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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칼럼- 정태호 '개콘 24시'] 3부. '나는 개그맨이다'

기사 등록 2012-10-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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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개그맨 '정태호'보단 대중들은 그를 ‘개그콘서트’의 정 여사로 기억한다. 초등학생들조차 그에게 “정 여사다”를 외칠 정도이니 국민 개그맨이란 호칭도 이젠 무리가 아니다. 일부는 그를 두고 깜짝 스타 또는 벼락 스타라고도 부른다.

정말 그럴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니다. 살인적인 아이디어 싸움과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태호의 노력은 지금의 관심으로 꽃피워 났을 뿐이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정태호에게 지금의 인기는 자신의 진짜 목표가 아니었다. 개그맨 정태호, 아니 인간 정태호가 들려주고픈 진짜 스토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편집자 주.

# 개그맨 정태호? 인간 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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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때문에 내 몸값이 10배가 뛰었다는 등 말들이 많다. ‘정여사’ 팀 마스코트 브라우니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으니 요즘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브라우니는 어디 있어요?’ ‘브라우니는 안 왔어요?’라고 물어오기 바쁘다. 아니 나도 연예인인데, 날 보면서 ‘브라우니’만 찾고 있으니 개그계의 대세 ‘정여사’의 주인공으로서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다. 뭐 브라우니가 없었다면 정여사’가 ‘그렇게 인기를 끌었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다시 한 번 고맙다 브라우니야.

자 이쯤에서 내 얘기도 좀 해보자. 혹시 궁금하지 않더라도 우리 ‘멍멍이 친구’ 얘기는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 나 인간 정태호의 얘기를 해도 괜찮을 듯한데. 뭐 그냥 무대포 정신으로 밀고 나가겠다. ‘정여사’ 버전 “그냥 들으세요.”

글쎄, 처음부터 개그맨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아니 개그맨이 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지금도 프로 개그맨을 꿈꾸는 대학로의 수많은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난 처음부터 내 사전에 ‘개그맨’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개그맨 생활을 하고 있다. 솔직히 다른 분야 ‘억’소리 나는 톱스타급 연예인들에 비해 수입은 보잘 것 없지만 뭐 어떤가. 후배들에게 밥 사주고, 선배들에게 좋은 후배 노릇 할 정도의 여유가 생겼으니 말이다.그것도 ‘브라우니’와 함께. 여기서 또 브라우니 얘기를 나도 모르게 해 버렸네. 에이.

난 그 흔한 무명 시절을 겪지 않았다. 겪지 않았기 보단 그 시절이 꽤 짧았다. 31세란 꽤 늦은 나이에 개그맨 시험을 통과하고 데뷔를 했다. 물론 한 번에 합격할 정도로 난 그렇게 천성적인 개그 본능을 소유한 천재 스타일은 아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유독 개그맨들 중에 똑똑한 분들이 참 많다. 정말 ‘천재’ 소리가 아깝지 않은 선후배 분들은 보고 있으면 가끔은, 아니 거의 매번 나 자신의 왜소함을 느낄 정도다. 그럼에도 그런 분들 보다 지금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참 운이 좋은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난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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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다른 얘기로 주제가 빠진다. 원래 내 직업은 레크레이션 강사였다. 꽤 잘나가던 레크레이션 강사로 활동했다. 얼마나 잘나갔냐고? 무지 잘나갔다. 정말 아주 꽤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레크레이션계의 톱스타?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개그맨 생활 보다는 훨씬 넉넉한 주머니 사정을 자랑했으니 그 정도면 잘 나간 것 아닌가? 그렇다고 개그맨들이 다들 힘들게 사는 건 아니다. 활동하는 무대가 적다 보니 일부 후배들의 경우 주머니가 넉넉지 못할 뿐이다.

아무튼 난 잘나가던 레크레이션 강사였다. 그런데 한 방송 프로그램이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미국의 할램가를 무대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내용은 이랬다. 한 흑인이 길거리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추고 있더라. 그러자 한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아주 걸죽하게 욕을 내뱉으시면서 조용히 하라고 하는 거다. 급기야 할머니가 내려와서 “차라리 나도 배워볼까”라고 하는 거다. 얼마나 황당하냐. 그 흑인도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냥 춤을 가르쳐 주더라.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배우던 할머니가 두 명이 되고 세 명되고 열 명이 되고 수십 명이 되고. 급기야 구청 같은 데서 연습실을 제공해 주더라. 그 흑인은 결국 할램의 영웅처럼 됐다. 그걸 보자마자 무릎을 딱 쳤다. 바로 저거다.

