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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일본 벳부편, 3박 4일간의 여정

기사 등록 2017-06-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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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일본 벳부 편이다.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 자동차, 열차, 배 타고 제대로 세상구경 다녀온 그녀의 유랑길. 그녀의 보따리 안에 뭐가 들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그녀의 귀한 마음의 선물이 가득할 것 같은 예감 한번 풀어보자.

일본 벳부 공연을 위해 여행가방을 들고 출동에 나섰다. 3박 4일간의 일정. 리포터, MC, 공연 3가지 몫을 해내야 하는 만큼 큰 에너지를 쓸 것을 몸은 이미 인지한 듯 심하게 입맛이 당기는 전조증상을 겪으며 집을 나선다.

서울에서 SRT 열차를 타고 부산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탄다. 평소 처음 본 사람에게도 잘 다가가고 말도 잘 붙이는 성격이지만 또 막상 시작하려니 조금 머쓱했다. 베테랑 선배언니의 리드에 분위기 좋은 팀 근처로 서성이며 다가간다. 아이고, 어머니들 죄다 봇짐 하나씩 둘러메고 완전 여고생들 수학여행 가시는 거 같습니데이. 선글라스는 하나씩 다 끼셨어요. 보통멋쟁이들이 아니세요. 요 어머님은 린다김 같으세요. 호호호. 가방 한 번 오픈해볼까요? 아이고 우리 남편 보면 큰 일 난다. 가방엔 소주와 초고추장 안주 등 기분 내기 위한 일탈의 장비들이 수두룩했다.

그럼 어머니들 제가 선물하나 드릴게요. 일본 여행 왔다 가시는 건데 빈손으로 갈수야 있겠습니까? 여보야 내 일본서 선물 사 왔다.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요렇게 꺼내는 겁니다. 손가락 하트 그러면서 아이시떼루, 사랑해. 이거면 선물 충분히 되는 겁니다. 자 카메라 보시고 하나 둘 셋. 아이시떼루 출발.

배는 출발하고 나는 홀로 갑판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밤이 되자 바람이 불고 파란바다가 까만 바다가 되자, 물살을 가르는 하얀 파도만이 세차게 몰아친다. 바다도 하늘도 캄캄한 까만 적막에 세찬 파도 소리만이 존재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와 나의 경계는 두려움의 난간이 더 이상 아니었다. 세상 속 철저히 혼자인 순간 대자연을 마주한 나는 무서우리만큼 적막한 고요에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된다. 태희야, 많이 단단해졌구나. 많이 용감해졌구나. 나 잘하고 있지. 대견하다. 힘든 일이 생길 때 더 강해지고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모든 시련이 스승이 됐다. 나를 찾아내는 공부. 평소 기차역, 공항, 버스터미널 주제의 노래는 늘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는데 그 중 항구, 떠나는 배에 올라타니 감회가 남달랐지. 바람을 피해 모두 비켜나간 갑판에 홀로서서 바람을 맞아보니 평소 좋아하던 엔카 한 소절이 흥얼거려졌다.

우에노발 야간열차에서 내릴 때부터 아오모리 역은 눈이 휘날리고 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아무 소리 없이 거센 파도 소리만을 듣고 있어요. 나도 혼자 연락선을 타고 추워 얼어 버릴 것 같은 갈매기를 보면서 울고 있어요. 아 쓰가루 해협 겨울 풍경 보시오 저기가 닷비 곶 북쪽 부근이라고 모르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입김으로 흐려진 유리창을 닦아 보았지만 아득히 멀리 희미한 것만 보일 뿐 사요나라 아나따 와타시와 가에리마스. 안녕 그대여 나는 돌아갑니다. 바람 소리가 가슴을 흔들어 울 수밖에 없는 아아 쓰가루 해협 겨울 풍경.

지금 이 배는 누구에겐 떠나는 배지만 잠시 뒤 누구에겐 오는 배일거야. 떠나는 님이 오시는 님인 게지. 찬바람 뒤로 하고 함께 공연하게 된 선배님들과의 저녁 만찬장소로 이동했다. ‘마포종점’, ‘삼천포 아가씨’, ‘무정한 사람’ 그 외에도 주옥같은 히트 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건재하게 활동하시는 은방울자매 선생님들. 큰방울 선생님의 남편이시자 가수이신 신해성 선생님까지

다들 어려워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무대포로 먼저 대화를 이어나가는 용기를 보였다. 선생님 ‘가요무대’에서 어릴 때부터 봐왔고 명곡으로 여기는 주옥같은 노래를 직접 부르신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하니 너무 영광 된 자리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너무나 기품 있고 큰 어른으로 중심에 계시니 영부인 같으세요. 지금 식사자리가 마치 영빈관에 초대 돼 식사하는 거 같아요.

