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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노먼 록웰의 '의사와 인형' (Doctor and Doll )

기사 등록 2011-11-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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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록웰,의사와 인형 Doctor and Doll ,1929,노먼 록웰 박물관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노먼 록웰의 '의사와 인형'은 의사와 환자를 다룬 모든 작품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귀여운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 아이는 마치 보호자라도 되는양 자신의 인형을 의사 선생님에게 보이고 있고, 의사 선생님은 천연덕스럽게 아이의 인형에 청진기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아이의 근심어린 눈빛을 슬쩍 외면하는 의사 선생님의 익살스런 표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인형을 진찰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 온 여자 아이의 행동도 깜찍하지만, 그런 소녀를 위해 태연스레 인형에 청진기를 들이댄 의사 선생의 유머와 익살도 보는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소녀의 동심과 의사 선생님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잘 어우러져 이 작품은 흡사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 합니다.

생전에 4천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던 노먼 록웰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라는 잡지의 표지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작품들은 잡지 커버와 상업 광고 등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 탓에 록웰은 아티스트라기 보다는 평생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함을 달고 살았지만, 그의 작품에는 20세기 미국인의 삶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옥상에 TV 안테나를 설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목마를 타고 함께 놀이를 즐기는 할아버지와 아이의 모습, 인형을 골라 주는 상점 주인과 소녀의 모습,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을 반기는 가족의 모습, 미식축구선수와 아가씨의 모습 등에서 록웰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일상의 여러 행동들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록웰은 20세기 미국인의 삶과 일상을 경쾌한 톤으로 묘사하는데 주력했는데, 그의 일러스트에는 따뜻함과 소박함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삶의 자잘한 흔적들을 놓치지 않고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하는게 록웰 일러스트의 특징입니다. 결국 미국인의 밝은 일상을 통해 록웰 자신이 희망하는 삶을 표현하는게 그의 작품 세계라 할 수있습니다.

록웰이 허클베리 핀 이야기의 삽화를 그리기 위해 마크 트웨인의 고향을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선 마크 트웨인과 흡사한 정서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의 이야기인 피너츠 시리즈를 보는 듯한 해맑은 동심도 느껴집니다. 마크 트웨인의 낭만과 찰스 슐츠의 동심을 아우르는게 바로 록웰 일러스트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록웰의 일러스트는 비록 한 컷이지만, 4천편에 이르는 그의 작품들은 만화보다 더 재미있고, 애니메이션보다 더 생동감이 넘칩니다. 그 만큼 록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활기찬데다 각자의 표정도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나 그들의 개성 있는 포즈만 봐도 그들이 현재 어떤 삶을 영유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록웰의 작품들은 드라마틱하며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194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국회 연설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네 개의 자유'에 대한 그림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만, '의사와 인형'이나 '도망자' 같이 일상의 자잘한 흔적들을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대중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른과 아이를 등장시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건 록웰의 전매특허나 다름 없습니다. 록웰이 미국인의 일상을 포착하여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 안에 내재된 특유의 따뜻함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선 휴머니즘이 잔잔하게 묻어난다는 느낌입니다.

박정은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