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연기의 神’이라 불리는 배우 이병헌이 2018년 새해,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다양한 작품에서 스크린을 압도하는 강렬함과 묵직함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던 이병헌은 이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카리스마를 벗고 친근함을 입었다. 그리고 이병헌의 연기는 이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헌은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주먹 하나 믿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존심만 남은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를 맡아 열연했다.

“조하는 사실 선인장처럼 거칠죠. 건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한 조하의 정서가 굉장히 좋았어요. 영화 만든 사람들은 처음 공개할 때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제가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완성본을 보고 나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병헌의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작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기 때문. 이병헌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읽고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어요. ‘이야기와 정서가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과잉된 웃음이나 감정에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스토리에) 나름의 절제가 있었고, 제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선에 있어서는 좋게 받아들여져서 선택했죠.”


2016년의 ‘마스터’, 2017년 ‘남한산성’ 등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잠시 내려놓고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리닝 입은 동네형으로 변신한 이병헌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연기한 조하에 대해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이러한 연기를 자신의 ‘주종목’이라고 표현하기도.

“감정이 크든, 작든, 복합적이든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에요. 실생활과 붙어있는 연기를 하게 되면 내가 경험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경험했던 감정들을 토대로 연기 하니까 아무래도 자신감이 붙어서 연기를 하는 게 편해지죠. ‘남한산성’이나 ‘마스터’ 의 극단적인 상황과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내가 총을 겨눠본 적도 없고 경험해 본 적도 없으니까 상상력을 반영해서 연기를 하죠. 믿음을 가지고 연기는 하지만 확신은 없는거예요. 그런데 생활 연기는 제가 진짜로 아는거니까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하죠.”

이 영화에서는 이병헌 만큼 빛났다고 평가받는 배우가 있다. 바로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 역을 맡은 박정민이다.

“결정하기 힘든 역할이었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잘못 설정해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전혀 따라오지를 못하죠. 저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고, 촬영 처음 시작할 때는 ‘호흡이 잘 이루어지는건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죠. 이런 연기는 처음이니까 어색했었는데 점점 익숙해져가더라고요.”

이병헌은 박정민에 대해 자기 세계 안에서 연기를 해낼 줄 아는 배우라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민은 특수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기가 순발력 있게 대처하거나 애드리브를 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해내던데요. 박정민은 안심이 되고 든든한 배우라는 걸 느꼈어요. 관객도 똑같이 생각하실 거예요.”


진태는 영화에서 극 중 엄마인(윤여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물. 그에 반해 조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색하고 엄마의 존재에 대한 원망과 애정의 결핍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조하가 가진 쓸쓸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조하라는 캐릭터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쓸쓸함이 있어요.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갖는 쓸쓸함이나 한이나 원망이 관객에게는 해소로 결말이 지어져야하는데, 조하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한테 빵을 주려고 했다가 뺏는 느낌이죠. 결과적으로 서번트 증후군인 동생을 남겨두고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떠난다면 현실적으로 그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해소가 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쓸쓸하게 끝나는 게 마음에 들어요.”

이병헌은 자신의 역할 조하에 대한 완벽한 분석과 쉼 없는 고민을 계속한 듯 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연기에 있어 이견 없이 인정받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은 노력을 멈추지 않는 배우였다.

“조하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함이에요. 거칠지만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느낌인데 잠깐씩 애로 돌아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게 바로 조하답고 조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나연기자 nadus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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