까마득한 후배의 민망한 듯, 달콤한 코멘트가 싫지 않으신 듯 수줍은 미소 건네 화답해주신다. 연기자들은 작품을 하는 동안 모두 함께 작품을 완성시켜나가는 작업이라 선후배간에 교감하고 교류하며 돈독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요즘 가수들은 제 스케줄이 각기 바빠 순서에 노래만 하고 언제하고 간 줄 모르게 선배들에게 얼굴인사조차 못 하는 경우가 있어 평소 씁쓸했는데 이렇게 며칠간 해외공연차 함께 유랑하게 되니 소속감도 생기고 저희 보시면서 선배님들은 젊은 시절 생각도 나고 저희는 선배님들보며 훗날 후배들에게 선배님들과의 추억도 들려줄 수 있으니 너무나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제작진과 스태프들 모두 한 명씩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며 일정동안 멋진 시간을 보내자 파이팅을 한다.

한 방을 쓰게 된 선배언니와 방을 돌아가 각자의 고민을 주고받기도 한다. 가수 장태희와 가수 양양이 아닌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여자로서 고민도 나눈다. 남자. 결혼. 일, 행복, 꿈 등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애가 커지는 순간이다.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모니터해주고 애정 어린 피드백도 아끼지 않는다. 여행하며 길거리음악에 도취된 영상을 보여주며 음악을 좋아하는 천생 꾼인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때론 여행은 제대로 노는 것도 공부라는 말처럼 나를 떠나, 일을 떠나, 떠나 보면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 볼 계기가 돼 주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니 정신없이 청춘이 갔다며 예쁜 연애도 해보고 해 보고픈 것도 다 도전하라며 내 나이 때 그런 얘기 해 준 사람이 없었다며 태희 너는 꼭 그렇게 하라고 얘기를 해준다. 그래 언니, 이제 나도 나 좋다는 사람 있으면 적극적으로 만나볼게. 그렇게 우리는 바다 위에서 과거를 얘기하며 미래를 꿈꾸는 멋진 현재의 시간을 건너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엔카 애창곡 녹음을 마친지라 부산과 벳부라는 나의 노래가 있어 벳부가 낯설지 않았다.

일본은 17살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제일 처음 온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자매 학교 홈스테이 방문이었다.

나는 풍물반 공연으로 일본은 북 공연으로 한 마디도 못하는데 케이코라는 친구 집에 찾아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부르고 몸짓발짓 재미나게도 지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좁고 깊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온천 입욕제를 타 내게 몸을 데우라고 가르쳐 줬는데 그물에 딸 넷이 목욕을 하고 엄마 아빠까지 목욕을 하더니 다음날 아침 그물로 빨래를 하는 것이다. 다다미방 이불 겹겹이 쌓아 편한 이부자리를 늘 마련해줘 혼자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녘 창 밖에 물안개가 진 풍경에 넋을 놓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써 기록하기도 했다. 유리에 훤히 비치는 미닫이문에 서서 내가 일어났나 궁금해서 창문에 붙어서 빼꼼히 내다보는 세 자매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일본은 내게 펜팔하며 편지 주고받던 친근하고 다정한 내 친구. 케이코의 나라였다. 우리는 곧장 공연장으로 이동해 리허설을 마치고 준비에 나선다. 곱게 차려입으신 은방울자매 선생님들의 무궁화 수놓아진 한복을 보니 타국에서 본 한복의상은 설명 못할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다. 그게 애국심이고 그게 한국인의 피인 것이다.

무대에 서기 전 무대를 바라보고 대기하고 있는 선배님의 뒷모습은 50 평생을 예술인으로 살아 온 굴곡진 사연이 새어 나오는 듯 나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

어찌나 꾀꼬리 같으신지 관객들은 어릴 적 청년시절 티비 스타와 이제는 함께 늙어가며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환호했다. 힘이 없으셔 마이크 소리가 약해 걱정하셨던 피디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관객의 박수와 함성의 기가 전달이 된 탓일까? 갑자가 에너지가 충전된 듯 성량이 터져 나와 열창하시는 선배님들의 공연에 관객과 하나 된 공연 대중의 기를 받아 또다시 그 기를 나와 혼연일체 시켜 예술로써 보여준 모두가 하나 된 명장면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대라는 화려한 조명 밑에 몰려드는 불나방이 아닌 각박하고 어두운 세상 불 밝히는 가요계의 반딧불이 장태희가 되자 생각한다.

