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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데뷔일기]배우 학진 ① 배구선수에서 연기자가 되기까지, 학진의 '성장통'

기사 등록 2017-02-2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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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스타의 길은 어떤 것일까’

스타들의 데뷔 시절은 물론,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어땠을까. 화려한 이면 뒤에 숨겨진 2%를 찾을 수 있는 기획으로 만들어진 ‘핫데뷔 일기’.

이번 편의 주인공은 배우 학진이다.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미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떠오르는 신예다. 학진은 엄기준과 김소현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웹드라마 ‘악몽선생’(2016)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다. 또 다른 웹드라마 ‘더 미라클’(2016), 모바일 무비 ‘통 메모리즈’(2016)에서 짧은 출연에도 시선을 잡아끌며 온라인에서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 출연, 고등학생들의 법정 싸움이라는 극의 진행에서 반전을 터트리는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브라운관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사실 KBS2 ‘우리 동네 예체능’을 즐겨보던 시청자들이라면 학진의 진가를 미리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배구편’에 출연한 그는 탁월한 실력과 강한 존재감으로 신인답지 않은 예능 적응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도 배구선수로 활동했다는 학진. 다채로운 경험들이 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학진은 10년 동안의 배구 선수 생활 끝에 이제는 연기자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 색다른 행보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188cm의 큰 키와 출중한 외모, 날카로운 첫 인상과 달리 순수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팔색조 매력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배구 선수에서 연기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고민과 성장을 통해 학진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자.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악몽선생' '더 미라클 ' '통 메모리즈' '솔로몬의 위증'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연이어서 교복을 입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안 해봤던 것, 이제는 해볼 수 없는 걸 경험하게 해주잖아요. 배우가 이렇게까지 교복을 많이 입을 수 있는 직업인지도 몰랐어요.(웃음)“

환한 웃음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배우의 매력에 대해 극찬을 남기는 학진은 지난해 KBS2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배구편’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큰 키와 다부진 몸으로 발군의 배구 실력을 보여준 그는 프로그램을 전국대회 우승까지 이끌고 가는 저력을 보였다. 그의 출중한 배구 실력 뒤에는 실제 10년 이상 배구 선수로 활동했던 이색 경험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배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니까 평소에 잘 알고 지냈던 김세진 감독님이 예체능팀 감독을 맡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참여했어요. 운 좋게 뽑히게 됐습니다. 그래도 배구를 그만두고 5년 만에 다시 운동을 하는 거라 처음에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실제로도 선수로 활동했던 학진은 그 당시의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과 팀 전력에 많은 도움을 줬다. 예능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한 순간도 진심을 다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의 노력은 브라운관을 넘어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에게까지 전해졌고, 그 결과 그의 열정을 알아본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인터뷰를 보면 팬 분들 사랑 덕분에 힘이 난다고 그런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처음에는 실감도 안 났고 그런 말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예체능’을 하고 나서 왜 ‘팬 분들 덕에 힘이 난다’고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프로그램 끝난 지도 오래 됐는데 아직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와 주시는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그래서 팬카페도 자주 찾아가고 소통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팬 분들이 정말 고맙고 신기한 게 저도 몰랐던 사진들을 찾아서 올려주시고는 하거든요. 그런 거 보면 저 자신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감사합니다.(웃음)”

팬들의 사랑을 알게 해준 프로그램임과 동시에 그의 연예계 인생에서도 터닝 포인트가 됐던 ‘예체능-배구편’. 그만큼 그와의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바로 ‘배구’였다. 연기자 학진이 아닌 배구선수 학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배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키도 크고 하니까 취미생활처럼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뒀어요. 그 때는 게임하고 노는 게 더 재미있을 나이잖아요.(웃음) 배구 때문에 놀 시간이 없으니까 그게 불만이 컸나 봐요. 그래서 그만뒀는데 교장선생님이 설득하러 집까지 찾아오셨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하는 조건으로 다시 시작했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배구는 단숨에 그를 사로잡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만두겠다던 그의 생각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배구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었다.

“배구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정말 즐겁더라고요. 행복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면서 배구가 너무 좋아진 거예요. 그래서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한대로 경기도 풀리고. 처음에는 배구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도 전적으로 지원해주기 시작하셨어요.”

