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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7호실’, 공감을 주기엔 너무 무거운 사건들

기사 등록 2017-11-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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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우울한 현실에 겪고 싶지 않은 사건이 더해지면 어떨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더하면 결국 마이너스다. ‘7호실’의 감독과 배우들은 이런 상황을 그린 영화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알바생,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그린 작품.

영화는 처음부터 답답한 느낌을 준다. 두식(신하균)과 태정(도경수)이 처한 현실은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망해가는 DVD방이 팔리지 않는 두식, 학자금을 위해 대출한 금액에 이자까지 붙어 빚이 1800만원에 이르게 된 태정. 두 주인공이 느끼는 갑갑함과 애가 타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하겠다는 연출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제자리걸음만 하는 두 주인공의 현실 고군분투기는 캐릭터의 매력까지 떨어뜨린다. 공감이란 키워드로 적나라하게 두식과 태정의 경제적인 상황을 나열했겠지만, 과연 관객들이 영화에서까지 돈 때문에 궁지로 몰린 상황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할까.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답답함은 결말에서도 해소되지 않는다. 마지막에서 갑자기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벗어나며 불필요하게 감정에 호소한다. 영화의 소재 자체가 후련한 느낌을 줄 수는 없었겠지만, 결말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은 확실히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겪는 반복되는 상황들은 지루하다. DVD방이 팔리지 않는 두식의 상황과 ‘7호실’을 열지 못하는 태정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7호실’의 문이 열리고서도 두 사람이 계속해서 같은 상황을 겪는 모습에 결국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코미디적 요소는 사회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지 않는다. 블랙 코미디가 그저 ‘코미디’가 돼버린 것. 순간순간 재치 있는 대사와 액션의 탈을 쓴 ‘몸개그’가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영화의 ‘재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신하균과 도경수의 연기는 빛난다. 영화가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두 배우였던 것만큼, 신하균과 도경수는 그 화제성을 연기로 입증한다. ‘을’과 ‘을’의 미묘한 관계로 표출되는 두 사람의 호흡은 새로운 ‘브로맨스 케미’의 탄생을 예고한다.

신하균은 역시 ‘웃픈’ 연기의 대가다. 그가 연기한 두식을 보면 웃음이 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안정된 연기가 도경수의 연기 성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태정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도경수의 말처럼, ‘7호실’에선 도경수의 불량한 모습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두식과 태정은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다시 감독의 의도로 돌아와 공감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7호실’. 하지만 관객들이 두 캐릭터에 끝까지 이입하기에 살인과 마약 소재는 너무 무겁다. ‘7호실’을 둘러싼 비정상적인 사건들이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오는 15일 개봉.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