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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의 무비레터]이준익 감독은 왜 '사도'로 돌아왔나

기사 등록 2015-09-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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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조선왕조의 가장 슬픈 비극을 꼽자면 단연 아버지 손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9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이준익 감독, 송강호, 유아인,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사도'는 황산벌'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다섯번 째 사극이다. 그 동안 영조나 사도세자, 정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사도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준익 감독은 '사도'였다.

이 감독은 이 익숙하고 모두 아는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은 사건을 둘러싸고 인물들의 심리를 조금 더 깊숙 하게 다뤘다. 그는 "이 사건을 안다고 해서 서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까의 사연까지 아는가 고민했다. 나도 잘 모르겠더라. 모르면 호기심이 발동하고 호기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각자 인물들이 입장 앞에서 성실하고자 한건 비극이었으나 아름다울 수 있다. 비극을 통해서 자신 안의 아픔을 정화시킬 수 있다면 이 시대에 '사도'를 다시 불러야만 했다"고 메가폰을 잡은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아버지 없는 아들이 없고, 그 곁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아들 아내 아버지 등 모든 인간이 같은 조건을 갖고 태어나 죽는다. 그 관계가 숱한 갈등과 아픔 상처로 이어진다"며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서지 못하는 비극이 존재한다. 관객과 더 넓은 면적에서 만나고 싶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연출에 송강호-유아인의 치열한 열연이 뒷받침 됐다.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평생 출신 콤플렉스와, 형 경종을 독살하고 왕을 올랐다는 이유로 평생을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아야 했던 영조를 송강호는 지금까지 그려졌던 조선의 왕들과 확연하게 차별을 둬 연기했다.

송강호는 "영조 대왕께서는 조선의 왕들 중 가장 재위 기간이 길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태생적인 콤플렉스, 경종의 독살설을 평생 가지고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왕권에 대한 정통성, 집착에 강하지 않았나 싶다"고 캐릭터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이어 그는 "사도에 대한 과잉된 사도의 표현이 이른 비극의 씨앗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69세의 정치인, 개인적인 콤플렉스에 집착했던 왕에 대한 느낌,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은 영조 대왕의 모습들 등을 조금이라도 전달 시키는 것이 배우로서 책무 같다"고 염두 하며 연기했던 부분을 전했다.

러닝타임 내내 울분과 화에 사로잡혀 점점 광인으로 바뀌는 사도세자를 유아인은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아버지에게 따뜻한 눈길, 다정한 말 한마디를 그리워하며 살다간 위태로운 사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에 유아인은 "사도세자는 왕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로 태어나 후계자가 되는 당연한 운명에 의문을 던지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세자로서 무게에 짓눌리면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아인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건강한 한 청년이 이 운명 속에서 광인으로 변해가는 과정, 그리고 뒤주 안에 갇힌 8일 간의 변화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다"며 "배우로서 매번 진심을 가지고 연기하려 한다"고 전했다.

정통 사극이라는 점을 앞세우며 추석 극장가를 노리는 '사도', 이준익 감독은 500만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유아인 때문에 흔들린다며 흥행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 유아인의 시너지가 흥행에 호조를 기대케 하기 충분하다. 이들이 재해석한 조선의 비극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9월 16일 개봉.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