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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수애 "'상류사회' 오수연, 감성팔이 하고 싶지 않았다"

기사 등록 2018-08-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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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지금까지 필모그래피 중 가장 파격적이고 거침없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수애의 색다른 얼굴이 신마다 나온다. 수애를 위한 수애의 의한 수애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수애의 연기변신.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본지는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수애와 직접 만나 '상류사회' 오수연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애는 시험을 치른 후 성적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상류사회'는 21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재벌들의 탐욕과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과정에서 그야말로 '파격'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린다. 영화는 호불호를 갖고 출발선에 서게 됐다.

"기술시사회 때 먼저 봤어요. 찍으면서 모니터를 했는데 편집이 중요한 부분이라 배우들과 다 같이 봤어요. 아무래도 제 영화다보니 객관적일 수 없더라고요. 두 세번을 봐도 제 연기가 가장 많이 들어와요. 개봉을 앞두고 기분이 가장 묘한 때인 것 같아요.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수연은 미술관 부관장으로, 관장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 친다. 오수연은 몸을 미끼로 쓰기도 하고 후배의 일을 가로채기도 한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땐 담배도 서슴없이 입에 문다. 단아한 이미지의 수애는 왜 '상류사회' 였을까.

"쉽지 않은 시도였어요. 도전보다는 오수연이란 캐릭터가 지닌 매력이 제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강렬한 신들은 두려움보다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어요. 이번 작품 뿐 아니라 매 작품이 늘 어려워요. 새로운 지점을 찾아야 했죠. 오수연의 매력을 선보이고 싶었고 소통하고 싶었어요."

"아내라고 내조만 하는게 아니라 남편도 잘 되고 나도 잘 되고 싶어하죠. 태준과 수연의 관계는 파트너쉽 지점이 있어요. 수연의 멋진 지점이죠.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잖아요."

오수연은 미술관 관장 인사권을 쥔 한용석(윤제문)에게 몸을 미끼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여성의 캐릭터를 수동적으로 소비해버린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수애는 조심스러웠지만 단호했다.

"재벌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관장이 되고 수연은 능력이 있는데 관장이 될 수 없음에 박탈감을 느껴왔겠죠. 열정이 왜곡되서 야망이 됐고요. 타협을 하려 했지만 사실 타협이 아닌 골탕을 먹이려고 했던 수연의 계획들입니다. 몸을 이용하려 했다면 상황을 벌써 맞딱뜨렸을거예요. 그것마저도 이용하고 미끼를 놓은거죠."

오수연의 행보를 따라가다보면 전사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보통의 오수연을 무엇이 야망을 탐하는 자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남편을 만났을까, 공통점이 없잖아요. 장태준은 순수한 교수님이었을테고 수연은 태준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열정이 있어요. 상반된 매력으로 수연이 주도했을거에요. 태준은 적당한 부모님 밑에서 잘 자라온 남자고요. 삭제됐지만 수연과 시부모님과의 갈등 부분도 있었어요. 어렵게 부관장이 됐지만 조금만 더 하면 1등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어왔겠죠. 그런데 1등의 자리가 실력 없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걸 보며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변혁 감독님과 수연이 하고자 한 '이상'의 이야기죠."

▲ 박은비 기자

수애는 인터뷰 중 '당당함'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오수연의 당당함에 그가 매료됐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동정'이 아닌 '당당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수연를 연기한 수애의 진심이다.

"오수연의 당당함이 전달되길 바랐어요. 마지막 재개관 신은 재촬영할 정도로 심사숙고해 찍었습니다. 자기 굴레를 자기가 벗어낸다는 지점이 멋있었어요. 여자란 성별을 떠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건 감성팔이를 하고 싶지 않았단거에요. 수연이 저질렀던 일은 뻔뻔하고 욕망덩어리지만, 설득이 아닌 뻔뻔함으로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하죠. 동정을 받고 싶지도 않고 울리고자 하는 목적도 없어요. '상류사회'는 낯선 곳을 다루고 있지만 '그러는 너는?'이라고 묻고 있어요. 나를 위해 살라는 수연의 이야기가 멋있어요."

'상류사회'의 오수연은 수애가 연기했던 '야왕'의 주다해를 떠올리게도 만든다. 당시에도 수애의 강렬한 연기 변신이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수연과 주다해는 너무도 다른 인물이다. 수애 역시 그 점을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깊이 고민했고 노력했다.

"'야왕'이란 드라마에서도 욕망을 드러낸 캐릭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스크린은 선택해서 보시는 거기 때문에 두 시간 동안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게 다른 지점이고요. 어떻게 전달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큐레이터의 전문성이 영화에 필요하진 않아요. 대사가 다 설명을 해주니까요. 하지만 찾아가 공부하고 싶었어요. 또 감독님은 수연의 긴 머리를 원했는데 전 개인적으로 짧은 헤어로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적극적으로 피력했죠.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알고보니 감독님은 머리 붙이는 것까지 다 계산하고 계셨더라고요.(웃음)"

수애는 자신이 느낀 지점을 변혁 감독과 대화를 하고 피력했다. 그 결과, 수연-태준 부부의 관계성에도 원래 시나리오와는 뉘앙스가 살짝 다른 부부의 모습이 탄생할 수 있었다.

"변혁 감독님은 수연과 태준의 관계가 조금 더 동지로서 날선 느낌을 원하셨어요. 그런데 수연은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하잖아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먄약에 동지 그 자체였다면 집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안하고 각자의 공간에서 부부의 모습이 비쳐졌을 것 같아요. 저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신뢰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해일 선배와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콩달콩 나온 것 같아요."

▲ 박은비 기자

오수연은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짚어내고 표현하는 인물이기에 보통의 사람들의 욕망과는 진폭이 있다. 수애도 오수연의 모든 것을 공감하기 역부족인 부분도 있었다고. 특히 태준과 비서와의 관계를 눈치 챈 후 하는 행동은 수애 본인과의 충돌로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가장 어려웠던 신이었어요. 수연과 태준의 대화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부부가 하기 때문에 이해가 됐어요. 또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만약 제 상황이었다면 여자를 찾아가지 않고 태준에게 갔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도, 생각도 많이 했어요."

수애는 '상류사회'에 먼저 캐스팅 된 후 태준의 역할을 박해일에게 직접 제안했다. 박해일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평소 품고 있었던 수애의 바람이 '상류사회'를 통해 이뤄졌다.

"저는 오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어요. 데뷔를 같이 했고 제가 신인상 받을 때 오빠는 작년도 수상자였어요. 오며가며 마주치긴 했는데 함께 할 기회는 쉽게 안나오더라고요. 작품이 끝나도 무한한 신뢰가 있는 것 보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수애는 박해일과는 부부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반면, 전 연인으로 출연한 이진욱과는 달달한 연애의 분위기를 한 껏 냈다. 감정을 주고 받는 설렘부터 베드신까지 이진욱과의 호흡도 '상류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다.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단정했어요. 멜로 소화를 담백하게 하시더라고요. 감정들을 소화하기 쉽지 않은데 이진욱 씨 였기 때문에 편하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잠깐 등장하는 것만을도 텐션이 생겼으면 했거든요. 그 부분을 훌륭하게 소화해주셨어요."

마지막으로 수애에게 오수연의 미래를 물었다. 오수연을 제일 잘 아는 수애로서, 가장 현실적인 답변을 받았다.

"수연이 개관천선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수연스럽게 거기서 또 자신의 욕망을 펼치지 않을까요.(웃음)"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