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박은비기자]배우 이병헌의 변신은 무죄다. 그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무게감을 버리고 익숙한 동네 형 또는 오빠로 변신, 관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준비를 마쳤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김정민)가 난생 처음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병헌은 극중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 역을 맡아 카리스마는 잠시 뒤로 한 채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속정 깊은 반전 매력을 뽐낸다. 되는 대로 자른 듯한 헤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리닝 등 외적인 부분부터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이질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자신의 모습과 닮은 조하 캐릭터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한 이병헌. 그는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조하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저도 조하처럼 약간 허당기가 있다"며 "실제 저는 뭔가 좀 덜떨어진 것 같은 모습에 가깝다. 아마 제 지인들은 조하 캐릭터를 보며 '꼭 너 같다'고 이야기할 것같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알던 카리스마 넘치는 이병헌의 모습은 잠시 잊어도 좋을만큼 그의 유쾌한 열연은 관객들의 배꼽을 제대로 사로잡는다. 연기인지 애드리브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이병헌의 연기는 당연 극의 묘미다. 실제 현장에서 애드리브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심지어 그는 예사롭지 않은 깜짝 브레이크 댄스까지 선보이며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케한다.

또 그는 복싱선수 캐릭터로서 기본적인 자세나 몸놀림 연습 역시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조하는 '한물간' 복싱선수이기에 이를 더욱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밥벌이를 위해 반팔 티를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는 티셔츠 경계선을 따라 팔을 태우는데 신경 썼다. 이처럼 디테일한 그의 캐릭터 표현력으로 인해 조하의 모습만 봐도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코믹스러움으로만 무장한 이병헌이 아니다. 그는 어린시절 아픔과 상처에 익숙해진 조하의 단면 역시 섬세하게 표현했다. 격한 슬픈 감정과 억울함을 분출하지 않지만 눈빛과 미세한 표정변화만으로 조하의 쓸쓸하지만 순수한 면을 드러낸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이병헌만의 감정 연기는 관객들을 제대로 쥐락펴락한다.

"주 종목을 만났다"라며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반가움과 자신감을 드러낸 이병헌. 아무런 계산없이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몸을 내던진 이병헌의 유쾌한 변신이 반갑기만하다. 벌써부터 관객들의 입맛을 다시게하는 이병헌의 맛깔나는 열연은 오는 17일 스크린을 통해 펼쳐진다.

 

박은비기자 smar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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