희망을 노래하는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수가 돼 보자 생각해 인기가수가 되기 위해 인기는 여러분들이 달아줄 훈장의 명찰일거야.

예술가는 순수성이 있어야, 흰색이어야 검은색도 됐다, 분홍색도 됐다 적재적소의 환경에 나를 투영할 수 있다 생각해.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나갈 작품이야. 크고 작은 성장통과 상처는 앞으로의 예술 길에 면역이 될 거라 믿어 고치고 다듬을 거야.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겪어보지 않고 교류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냉담한 표정을 마주해본 적이 있는가? 말 많고 소문 많은 각기 다르지만 에너지가 남다른 사람들의 무리 그 속에서 풍문에 괴로운 적도 있기 마련이다. 남의 말, 남의 얘기, 남의 집, 대문 안을 훔쳐보고 곡해시켜 담장 밖에서 혀의 기능을 모르고 부메랑이 돼 돌아올 업을 짓는 사람들. 그들이 예술을 하고 있다면 그들의 노래 소리는 노래가 아니야. 귀신소리일거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사랑의 메시지가 전달이 되고 나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이 대중들에게 치유의 노래도 들려준다 생각해.

화살을 쏜 사람, 화살을 맞은 사람, 때론 억울한 치욕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접을 뿐 잊지는 않겠습니다. 명분의 칼을 들 수 있지만 용서란 처방을 내린다. 사랑에 빠지게 하는 화살과 증오에 빠지게 하는 화살 두 종류를 가지고 다녔다는 에로스. 우리는 큐피드 화살만 맞기를.

상처는 곧 또 다른 면역이야. 좋은 사람을 잃는 것은 그 사람에게 가장 큰 벌이겠지. 준 사랑에 상처 받으면 그 영혼은 길을 잃겠지만 찾아가면 그 뿐. 더러운 진흙탕에서도 꽃 한 송이 피워내기 위한 인내는 내안의 씨앗을 키우는 인고의 시간이야 서툰 사랑이 진실한 사랑을 다 못 받았을 뿐 우리가 힘듦을 겪는 상황이 있다면 그런 분들의 사랑을 받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인생 공부건, 학교 공부건 살면서 학문을 닦는다는 건 마음이 깨끗이 정돈이 돼야 가슴에 머리에 들어오는 거야.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어찌 제 자리에, 제 위치에 옮겨 놓을 수가 있을까? 깨끗이 세차한 자동차를 보면 어디에 잔기스가 났는지 흠집이 났는지 너무나 잘 보인단 말이야. 우리는 몸을 씻듯 마음을 씻으며 나의 상처를 바로알고 치료하고 해야 해.

이리와 늑대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하던데, 뜯어라 물어라 새살 돋는 긍정의 힘으로 살아 내야하는 요놈의 세상아. 나 죽으면 그만인데 나 살아야겠기에 전쟁 속의 고요를 마주한다. 고생 더해야 하나, 물리는 건 하겠는데 무는 건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살 돋고 새사람 된다. 너희가 헌 사람으로 남의 살 먹고 살아 얼굴이 미워지는 거 아니가. 떨어져 나갈 각질 그 것을 주워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무기가 아니고 무엇이냐. 용은 허물을 벗고 승천하는데, 스스로의 내면을 닦고 사랑해야한다. 남들 얘기에 구경꾼이 되지 말아야해.

두껍아, 두껍아. 헌 살 줄게. 새 살다오.

언니야 힘들게 하는 사람들 나한테 얘기해라. 동생이 매운맛 한번 맛보게 해줄게. 태양초 고추장 한 통 사다가. 얼굴에 고추장 팩 한 번 해줄게. 아님 베트남 고추랑 청양고추 갈아다 그냥 막 사정없이. 태희야, 너는 고문도 음식으로 하네. 어째 다 먹는 거고. 아니면 냄새 안 빠지는 몇 년 묶은 오모리김치를 갖다가 콱 해뿌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사람이 고파 귀에서 피나게 수다 떠는 동상 얘기다 들어주는 고마운 선배언니와 부산 어묵 호로록하고 열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제일 값진 선물을 담아왔다. 그 것은 바로 더욱더 높아진 자존감이었다. 내 안의 빛을 밝혀 온 것이다. 우리는 이 빛으로 노래할게요. 인생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고, 밝고, 맑게 건강한 빛으로 여러분들의 마음을 밝혀드릴 랍니다. 장태희 노래는 건전지 방전 없는 반딧불이 희망의 세레나데입니다.