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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계춘할망’ 김고은, 성장하는 소녀 ‘곤블리’의 진면목

기사 등록 2016-05-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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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속보팀] ‘계춘할망’(창감독)을 보고 김고은의 데뷔작인 ‘은교’와 김혜수와의 호흡, 여성 느와르로 눈길을 끈 ‘차이나타운’ 속 일영을 떠올렸다. 이번 작품 속 그가 연기한 소녀 혜지는 은교와 일영의 모습을 반반 섞은 후 소녀 김고은을 한 스푼 더 얹어 놓은 느낌이었다. 만 스물다섯, 특유의 해사한 얼굴과 가느다란 팔다리, 여린 목소리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소녀 색채를 가진 그의 실재가 궁금했다.

영화 개봉을 앞둔 김고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고은은 기대보다도 더 맑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비치는 데 스스럼없었다. 작품 속에서 또래 배우들에 비해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것과 달리 그는 정말로 상냥한 얼굴을 하고 다양한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며 김고은이 배우로서 지나온 길목에서의 성장담을 조목조목 늘어놓았다.

“실제로 윤여정 선생님은 옷을 너무 잘 입으세요. 촬영장에 사복을 입고 오시는데 그럴 때마다 탐나는 게 많았습니다. 첫 만남 때부터 신고오신 신발도 너무 예뻤고, ‘바지 핏이 저렇게 나오는 게 있네’ 하고. 또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계속 옆에 있다 보면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게 느껴져요.”

이미 앞선 작품들에서 대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을 많이 경험해 온 김고은이지만 그는 이번에 함께 연기한 배우 윤여정에 대해 자신이 느낀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의 진면목에 대해 감사하고 감탄했다. 김고은은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로 데뷔하게 되면서 좋은 선배들을 현장에서 겪어 보고,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싶었다고. 그는 지금까지 그렇게 겪어 온 시간들이 자신에게 굉장히 많은 배움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이날 기자의 “착한 얼굴이잖아요”라는 말에 “착해요”라고 몸소 인정하며 자리에 있던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착한 인상에 비해 작품 속에서는 비교적 ‘센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온 그에게 “도전에 대한 갈망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센 캐릭터를 하고 싶다, 사실 그런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저는 단순히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말자’를 모토로 삼고 연기를 해 왔거든요.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저는 매우 얼떨결에 첫 영화 데뷔를 하게 됐는데 갑자기 큰 영화에 큰 역할로 칭찬을 많이 받게 됐죠. 근데 제가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거 에요. 이 상태로 다음 작품에서도 칭찬만 받고 싶어하다보면 내 스펙트럼 자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인이란 타이틀이 있을 때 재지 말고 내던져봐야겠다는 기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표현처럼 데뷔 이후 4년여의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내달려온 김고은에게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언제까지나 신인이라는 타이틀 속에 머물 수만은 없다는 깨달음의 기점이 된 작품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김고은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신인 때와 지금은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 그의 첫 영화 ‘은교’ 시절의 현장 비화를 꺼내 놓았다.

“그때는 현장이 너무 좋았어요. ‘은교’ 때 제가 배웠던 건 현장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그때 당시에는 마냥 좋았었는데 현장의 분위기와 이런 모든 에너지들이 저한테, 연기자한테 끼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다는 걸 점차 깨달았습니다. 정지우 감독님은 저에게 “카메라는 너와 배제된 상태다. 너와는 상관없는 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카메라는 따라갈 거니까”라고 말씀하셨죠. 그건 그때 당시 감독님의 엄청난 배려였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신인이 아닌 그에게, ‘신인’ 김고은이 아닌 다른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 있다면 무엇일까. 김고은은 단번에 “곤블리?”라고 답하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별명이 어릴 때부터 ‘곤’이다. 그래서 곤 자를 붙여주는 걸 좋아하는데 팬들이 ‘곤모닝’ ‘곤나잇’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굉장히 애정이 느껴져서 좋다”라며 ‘곤블리’라는 호칭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김고은은 자신이 어떤 작품을, 행동을 하고서 그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팬들이 알아서 해석을 해 알아줄 때 굉장히 고마움을 느낀다며 팬들에 무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게 참 어렵잖아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표현도 서툴게 되고 ‘안 해도 알겠지’ 하는 것도 있고. 안 그러도록 늘 노력하지만 ‘계춘할망’을 보며 ‘더 표현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어요.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김고은은 인터뷰 내내 소중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정으로 소중한 이가 누구인지를 무척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소중함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했던 배우 김고은에게 연기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 물음표를 건넸다.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영화 ‘대니쉬걸’을 봤는데 완전하게 설득 당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나서는 ‘어떻게 저렇게 설득을 시킬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로 인해 관객들이 설득을 당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거죠. ‘이런 감정으로 이렇게 연기를 했어요’ 설명해봐야 보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의미가 없는 거니까, 설득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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