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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사임당' 조창근, 열정과 해피바이러스 두 가지 무기를 탑재한 배우

기사 등록 2017-04-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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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슈데일리 황진운기자[이슈데일리 안은진기자]배우 조창근은 매력적이다. 그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 중으로 한덕구 역을 맡아 그야말로 팔색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 실제로 만난 조창근은 유쾌함과 진중함을 두루 갖춘 배우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배우로서 성숙해지는 계기와 함께 폭넓은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연기적 욕심부터 유머 감각, 그리고 자유 분방한 모습이 인상깊은 조창근. 그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슈데일리 사옥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제가 처음에 연기를 했을 때 좀 펑키한 작품들의 이미지의 역할들이 많이 들어 왔었어요. 코믹스럽거나 장난스럽거나 근데 제가 연기를 할 때 저의 마음에서는 배우는 조금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TV에서 ‘내가 돋보여야해’ 라는 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했었는데 공동체 작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같이 해서 모두가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선배님들이 다 저한테 해보라고 던져주고 가능성을 열어주셨거든요. 그 때 ‘이렇게 같이 해서 역할이 만들어 지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게 저에게 매우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느껴졌어요.”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조창근은 유머러스하고 일견 엉뚱한 면도 보였지만 연기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는 눈을 반짝였고 목소리는 한층 진중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배우와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이 모두 느껴졌다.

조창근은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 촬영에 참여한 사계절 내내 배우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는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도 주 촬영 장소였던 산이나 강에서 배우들과 모여 촬영을 기다리며 대본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그의 연기관과 배우관이 도약했다. 그에게 터닝포인트는 한 가지 의미가 아니었다.

“문경 세트장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었는데 다들 펑펑 울었어요. 제작사 대표님들 포함 모든 분들이 울었습니다. 작품할 때 노동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촬영장에서 노동요 부르다가 끝난다는 생각에 울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이거 마지막 씬이에요’ 하는데 노동요 부르다가 도성을 빠져나가는 씬이었어요.”

▲ 사진=이슈데일리 황진운기자
작품은 모두가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공동체 작업이라는 인식을 포함해 다른 이미지의 배역에 도전이라는 뜻을 모두 담고 있었다. 실제로 조창근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감량을 많이 했다. 그는 성수동에 있는 집에서 회사까지 매일 걷고 미팅이 잡혀있을 때도 걸었다. 배역을 향한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조창근은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 그는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체중을 12kg까지 줄일 만큼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을 암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봤습니다. 예컨대 원래 첫 씬은 대사가 딱 하나 있었던 씬이었는데 혹시라도 누가 될까봐 부담감이 많이 있었나 봐요. 그리고 또 이영애 선배님 뿐만 아니라 너무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셨기 때문에 대본을 끼고 살았습니다. 혼자서 길에서도 대본을 계속 외우고 바보스럽다고 해야 하나(웃음). 이렇게 버스 기다리다가도 혼자 대본을 하고 그 아직도 기억나는 게 ‘고려지가 얼마나 좋은 거예요?’라는 대사를 계속 뭐하다가도 유민들이 고려지를 만들려고 모였던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가 고려지라는 단어를 너무 싫어하세요. 집에만 오면 ‘고려지 고려지’ 하니까. 어디서 파는지 궁금해서 제가 인사동에 고려지를 찾으러 간 적도 있어요.”

지금도 기억에서 노동요가 들리고 있는 듯 조창근은 당시를 회고했다. 이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서사를 끌어왔다. 사전 기대치와 제작 기간 등으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사임당’. 그만큼 그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창근을 보니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키웠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접 작품에 나온 소재 ‘고려지’를 찾아 인사동에 갔다는 그의 말에서 소년 같은 감성과 호기심이 느껴졌다. 이어 고려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열의에는 순순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제가 사임당을 하지 않았다면 고려지는 그냥 종이였을 겁니다. 하지만 매일 고려지 고려지 하다가 상상 속의 종이를 제가 직접 손으로 만지니까 괜히 좋은 거예요. 이게 대본대로 먹이 잘 퍼져나가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너였구나!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고려지가 이거였구나’ 생각하며 촬영장 가서 자랑했어요. 고려지 봤다고(웃음).”

그는 직접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것과 관찰을 중시했다. 이러한 점은 조창근의 성격에도 묻어났다. 그는 사람들 만나기를 정말 좋아하고 이들과 소통,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조창근은 사람을 만나면 행동이나 말투 등을 분석해 따라하면서 이 다음 생생한 캐릭터를 살리는 데 응용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 사진=이슈데일리 황진운기자
이는 그가 자신의 직업과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실감케 했다. 조창근은 계속되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풍부한 어휘력으로 피력할 만큼 재치 역시 지니고 있었다. “다중인격인 것 같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솔직하고 호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창근에게 인간관계는 어떤 의미일까.

“서로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관계보다 그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인관계를 지향합니다. 비유하면 제가 나비를 되게 좋아해요. 하지만 나비를 잠자리 통에 넣었을 때 제가 봤던 나비의 아름다움이 거기에 없는 것과 비슷하죠.”

그는 평소에도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 쓴다. 어쩌면 배우의 본질은 캐릭터와 그 감정을 은유하는 직업이다. 또 연기는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에 본래 자유를 지향한다. 조창근에게 연기란 인물의 있는 그대로의 본모습을 찾아주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은유하자면 ‘보물찾기’ 같은 배우였다. 조창근은 놀라운 저력과 열정, 즐거운 활력, 그리고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안은진기자 dksdmswls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