배구에 대한 학진의 재능과 열정은 수많은 상으로 돌아왔고, 자신의 성취에 기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배구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과는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부모’는 그에게 애틋함을 부여하는 단어가 됐다.

"운동이 힘들 때마다 부모님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새벽마다 10km씩 뛰고 야간에 트레이닝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겪는 아픔이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는 친구들이 PC방 놀러가는 그런 사소한 게 정말 부러웠어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서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 것 때문에 버텼던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배구를 그만두게 됐을 때 부모님의 아쉬움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운동을 그만두고 학진이 곧바로 입대했을 때 배구를 계속 하게하려는 어머니의 설득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운동 그만두고 어머니가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제가 2년 동안 이미 쉬었던 상태고, 무릎이 아프고, 어깨가 아픈데 다시 열심히 해서 꾸준히 운동했던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부모님을 다시 웃게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을 때 자신이 없더라고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에게도 아쉬움이 많았을 터였다. 그러나 그는 갈림길에 섰을 때 망설이지 않았다. 학진은 군대를 제대한 뒤 곧바로 연기자라는 길을 택했다. 운동선수와 연기자.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분야였다. 많은 직업 중에 연기자라는 길을 걷게 됐을 때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는 “연기자에 대한 생각은 항상 했던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접하게 된 건 길거리 캐스팅이었어요. 숙소에서 밥 먹고 집에 가고 있는데 누가 와서 ‘연예인에 관심 있냐’고 물어봤는데 저도 모르게 ‘그렇다’고 대답을 한 거예요.(웃음)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명함을 받고 머릿속에서 잊고 지내다가 1년 뒤에 그 명함을 다시 발견했어요. 그 길로 오디션을 보러갔죠. 그 때 연기자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처음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운동을 계속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연기자’라는 단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만약에 내가 운동을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연기자를 해야겠다’.”

▲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남들이 보기에는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안에서는 또 다른 꿈이 자라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또 그랬기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22살의 추운 겨울, 원래의 자리를 포기하고 새로 시작한 꿈은 그에게도 마냥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남들 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된 꿈이었다.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고, 조바심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 힘들었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바심이 정말 많이 났어요.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주변 분들한테 혼도 많이 났죠.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초반은 그 조바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서야 조바심 내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 영상 하나를 봤는데 한 배우 분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로또를 사러갈 때 당첨될 걸 확신하고 가는 게 아니듯이 오디션을 보러갈 때도 캐스팅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진 않는다. 때로는 기대 없이 본 오디션에서 좋은 수확을 얻을 때가 있다'.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캐스팅되고 모든 작품에 다 출연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급하게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잘 풀린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스트레스를 조금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하고 있어요.”

조바심을 버리니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연기 연습에 정진할 수 있었다. 노력은 언제나 결실을 동반한다. 연기자라는 목표를 가진지 꼬박 1년. 그는 드디어 첫 작품인 ‘악몽선생’에 출연할 수 있었다. 학진은 ‘악몽선생’에서 안시연(김다예 분)이 그리던 머릿속 이상형이자 어느 날 시연의 눈앞에 실제로 나타나는 가상인물인 석필호를 연기했다.

“‘악몽선생’이 첫 드라마였어요. 처음에는 다른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2차 오디션에서 석필호라는 캐릭터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때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연기를 본 게 아니라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하신 거라고.(웃음) 지금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 때는 조금 더 부족했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하고 나서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첫 작품, 첫 연기. 엄기준, 김소현, 서신애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순간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첫 연기할 때를 제 지난 인생에서 비유해보자면 첫 시합 나갔을 때 같았어요. 코트에 딱 섰는데 긴장되고 흥분이 막 차오르는 거예요. 그런데 표출은 못하고 속으로만 좋아했죠.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내가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할 수 있네.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그 때 많이 부족하기는 했어요.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연기자라고 불릴 수 있잖아요. 그 때 당시에는 준비가 100%된 상태는 아니었던지라 기분 좋은 마음 반, 무섭고 두려운 기분 반. 되게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처음. 누구에게나 설레고 두려운 감정을 전해주는 단어일 것이다. 학진은 그렇게 두 번째 처음을 겪었고, 이겨냈다. 처음은 그에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연기 연습에 대한 열정과 동기를 부여해줬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성장을 도와주는 발판 하나를 만나게 됐고 새로운 시작을 성공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학진의 ‘핫데뷔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3월 3일 공개됩니다.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