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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김보라 "단편영화 경험, '스카이 캐슬'에 도움됐다"

기사 등록 2019-02-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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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2004년 10살 때 데뷔해 2019년 '스카이 캐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보라.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면 지금의 주목은 '반짝'이 아닌, 차근차근 쌓여온 내공을 통해서란 걸 알 수 있다.

드라마, 단편영화,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묵묵하게 소화해왔다. '스카이캐슬'에서 핵심 키플레이어 혜나를 연기한 김보라는 지금의 인기에 취하려 하지 않는다. 그 동안 해온대로 앞으로도 착실하게 걸어나가려 한다.

"솔직히 달라진 감정은 없어요. 주변에서 많이 행복해하더라고요. 항상 저한테 나는 너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그 때마다 '나는 지금이 좋아'라고 답해오긴 했는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니까 저보다 가족들이 좋아했어요."

혜나는 미혼모 손에 자라 전교 1,2등을 다투는 수재.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동급생들 사이에서 과외 한 번 없이 늘 우수한 성적을 보여준다. 서울의대에 가기 위해 입시전문 코디네이터까지 받은 예서의 라이벌이다. 하지만 뒤에서는 동급생 대필까지 해주며 고액의 돈을 받는 "어른 찜쪄먹는" 영악한 면이 있다. 또한 자신이 강준상(정준호)의 딸이란 걸 알았을 때 입주과외까지 자처하며 '스카이캐슬'에 입성, 한서진(염정아)의 심기를 건든다. 김보라는 엄마 강은혜가 죽기 전과 죽은 후로 나눠 혜나의 흑과 백을 보여주려 했다고.

"엄마가 살아계실 땐 어리광도 피우고 예서와 서준, 기준이처럼 연기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똑부러지고 영웅답게 행동할 때가 있긴한데, 그 외에는 다를 바 없는 소녀로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기댈 곳도 없고 혼자서 해나가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기죽거나 약한 모습은 최대한 감추고 독하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김보라는 연기할 때 디테일한 설정을 준비해갔다. 혜나의 눈빛, 대사, 손짓에도 스토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

"드라마 속 인물에 맞게 행동을 가져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혜나가 흑화되고 나서부터 톤도 잡아갔고요. 사소한 행동도 신경썼어요. 김주영 선생님이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장면에서 거만한 태도로 앉아있는 모습, 긴장감을 들키지 않으려고 주머니에 손을 꼽는다던지요. 엄마들과 상대할 때는 똑부러지단 걸 보여주기 위해 꼿꼿하게 앉아있고 머리를 항상 귀 뒤로 넘기는걸 유지하려 했어요."

▲ 박은비 기자

김보라가 이런 연기를 준비하고 꺼내보일 수 있었던 건 조현탁 PD의 디렉션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열려있는 현장을 조성했기에 김보라도 준비한 걸 즐겁게 내보일 수 있었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자세하게 주는 스타일은 아니세요. 그냥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정도요.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로 열어주셨어요. 항상 믿어주셔서 감사했어요"

혜나는 한서진에게 영악하고 매섭게 굴지만, 뒤돌아서자마자 흔들리는 감정을 눈빛에 내보여왔다. 이 역시 혜나가 만들어낸 가면과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연악한 본성을 구분 지으려 한 의도다.

"가끔씩 대본에 디테일하게 작가님이 써주실 때가 있었어요. 최대한 뒤돌았을때만큼은 어린 혜나를 비추려고 했어요. 약한 모습을 감추고 오히려 상대방 심기를 건드리면서 얄밉게 굴고요. 대담하게 굴지만 그럼에도 혜나는 보통 청소년이잖아요. 어른 앞에서 무서운 것도 많고 긴장되는 것도 많다보니, 상대방이 뒤 도는 순간에는 감정이 드러나는거죠."

'스카이 캐슬'은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추리와 함께 했다. 잠자리설, 스티븐 잡스 설, 혜나 자살설, 혜나와 예서가 서로 바뀌었다는 설 등등 타당한 근거를 펼치며 시청자들끼리 함께 즐겼다. 김보라도 이같은 현상을 알고 있었다.

"흥미롭게 다 읽었어요. 정말 읽다보면 설득되도록 완벽하게 글을 써주시더라고요. 사소한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와 추측을 담는걸 보고 많은 관심을 느꼈어요."

▲ 박은비 기자

김보라는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 김혜윤, 박유나, 이지원이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언급하며 칭칭찬했다.

"세리는 항상 차분해요. 그러다보니 감정신을 연기할 때 놀라벋라고요. '오 얘도 이런 면이 있구나' 싶었어요. 조용하게 잘 준비해와요."

"혜윤이는 정말 대본을 손에 놓지 않고 꼼꼼하게 준비하더라고요. 일단 몰입도가 강해요. 후반부로 갈수록 예서라는 캐릭터가 강해지고 극을 이어가다보니 많이 고민하더라고요. 혜윤이는 누가봐도 잘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준비를 잘해와요."

"지원이는 똑똑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상 저희보다 철저하게 준비를 해와요. 항상 예측할 수 없게 연기를 하기 때문에 성인들보다 더 디테일할 때가 있어요. 리액션도 하나하나 다 생각해오더라고요. 싸우는 장면에서 마냥 소리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가져가는 걸 보고 연기폭이 넓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혜나가 아닌, 김보라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우선 김보라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부터 질문을 던졌다.

"멍도 잘 때리고 장난도 잘 쳐요. 숨기려고 하거나 꾸미려고 하지 않죠. 그런 것보단 있는 그대로 살아요. 한 번 사는 인생 받아들이면서 살아요.(웃음)"

2004년 10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김보라. 당시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15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연기를 했을 때가 궁금했다.

"17살 때 처음으로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 이후에 흔들린 적도 있고요. 스물 세살 '부암동 암살자들' 들어가기 전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단편영화도 꾸준히 오디션 지원하면서 문득 '아 나 연기 욕심이 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연기를 하려고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연기를 즐겁게 한지 오래 되진 않았어요."

김보라는 한 때는 자신의 성장이 더딘 것 같아 드라마는 물론 단편영화 오디션 등 다양한 연기를 해보려 도전했다. 노력들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차곡차곡 모여 '스카이 캐슬'에서 방점을 찍었다.

"스스로 봤을 때 만족하는 부분은 없어요. 부족함만 보이거든요. 발전이 잘 안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연기적으로 고민과 걱정을 했었죠. 그래서 단편영화를 계속 지원했어요. 다른 인물이 되어서 연기 폭 좀 늘리고 싶었꺼든요. 아직까지도 단편영화를 지원해요. 너무 좋은 기회로 '스카이 캐슬'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연기 폭이 넓어졌구나를 느꼈어요. 혜나란 인물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열쇠고, 어린 나이에 다양한 감정을 겪잖아요. 대담하지만 뒤에서는 운다든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내가 연기 폭이 넓어졌구나'를 느꼈어요. 확실한 변화가 생겼어요."

"단편영화를 많이 출연한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부암동 암살자들' 찍을 때도 단편영화와 병행했어요. 극성 아이돌 팬도 연기하고 귀신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거기서도 어떤 감정을 이끌어갈지, 이런 것들을 고민했던게 지금 연기하는데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캐릭터 이름으로 불려지고 싶은게 목표였다는 김보라. 15년 만에 혜나로 불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차기작을 일찌감치 결정한 김보라는 이제 또 다른 이름을 얻으려 달린다.

"'스카이캐슬'을 통해 혜나로 불려지고 있어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몰입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