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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토리②]배우 최일화 "인생 뜻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기사 등록 2012-03-26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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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조정원기자]팬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게 되는 배우들의 모습은 화려하게만 느껴진다. 빛나고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의 모습은 그냥 얻어진 것만은 아니다. 부와 명예만을 위한 것이 아닌, 배우라는 직업에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고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배우의 길로 들어서고 나서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던 그의 굴곡 많은 인생 이야기와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3회에 걸쳐 들어보기로 한다.(편집자주)

# 인생, 뜻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최일화는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그는 항공대에 입대해 군 생활 3년 내내 정비사로 헬기를 탔었다. 파견을 많이 다녔던 만큼 장교들은 그를 아껴줬다.

“군대에서 선배가 공부도 많이 가르쳐 주고 책도 많이 사주셨죠. 제대하기 전까지 그동안 게을리 했던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 진학의 꿈을 꿨는데, 그것도 뜻대로 이뤄질 수 없었죠.”

제대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의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셨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지금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그는 결국 제대 후 하루밖에 쉬지 못한 채 지인의 도움으로 인천의 신발공장에 나가게 된다.

“신발 공장에서 12~13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이 일하다가 다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어요. 그 아이들과 친해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들 사정이 어렵더군요. 그때 자주 들었던 노래가 전람회의 ‘사계’라는 노랜데, 지금도 길거리를 걷다가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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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말을 잇지 못하는 최일화. 그의 인생 곳곳에 굴곡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긍긍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그에게 우연처럼 연극 공연 티켓 한 장이 주어졌다.

“‘공장만 다니다가 내 인생이 저 사람들처럼 끝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공장의 과장님이 공연 티켓 한 장을 주셨어요. 인천 시민회관에 가서 연극 공연을 봤는데, 호기가 생기더군요. 아직도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인생을 바꾸려면 다른 생각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길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죠.”

무작정 상경한 서울에서 최일화의 연기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연극 오디션 모집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만했다. 오히려 “생각만 앞서고 연기는 못한다”는 지적만 받게 된다.

“저에게 연극을 이해한다는 등의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정말 평범하고 우연한 계기에 의해, 이면에는 ‘배우가 되면 다른 신분상승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철학이나 이유는 없었어요.”

그의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그는 연극을 시작했지만 배우로 써주지 않아 44살 때 까지 대학로에서 포스터를 붙여야만 했다. 늘상 극단의 잔일을 하면서 월급 없이 지내야만 했다. 시장 등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한 가정의 맏이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일까? 그의 눈가엔 또다시 눈물이 맺힌다.

“지금도 꿈을 다 이룬 것은 아니지만, 저 때문에 가족들이 평생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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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꿈같은 이야기

가시밭길 인생을 걸어왔던 최일화에게도 지금은 어엿한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바로 극단 신시(神市)였다.

“그 당시 극단에서 세트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린 여학생이 큰 곰 인형을 빌리러 왔어요. 그때 생전 처음으로 이성에게 커피를 타줬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어느 연극에 주인공이더군요. 조심스레 꽃다발을 건네고 곰인형을 받아왔어요.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길래 전화를 주고받았죠.”

그렇게 시작된 3년 동안의 연애. 최일화는 용기를 내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조촐한 단칸방부터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최일화는 그때도 여전히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가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조그마한 공연을 하게 됐다. 그때 아내에게 들은 한 마디는 그의 연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공연을 본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수고했는데, 자기는 말을 참 편안하게 하는 것 같아. 집에서 말할 때 하고 무대에서 말할 때가 똑같은 것 같아’고 말이죠. 이어 ‘배우는 일상 생활과 무대에서 쓰는 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둔기로 가격당한 것 같았어요. 아마 40년 인생 중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20년 넘도록 무작정 연습만 했던 그가 이제야 어떻게 연극을 해야 할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아내의 내조 덕분이었을까. 그의 인생에 서서히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굴곡진 인생의 종결. 다음 주 월요일 마지막 회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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