레크레이션 강사를 통해 노인복지사를 꿈꿨다. 정말 내가 꿈꾸던 비전을 봤고, 내 적성과도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앞서 설명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노인복지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개그맨이라고 판단했다. 그때 나이 31세였다. 다소 늦은 나이, 아니 많이 늦은 나이였다. 한 번에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정말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개그계에서 내가 설자리가 있을까. 걱정도 컸다. 하지만 진짜 자신 있었다. 4번의 낙방 끝에 개그맨이 됐다. 야호!!! 나도 이제 개그맨이다.

누가 그랬던가.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 물론 내 꿈이 개그맨은 아니었지만, 현실 속에선 난 개그맨이었다. 문제가 뭐였냐고? 아주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돈이었다. 잘나가던 레크레이션 강사에서 신인 개그맨으로 신분이 바뀐 나. 결과적으론 지갑 두께도 바뀌게 됐다. 정확하게 10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으악!!!

정말 몇 년간은 “이건 아닌데”란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도 걱정을 하셨다. 두둑한 용돈 챙겨 주던 아들 녀석이 하루아침에 연예인 병이 걸려(부모님 눈에는 그렇게 보이셨을 거다) 방송국이나 들락거리고. 남자 나이 31세, 부모님에겐 정말 골칫거리 아들녀석이었다. 아마도, 아니 분명 그랬다.

“이번에도 안되면 그만 두자”란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지금은 폐지된 심야 개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섰다. 먼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들어갔다. 이슈가 뭘까. 어떤 소스가 관심을 끌까. 당시 나훈아 선생님이 루머 해명 기자회견을 가지셨다. “아 이거다”란 생각이 번뜩 스쳤다. 분장을 해놓으니 영락없는 나훈아 선생님이었다. 무대에 오르자 심사위원들부터 폭소를 터트리시더라. 나훈아 선생님께서 보셨다면 기분 나쁘셨을 수도 있을텐데 아직까지 아무 말씀 없으시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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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나온 개그맨 정태호의 인생은 ‘개그콘서트’를 만나면서 다시 한 번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된다. 여러 코너를 통해 차츰 개그의 기반을 다지게 됐고, 더불어 인생의 동반자까지 만났으니 말이다. ‘개그콘서트’가 내겐 보물이다. 아니 진짜 보물은 지금의 아내이지만.

잠깐 아내 칭찬을 해볼까. 팔불출 남편 소리 들을 수 있겠지만, 뭐 어떤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팔불출이 된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랑하는 아내, 나한테 정말 큰 힘이 돼 준다.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내겐 직장이나 다름없는 ‘개그콘서트’(우리 아내는 개콘 작가다)에 함께 하면서 늘 보이지 않는 응원을 보낸다. 함께 직장에 다니며 힘들어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아내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랬고, 당시에도 그랬고. 아내는 항상 “재미있다” “좋다”란 말로만 내게 응원을 보낸다. 그 안에 담긴 여러 의미와 뜻을 알기에 너무 고맙고.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은 2세가 꼭 아내를 닮은 예쁜 딸이었으면 하는 소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물론 궁극적인 내 소원도 있다. 공개 코미디의 한 줄기이자 역사로서 남고 싶다. ‘개그 콘서트’가 생긴 게 10년이다. 그 안에서 개그맨 정태호의 이름을 남기는 게 어쩌면 내가 꿈꾸고 있는 진짜 꿈이자 목표라고 말 할 수 있다. 1분 뒤를 모르고 한 시간 뒤는 더욱 모르며 내일 내게 일어날 일은 꿈을 꿔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내 모습을 감히 꿈꿔 보자면 역사로서 후배들의 앞길을 이끄는 지표가 되고 싶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조연으로서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개그맨으로서 내 삶을 마감하고 싶지만 만약 내가 이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런다고 하더라도 난 정태호로 남아 있지 않은가. 그때 또 내가 도전할 삶 속에서 화려한 주연보단 묵묵히 일하는 조연으로서의 인생을 꿈꿔본다.

아 꼭 밝히고 싶은 또 다른 한 가지. 언젠가 노인 분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실 수 있는 멋진 실버타운을 만들고 싶다.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즐거운 개그 바이러스 영양제를 놔드릴 거다. 난 개그맨 정태호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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