섰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액션과 화려한 CG, 3D 효과를 덧입혀 다시 돌아온 것. 특히 그 속에서 부쩍 늙어버린 T-800의 모습은 인간미와 공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관객들이 노장의 영웅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앞으로의 흥행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박유진기자 rorisa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